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변화를 초래할 만큼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힘을 부여하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평신도는 삶의 구석구석에서 지체들의 생각, 행동, 가치, 태도에 실제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관계의 최전선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은 예수님의 제자로서 실제 현장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영향력을 끼치는 사실상의 지도자들이다.

비록 지도자라는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돕는 자’, 또는 ‘섬기는 자’로서 자리매김했지만, 교회를 섬기고 지체들을 이끄는 리더십의 현장에 있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평신도 리더십의 권위와 관련하여 딜레마는 존재한다. 첫째, 권위는 싫은데 공동체는 원하는 시대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소그룹 공동체가 그 역할을 다하려면 서로에 대한 신뢰에 기초해서 구성원이 공동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자신보다는 공동체의 목표를 우선하는 가운데, 질서와 안정을 지켜갈 수 있다. 쉽지 않지만 평신도 지도자의 권위는 세워져야 하고, 이에 대한 신뢰와 복종은 소그룹을 지탱하게 하는 전제이다.

둘째, 아직까지 교회 리더십의 권위는 분산되지 못하고 있다. 아니 나누기 보다는 위계적 권위가 분산된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더 강력한 권위를 구축하려고 하고 오히려 권위의 위기를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리더십은 권위에 대한 공유를 통해 배가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공동의 권위(shared authority)의 개념은 세상과는 차별된 신앙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다름의 리더십의 독특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나님의 삼위일체적 속성은 이러한 기독교 리더십의 뼈대를 구성하는 중요한 초석이 된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을 받았기 때문에, 삼위일체의 삶을 반영해야 한다. 삼위일체의 신적 속성이 하나님의 백성의 리더십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 핵심은 삼위일체가 위계적 권력이나 상명하달식이 아닌 상호내주적(perichoretic)이며 협동적이었다는 것이다. 리더십은 계급적이거나 조직적이 아니라 관계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계는 지도자와 따르는 자를 묶어주고, 각자는 독특하면서 보충적인 역할과 기여를 한다.

삼위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 가는 것은 성도의 소명이고 이를 훈련하는 곳이 교회다. 그렇다면 리더십 역시 그 분의 속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방향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삼위일체는 신비로운 교리일 뿐 아니라, 리더십에 대한 하나님의 패러다임을 알려주는 단초이자 그 기능의 실체적인 모습이다. 교회 내에 어떤 위치에 있는 지도자라고 해도 상호간의 의존성과 함께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나타내야 한다. 특히 공식적인 리더십이 미치는 범위는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풀뿌리적 비공식 리더십은 공동체 전체에 파급된다. 그들이 어떤 주어진 사역을 충실하게 감당할 때, 비효율적인 사역 방법에 의문을 가질 때, 말없이 섬기는 신실한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때, 지체들의 어려움을 돌보아 줄 때, 소외된 사람이나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따뜻한 모습을 보일 때, 여러 부문에서 동시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다름의 리더십이 발휘되는 것이다.

포스트모던의 사조는 사회를 흔들어 놓고 있고, 더 나아가 교회에 침투되고 있다. 권위가 무너졌다는 안타까운 자성의 목소리가 교회 안팎에서 들려온다. 위기이기는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시는 메시지가 있다. 특히 교회 내의 리더십의 현 주소에 대해서 자성하게 하신다. 무엇이 세상과 다른 모습인지를 살펴보게 하신다. 그 다름의 리더십의 핵심에 평신도가 위치하고 있다.

리더십의 권위가 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하나님의 본래적 의도이기에, 오히려 교회는 건강해질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것은 탈권위 현상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공유가 아니고, 신앙 공동체가 회복해야 할 권위의 본래 자리이다. 권위가 무너진 것이 아니고 분산되어 씨가 뿌려진 것이고, 그 씨를 장성하게 키워낼 수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