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부활절, 예전을 회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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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부활절, 예전을 회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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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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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교회, 예배 회복으로 구원의 신비 체험”

촛불 켜며 ‘그리스도의 빛’ 되심에 감사

성만찬 거행하며 부활의 기쁨 서로 나눠


▲ 조기연교수(서울신대, 예배학)
성 목요일부터 부활절 새벽까지는 기독교 최대의 절기이다. 고대 교회는 이 기간을 매우 ‘장엄’하고 경건하게 지켰는데, 그 이유는 이 기간이야말로 기독교 신앙의 핵심적 사건들이 일어나는 때이고, 하나님의 인류구원의 역사가 집약되고 재현되는 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대의 교회들은 이때를 위해 고대 교회들이 했던 것처럼 그렇게 기독교 신앙의 본질이 충실히 녹아있는 예배를 계획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전통을 지키면서도 성경의 내용을 충실히 재현하는 예배이기 때문에 단순히 이벤트식으로 행하는 예배보다 더 가치가 있다.


# 성 목요일 예배

성 목요일의 예배는 예수께서 잡히시던 날 밤의 사건을 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먼저 회중들은 교회의 친교실에 모여서 즐거운 애찬을 갖는다. 애찬식은 식탁보로 정갈하게 덮은 테이블에 빵과 포도주 뿐만 아니라 치즈나 야채 등의 음식도 풍성하게 차려 놓은 곳에서 행해진다.


한 식탁에 10여 명씩 둘러앉도록 자리를 배열하며, 구역이나 셀 단위 그리고 가족 단위로 하는 것도 좋다. 애찬식의 분위기는 공동체의 즐거운 식사이다. 애찬식은 한 두 곡의 찬송과 기도로 시작하여 본 식사로 이어지고 마무리 기도로 끝맺는다.


식사가 끝나면 교인들은 본당으로 이동하여 세족식을 거행한다. 먼저 예수께서 마지막 밤에 제자들에게 주셨던 새 계명을 듣는다. 이 말씀은 요한복음 13장 34절을 중심으로 하는 본문이다. 말씀선포가 끝난 후에는 세족식을 거행한다. 세족식은 목사가 회중 전체의 발을 씻겨 줄 수도 있지만, 숫자가 많을 경우 회중 대표 또는 원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몇 명의 발을 씻어줄 수도 있다. 이 경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리에서 그 광경을 바라봄으로써 세족식에 참여한다.


세족식이 끝나면 ‘주의 만찬’을 거행한다. 이 모든 것들이 마지막 밤에 주님께서 하셨던 것들이다. 성찬식이 끝나면, 설교대와 성찬대 그리고 독경대의 드림천이나 꽃 등 화려하고 생명을 상징하는 모든 장식물들을 예배당으로부터 치운다. 그렇게 되면 예배당 안에 있는 모든 성구들은 일체의 색깔이나 장식이 없이 그 본래의 나신(裸身) 상태를 드러내게 된다. 이는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주님의 죽으심을 맞는 준비를 표현하기 위한 상징적 행위로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로마 병정들로부터 옷벗기우심을 당하신 일을 상징한다.


이처럼 설교대 등에 일년 내내 덮여있던 천들을 걷어냄으로써 강대상 본래의 나무 색깔이 드러나게 하는 일은 시각적으로 볼 때에도 매우 강한 상징이 된다. 또 하나 모든 장식들을 걷어낸 후에는 맨 마지막으로 예배당 전면에 있는 십자가에 검은 천을 씌운다. 이는 예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심을 상징한다.


강단보 제거 작업은 장식들을 하나씩 치울 때마다 예배당의 조명을 하나씩 소등하여 맨 마지막에 십자가에 검은 천이 씌워질 때에는 깜깜한 암흑이 되도록 한다. 이 상태에서 회중은 침묵 가운데 묵상기도를 하다가 조용히 해산한다.


# 성 금요일 예배

성 금요일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는 주님께서 십자가 위에 달리셨던 시간이므로 가상칠언을 묵상하면서 보내는 것이 좋다. 저녁의 예배는 먼저 침묵으로 시작한다. 조용히 침묵하는 가운데, 검정가운을 입은 목사가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다.


