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를 드린다'를 '예배한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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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를 드린다'를 '예배한다'로
  • 승인 2002.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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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대다수의 교인들과 목회자들이 예배 호칭에 대하여 성경적으로 통일된 호칭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교회에서 쓰고 있는 말은 “예배 드린다”, “예배 본다”, “제단 쌓는다”, 그리고 적게는 “예배한다” 등의 여러 호칭이 있는데 그 중 “예배 드린다”라는 호칭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예배신학적으로 보아 올바른 호칭이 아니다. 예배는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역사요 신적제공(神的提供)이며 하나나님의 필요와 그 분의 고안(考案)이다. 계시없는 이교에서는 인간이 종교심성을 가지고 신을 찾는 행위 과정에서 종교의식이 발생하게 되었으니 그 의식의 주도자는 인간이 되는 셈이며 인간이 신의 감응(感應)을 얻기 위해 무엇을 “드리고” 이 ‘드림’의 치성(致誠)을 다하는 것이다. 여기에 비하여 생명적인 참종교인 기독교의 예배행위는 하나님의 구속역사와 임재에 대한 인간의 만남이며 하나님의 요구적 명령에 따른 응답이다.

이러므로 예배에서 ‘드리다’라는 말은 예배원리에 합치되지 않는다. 구약의 제사제도에서 그리스도의 예표(豫表)적인 희생제물을 여호와께 바칠 때 “드리다”라는 행위가 요구되고 있었다. 분명히 하나님과 그 백성사이의 제사의식에서 봉헌적인 매체는 짐승의 희생물이다. 이는 가시적이고 모형적이며 형태적 요소가 있을 뿐 아니라 구약적 예배의 제의(祭儀)적 절차상 여호와께 제물을 ‘드림’이 있어 이것이 그 예배의 주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 몸을 단번에 ‘드림’으로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고”(히 10:10), “오직 그리스도는 죄를 위하여 한(one) 영원한 제사를 드리시고…”(히 10:12), “…다시는 죄를 위하여 제사드릴 것이 없느니라”(히 10:18)고 하셨다.

따라서 히 10:18 이후에는 예배를 위해 “드리는” 행위는 그리스도를 인하여 완성되었고 다시는 피흘림이나 희생이 전혀 요구되지 않으므로 ‘드린다’라는 말은 구약의 제사제도에서 요구되었던 말의 잔재(殘滓)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드리다’는 종교의식과 제의(祭儀)적 관점에서 이교(異敎 - 유. 불. 선. 무교)적인 특성을 담고 있다. 특히 무속종교(Shamanism)의 수복(壽福)사상과 관련이 있다. 즉, ‘드림’으로 받을 수 있다는 원시 종교의 기복사상과 관련이 있어 신(神)의 감응(感應)을 위해 공적을 쌓으려고 무엇을 바치는 행위의 표현이기도 하다.

따라서 신약성경 히브리서 9장과 10장에 “드리다”라는 것은 구약의 제의법상의 표현을 그리스도의 중보성에서 사상적 인용이며 그것은 희생적 헌신(영, Sacrifice)의 의미로 보아야 하기에 “드린다”라는 말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예배라는 말의 신학적 의미는 ‘드리고’‘받는’, 어떤 종교의식물의 수수(授受)적 의미는 전혀 없는 호칭이며 이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그의 자녀된 신분이 영교(靈交)적 만남과 교제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예배’이다.
이러한 예배가 인간편에서 무엇을 ‘드린다’로 본다면 예배는 하나님의 요구와 필요 이전에 인간의 공적행위에 대한 보상의 방편이 되고 인간 목적의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마치‘불공을 드리고’, ‘공양을 바치고’,‘치성(致誠)을 드리고’ 등의 이교적 유형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된다. 혹여(或如) 지존하신 하나님을 향한 종교행위는 공경의 뜻과 예어(禮語)적인 표현을 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예배행위를 ‘드린다’라고 한다면 이것은 윤리적인 종교관을 가진 인위적인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런고로 ‘예배 드린다’라는, 이교적이고 기복(祈福)적인 언어문화적 관습어를 성경적, 예배학적 호칭으로 갱신해야 한다.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어떤 매체(媒體)적인 의미를 담아 ‘드린다’라는 말은 ‘하다’라는 성경적 근거를 가진 말로 예배 호칭의 통일을 이루어야 하겠다. 그리고 ‘예배 본다’, ‘제단 쌓는다’라는 말의 바로 잡기는 지면 관계로 추후 쓰고자 한다.

김석한<기독신학 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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