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십자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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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십자가’ 만난다
  • 공종은
  • 승인 2009.04.0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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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화해를 기원하는 세계의 십자가전’

고통이 신앙과 만나면 차라리 아름다움으로 승화될 수 있을까. 한국적인 상황에서 십자가의 예술성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지금 이화여자대학교 이화기도실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를 기원하는 세계의 십자가전’에 가면 이 상상은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문화가 서로 다른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진 십자가가 어찌 하나의 모양밖에 없을까. 고난주간과 부활주간을 지나는 지금, 내 마음 속에 자라는 고난에 대한 묵상이 다르듯, 각 나라들에서 만나는 십자가는 그 모양이 제각각이다. 차라리 예술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비잔틴교회, 러시아정교회, 겔틱교회, 곱틱정교회 등 이름마저 생소한 세계 교회들의 십자가 모양들이 고난주간을 지나는 한국교회 성도들을 맞는다.

십자가전을 본 성도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십자가가 너무 예쁘고 아름답다.” “십자가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한국적인 신앙에 너무 젖어있었기 때문일까. 여기서 만나는 십자가들은 한결같이 예술적으로 다가온다.

십자가가 과연 나무로만 만들어졌을까에 대한 궁금증도 여기서는 한 번에 해결된다. 나무 십자가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여기서 만나는 십자가는 다소 충격적이다. 소금, 식사용 포크, 철조망, 실, 도자기, 가죽 등 각 나라의 문화만큼이나 그 소재 또한 다양하다.

조개껍데기로 만든 아일랜드의 십자가는 순례자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포크도 여기서는 신앙의 표현으로 사용됐고, 물고기와 이삭, 닻, 닭 등도 십자가의 한 부분들로 참여했다.

에디오피아의 십자가는 그 아름다움에 눈길을 뗄 수 없다. 십자가 가지마다 작은 십자가들을 다시 조각했다. 에디오피아정교회가 사용하는 이 십자가에는 십자가에 오밀조밀하게 꽃이 피었다. 고목에 깃든 꽃은 십자가와 어울려 꽃으로 십자가로 가슴마다 새겨진다.

마치 매듭공예를 하듯 가죽으로 곱게 엮어 만든 십자가도 만날 수 있다.

이집트 곱틱교회 사제들이 사용하는 십자가다. 흰색과 검은색 가죽이 뚜렷하게 대비되면서 엮어진 십자가는 소박하면서고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폴란드 소금광산에서 생산된 소금으로 만든 십자가, 독일의 동서분단선을 가로지르던 철조망으로 제작한 십자가, 케냐 마사이족이 아프리카의 얼굴을 담아 만든 목걸이 십자가, 태백 탄광촌의 황재형 화백이 빚은 타우자 형 십자가 등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혹은 상상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세계의 십자가들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주제가 있다. 화해와 평화를 위한 십자가들이 모여 있고, 25개의 십자가로 예수의 일생을 표현하기도 했다. 물고기와 닭 등 기독교의 전통적 상징으로 표현한 십자가들도 전시됐다.

자기 지역의 특산물로 신앙을 고백한 십자가가 있는가 하면, 여성의 기쁨과 아픔을 담아낸 십자가도 있다.

여기 전시된 483점의 십자가는 송병구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가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15년 동안 수집한 것들이다. 그 어느 것보다 애정이 담기고 의미가 담긴 아름다운 십자가다.

매일 오후 12시부터는 송병구목사가 직접 십자가들에 담긴 의미와 수집 경위에 대해 설명한다. 십자가를 수집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곁들여지면 십자가를 감상하는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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