회중은 조용히 무릎을 꿇고 그리스도의 죽으심에 감사하는 기도를 드린다. 그 다음에 맡은이가 복음서의 수난 기사를 봉독한다. 이때에는 수난기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봉독하는 것이 좋으며, 회중은 자기 성경책을 눈으로 따라 읽지 말고 오로지 귀로 듣기만 하는 것이 좋다. 설교는 읽은 말씀에 대한 묵상으로 대신하여도 좋다.


그 다음에는 찬송가 141장(웬말인가 날 위하여)을 다함께 부르고, 자신과 교회와 세계를 위해 (통성으로) 기도한다. 기도가 끝난 후에는 모두 일어서서 ‘십자가 예배’(the Service of the Cross)를 드린다. 십자가 예배를 드리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본당 안쪽 문 앞에 커다란 나무 십자가를 세워놓고 모든 회중이 뒤로 돌아서서 그 십자가를 바라본다.


한 사람이 그 십자가를 경건하게 메고 강대상 쪽으로 1/3가량 걸어나와 멈춘다. 이때에 찬송가 144장(예수 나를 위하여 십자가를 질 때)을 다함께 부른다. 다시 2/3지점까지 십자가가 나와 멈추면, 회중은 찬송가 138장(만왕의 왕 내주께서 왜 고초 당했나)을 부른다.


찬송이 끝난 후에 십자가를 강대상 앞에까지 메고나와 세워놓으면, 회중은 다시 십자가를 바라보며 찬송가 147장(주 달려 죽은 십자가)을 부른다. 찬송이 끝난 후에 모두가 십자가를 바라보고 묵상하는 동안에, 차례로 앞으로 나와 십자가 앞에 서거나, 무릎을 꿇거나, 바라보거나, 만져보거나, 입을 맞추거나, 엎드리거나 하면서 십자가를 묵상한다. 별도의 마무리 없이 침묵 가운데서 예배를 마친다.


# 성 토요일과 부활 새벽의 예배

초대 교회에서는 성 토요일 밤을 철야하면서 기도와 성경읽기, 그리고 성경공부 등으로 보냈다. 현대 예배운동에서는 이러한 관습을 회복하였다. 부활절예배는 부활절 날 새벽 4시나 5시쯤에 시작한다. 회중은 모두 초를 하나씩 들고 교회의 뜰이나 교회 현관에 모인다. ‘부활절 초’(Paschal Candle)라고 불리는 커다란 초에 목사가 점화한다. 이 불은 어둠을 밝히고 무덤에서 새 생명으로 일어나시는 주님의 부활을 상징한다.


목사가 “이 불을 거룩하게 하십시오. 이 부활절에 하늘의 소망으로 타오르시어, 영원히 꺼지지 않고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십시오”라고 말하면, 모든 사람들은 ‘부활절 초’로부터 자기의 초에 점화한다. 모두 초를 손에 든 채 예배당 안으로 들어간다. 전등을 켜지 않은 채 어둠에 둘러싸여 있던 예배당은 회중이 들어감에 따라 점점 밝아진다. 모두 예배당 안에 들어갔을 때, 부활절 초를 든 사람이 멈춰 서서, ‘그리스도의 빛’이라고 세 번 외친다. 그러면 회중은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고 외친다. 모두 자리에 앉으면 부활절 초를 앞에 세워 놓는다.


회중의 초는 끄고, 한 독창자가 부활절 초 가까이에 서서 찬송가 150장(무덤에 머물러)을 찬송한다. 독창이 끝난 후에는 부활에 관한 복음서의 말씀을 읽고 간단히 설교한다. 설교를 시작하기 전에 목사는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하고 외친다. 그러면 회중은 “주님은 진실로 부활하셨습니다!” 하고 큰 소리로 화답한다.


설교 후에는 다함께 159장(할렐루야)을 힘차게 부른다. 이때에 모든 악기를 총동원하여 반주한다. 찬송 후에는 성 목요일에 제거하였던 모든 상징물들 즉 드림천들을 다시 원상태로 회복하며, 아름다운 꽃으로 예배당을 장식한다. 초대교회에서는 이때에 기쁨에 찬 부활절 성만찬을 거행하였다.


초대 교회의 예배에 기초한 이러한 예배들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깊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이번 부활절에는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의 구원의 신비를 깊이 경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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