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봉지작업에 마사지까지? 고맙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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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봉지작업에 마사지까지? 고맙네 그려”
  • 공종은
  • 승인 2009.07.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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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사회봉사단 ‘2009 하계 농촌봉사활동’

충북 영동군 노천하리에서 포도 봉지작업 하며 구슬땀

아이들 위한 미술-체육교실, 어르신 스포츠 마사지도


여름방학. 이것저것 생각할 것 없이 시원한 바닷가의 추억만 생각나는 계절이다. 뙤약볕 내리쬐는 시원한 바닷가에서 맘껏 뛰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과감히 접고 시골로 찾아든 학생들이 있어 여름 무더위를 씻어내는 청량감을 전한다.

백석사회봉사단원 30여 명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충북 영동군으로 하계 농촌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사회봉사센터 교직원들과 함께 한 봉사단원들은 지난 달 23일부터 27일까지 3박 4일 동안의 일정으로, ‘영동포도’로 유명한 충북 영동권 매곡면 노천하리를 방문해 지역 특산물인 포도농장에서 포도에 봉지를 씌우는 봉지작업을 도왔다. 근처에 있는 상촌초등학교도 방문해 학생들에게 미술교육과 체육교육도 함께 실시했다.

포도농장에서의 작업은 탐스럽게 매달린 새파란 포도송이에 봉지를 씌우는 일. 알알이 영근 포도가 본격적으로 익어가기 전, 벌레들로부터 포도송이를 보호하기 위해 종이로 일일이 포도송이를 포장하는 작업이다. 한송이 한송이 매달린 포도송이를 종이로 포장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 모두들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서툰 손을 놀리며 부지런을 떤다.

한송이로 시작했던 봉지작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탄력을 받고 점차 봉지옷을 입고 매달린 포도송이들이 하나둘 늘어간다. 학생들의 이마에도 굵은 땀방울이 맺히고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간다.

“경기 침체로 인한 심각한 취업난으로 인해 대학생들의 농촌 봉사활동이 점차 사라져가는 현상이 안타까웠다”는 한 학생은 “친구들과 교직원들이 함께 농촌을 찾아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자랑스럽고, 탐스런 포도를 수확할 수 있게 돕게 됐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더위가 다소 덜한 오전에 포도송이 봉지작업을 마친 학생들은 오후에는 영동군 임산리에 있는 상촌초등학교로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새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는 아이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었고, 3, 4, 5학년 학생들에게 풍선아트와 색모래 모자이크, 명랑운동회를 진행했다.

길다란 풍선에 바람이 쉭하고 들어가면 어느새 풍선은 꽃이 되고, 공룡이 되고, 칼이 되고, 나비가 됐다. 곱디고운 색깔이 들어간 모래로는 모자이크 그림을 그렸고, 명랑운동회에서는 하늘까지 뛰어오를 듯 한 아이들의 힘찬 발돋움이 있었다.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이 오후 내내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일과가 다 끝난 저녁이라고 가만히 쉴 수만은 없는 일. 어르신들을 마을회관으로 모셔왔다. 처음에는 가기 싫으시다는 어르신들의 팔을 잡아끌자 못이기는 척 하며 따라 나서신다. 마을회관으로 향하시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회관에는 이미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와계셨고, 모두들 기쁜 얼굴들이다.

학생들이 어르신들에게 준 선물은 염색과 스포츠마사지. 환갑을 훌쩍 넘긴 7~80 어르신들의 파뿌리 같이 뻣뻣하고 하얗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정성껏 염색을 하고 나서 한 시간 뒤, 모두들 20년 전으로 돌아간 서로의 모습들을 보며 깔깔대고 한바탕 신나게 웃었다.

어찌 이 기쁨만 있었겠는가. 안 저린 곳 없이 여기저기 쑤시던 몸에 학생들의 손길이 미치자 씻은 듯 통증이 사라지고 시원함이 온 몸을 감싼다. 말로만 들었던 스포츠마사지를 받고 보니 아들이, 딸이 주물러주는 것 보다 더 시원하다. 노곤함에 어느새 잠든 어르신들도 계신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3박 4일의 일정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농촌 봉사에 있어 3박 4일이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딸리는 일손을 매우기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어르신들밖에 보이지 않고 일꾼들이 모자라는 현실은 눈을 감아도 생생하다. 떠나오는 마음에 어르신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내지만, ‘이것밖에 해드리지 못한 마음’은 죄송하기만 하다.

이번 농촌 봉사활동과 관련 백석사회봉사센터는 “대학생들의 농촌 봉사활동이 점차 줄어드는 요즘, 학생과 교직원들이 모두 함께 동참할 수 있어서 더 큰 의미가 있었고 훈훈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이번 농촌 일손돕기가 농가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고령화, 부녀화에 따른 노동력이 부족한 농촌의 상황을 알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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