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선조들 숨결 느끼며 도보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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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선조들 숨결 느끼며 도보 순례
  • 공종은
  • 승인 2009.07.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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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순례자의 길’ 진행

김제 금산교회서 천안 매봉교회까지 4일 일정

신앙 선조 숨결 느끼며 134.47㎞ 국토 행진


40여 명의 대학생들이 폭염과 싸우며 국토 순례의 대장정에 나섰다. 숨이 턱턱 막히고 발은 온통 물집이 잡혀 뼈 속까지 아려오지만 이 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김제 금산교회에서 천안 매봉교회까지 134.47㎞. 전라남북도와 충남에 걸친 순례의 길을 백석대학교(총장:하원 박사) 학생들이 더듬으며, 신앙 선조들의 신앙을 기렸다.

신앙 순례를 위해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가 마련한 ‘순례자의 길’에 참석하기 위해 지혜관에 모인 40여 명의 학생들은 지난 6일 오전 9시 발대식을 갖고 김제 금산교회로 이동, 4일 동안의 일정으로 순례의 길을 시작했다.

순례의 일정에는 한국 신앙사의 한 면을 기록하고 있는 역사적인 교회들을 탐방하고, 조선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고 순교했던 선교사들과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그들의 신앙을 기리고 마음에 새겼다. 순례단들은 김제의 금산교회를 출발해 축복받는교회, 두암교회, 고수교회, 염산교회, 야월교회, 천안 매봉교회에 이르는 134.47㎞의 길을 도보로 걸으며, 신앙 선조들의 신앙이 다시 살아나고 교회사에 고고하게 기억되고 흘러가기를 기도했다.

순례의 첫 걸음이 시작된 김제 금산교회. 교회가 ‘ㄱ’자로 건축된 교회다. 현대 건축방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남녀의 유별이 엄격하게 살아있던 시대에 한 교회에서 예배드리기 위해서는 이런 형태의 교회가 건축될 수밖에 없었다.

설교를 전하는 강단이 가운데 위치해 있고 ㄱ자 부분의 한쪽에는 여성들이, 또 다른 한쪽에는 남성들이 앉아 예배를 드렸다. 모악산 기슭에 자리한 금산교회는 한국 교회 초기형태를 원형 그대로 잘 보존하고 있어 현재 문화재로 지정됐다.

순례자들의 신앙을 시험이라도 하는 듯 지난 주간 한반도를 덮치고 강타했던 폭우가 길을 막아섰다. 시간당 20㎜ 이상 쏟아지는 굵은 빗방울은 장대처럼 등허리를 사정없이 강타했고, 마치 신앙 선조들의 신앙을 박해하고 말살하려 했던 사단의 시험처럼 온 몸을 파고들었다.

그렇지만 신앙의 발자취를 더듬는 학생들의 의지를 꺾진 못했다. 눈앞을 희뿌옇게 막아서는 세찬 빗줄기는 오히려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굵은 땀방울을 식혀주었고, 고요의 적막을 깨는 북소리처럼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발걸음은 더 빨라진다.

 하룻길을 걸어 도착한 전북 애당리의 두암교회. 선교사의 지원을 받아 일제시대부터 시작된 교회로 유명하지만, 6.25 전쟁 당시 공산군에 의해 성도 23명이 끔찍한 죽음을 당한 역사가 한편으로 숨어있는 교회다. 염산교회 또한 6.25의 역사와 함께 한 교회. 염산교회는 6.25 전쟁 당시 영광지역에서 순교한 194명의 교인들을 추모하며 세운 기독교 순교탑이 위치하고 있다.

9일 순례 일정에 포함된 영광의 야월교회는 교회가 불타고 교인이 단 한 명도 남지 않는 순교를 당한 교회로 한국 교회사에 남아있는 교회다.

순례자의 길 대장정의 막을 내린 교회는 천안의 매봉교회. 유관순 열사가 어렸을 때부터 신앙생활을 했던 교회다. 또 이곳은 유 열사의 생가가 있는 곳. 나흘 동안의 순례의 길을 정리하며 순교자적 신앙의 배움을 되돌아보는 마음들이 뜨겁다.

4일 동안의 일정을 되돌아보니 하루 40여 ㎞ 정도를 걸어서 천안에 도착했다. 물집과 근육통, 어깨 결림 등 생전 앓아보지 않았던 온갖 통증들이 엄습했지만, 한발 한발 대딛는 이 길에 신앙 선조들의 신앙이 땀과 눈물이 배어있음을 생각하면 새로운 힘이 생기곤 했다.

고단한 몸, 푹신한 잠자리에 아무렇게나 내던져 골아떨어지고 싶은 밤에도 순례의 길에 나선 학생들은 소그룹별로 큐티를 진행하고 백석대학교의 오늘이 있게 한 생명신학 포럼을 개최하면서 나태해져 가는 마음을 신앙으로 되잡았다. 순례길에 방문한 교회에서는 예배당마다 예배를 드렸고 교회마다 배어있는 선조들의 생생한 숨결을 느꼈다.

이번 순례와 관련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관계자는 “한국 기독교 선교 역사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이 순례자의 길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참여 학생들이 순례하는 일정 동안 선교 역사를 바르게 정립하고 자신들이 받은 사명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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