‘붉은 악마’를 ‘붉은타이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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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악마’를 ‘붉은타이거’로
  • 승인 2002.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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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축구 응원단 ‘붉은악마’ 명칭변경에 대한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악마’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고 민족 정서에도 맞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이 범종교적으로 발발, 붉은악마 응원단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는 18일 오전 10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서울 역삼동성당 경환당에서는 종교인과 시민 그리고 기자들을 대상으로 “‘붉은악마’ 이대로 좋은가?”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붉은 악마 대신 ‘붉은 호랑이’ 사용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명혁교수(한국GOAL2002전국위원회 상임위원장)와 변진홍교수(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의 공동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공청회에는 ▲서경석목사(경실련 집행위원장) ▲임상만신부(사당동천주교회주임, 서울축구연합회장) ▲최홍준님(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사무총장) ▲종하스님(관음사 주지, 불교방송 전이사장) ▲임영담스님(불교신문사장, 조계종 종회의원) ▲주선원님(천도교 교화관장) ▲백도웅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부총무, 차기총무) ▲손봉호교수(기윤실 대표, 서울대 교수)가 각각 의견을 발표 하게 된다.

전화 인터뷰에서 서경석목사(55)·임영담스님(49)·최홍준사무총장(60)은 “‘악마’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 개념이 아니다”면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인 호랑이 즉 ‘타이거’가 더 낫다”고 말했다. 또 주선원교화관장(56)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는 의미의 악마는 스포츠정신에도 맞지 않고 민족정서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고, 백도웅목사(59)는 “악마라는 용어를 즐겨사용하는 문화는 바람직하지 못하므로 시기가 늦었지만 대결구도가 아닌 방법으로 대안문화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손봉호교수(63)는 “악마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으면 바꾸는데 찬성한다”고 말했지만 “현재 기독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기독교가 앞장서는 것은 반대”라고 설명해 명칭변경에 대해서는 발표자 전원이 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붉은악마는 1997년 초 PC통신의 축구관련 동호회에서 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국가대표팀에게 조직적인 응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탄생됐다. 이후 가칭 ‘그레이트 한국 서포터스 클럽’이 태동, 1차 예선전부터 조직적 응원을 시작했고 게시판을 통해 정식 명칭을 공모하기 시작해 97년 8월 ‘붉은악마’로 정식명칭을 확정했다. 명칭은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 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예상치 못한 4강에 진출을 해 당시 외국 언론들이 ‘붉은악령’ 등으로 호칭하며 놀라움을 표시했던 것이 시초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에는 한 교계 신문 인터넷 사이트에 응원단 명칭을 ‘붉은 황소떼’로 하자는 독자제안이 실리기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독자는 “황소는 우리 민족과 같이 소박하면서도 뚝심이 있으며 성실하고 말없이 희생하는 동물이다”면서 “평화와 투지의 상징인 붉은 황소로 명칭을 변경하자”고 말했다.
한편, 붉은악마측은 수 차례의 의견제시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승국기자(sklee@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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