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가치관 오염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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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가치관 오염 염려된다
  • 승인 2002.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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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고교생 10명 중 4명이 ‘아무도 보지 않으면 법질서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답변하는 등 청소년들의 윤리의식이 우려할만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반부패국민연대가 최근 서울시내 10개 중·고교 학생 1천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청소년 부패 반부패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8.4%가 ‘뇌물을 써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렇게 할 것’ 이라고 답했으며, 33%가 ‘부정부패를 목격해도 내게 손해가 된다면 눈감을 것’, 22.7%가 ‘친인척의 부패에 대해 묵인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10억 원을 벌 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는 항목에 대해 16%가 ‘그렇다’고 응답해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은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한편 중·고교생 10명 중 9명은 ‘한국이 부패한 사회’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 이상(33%)은 가장 부패한 집단으로 정치권을 꼽았으며 이어 기업(12%), 공무원(11%), 법조계(9%), 언론계(9%), 교육계(8%) 순으로 부패해 있다고 꼽았다. 뇌물수수 등 부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64%가 ‘법을 어겨도 처벌을 면하거나 가벼운 처벌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29.9%가 ‘법을 지키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국제 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에서 늘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는 국제사회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10대 청소년들마저 자기가 사는 조국을 썩을대로 썩은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청소년들의 윤리의식이 생각보다 매우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부조리한 현실에 정의감을 불태우기는 커녕 “나라고 뇌물 주고 받지 못하라는 법 있느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청소년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나라의 미래에 적색 경고등이 켜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가치관이 이렇게 병들어가고 있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생각할 때 부끄럽기 그지없다.
지금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돈이 최고’라는 극단적인 배금주의, 물질만능주의다. 하루아침에 수십 명 씩 불로소득 억만장자들이 탄생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내몰리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이 배금주의는 극대화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라의 중추기능을 맡은 기관과 조직의 사람들이 줄줄이 부패먹이사슬로 함께 엮여있는 모습이 연일 언론에 드러나고 있으니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제 우리 사회는 청소년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반성과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이용하는 업자들의 얄팍한 사행심 조장과 청소년의 가치관을 병들게 하는 기성세대의 부정부패는 엄중하게 다스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 교회는 청소년의 도덕적 침몰을 막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정직한 공무원, 기업인, 법조인, 언론인, 교육자를 길러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기성세대 그리스도인들이 청소년들에게 존경받을만한 모습을 보여 청소년 가치관을 회복하는데 앞장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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