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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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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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3.2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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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목사<예장 통합 기획국장>


하루만 기온이 올라가도 정신없이 피어나는 꽃들에 취하는 이 계절의 끝에 언제나 그리스도의 죽음이, 그리고 부활이 우리를 기다린다. 부활을 기다면서 사순절의 네 번째 주를 보낸다. 예수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 부활을 향한 약속임을 알면서도 죽음을 맞이하는 그 주간은 내내 힘들다. 마치 해피엔딩인걸 알면서도 들을 때 마다 가슴 졸이는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와도 같이….

가장 최근에 읽은 동화 한편을 소개한다. 옛날 어느 곳에 행운의 샘물이 있었다. 이 샘물에는 일 년 중 하루, 해가 가장 긴 날, 단 한명만이 그 샘물에 목욕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목욕을 할 수 있는 단 한명은 무슨 소원이든지 다 이루어져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어느 해인가 세상의 어떤 의사도 고치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는 여인,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무력함과 빈곤 속에 살고 있는 여인,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받아 깨어진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여인과, 말라빠진 말 한 마리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복 없는 기사 한 사람이 행운의 샘물에 목욕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샘물로 들어가는 벽 앞에 모여들었다.

특히 세 여인은 샘물에 가기 원하는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 속에서 서로의 처지를 동정하며 서로를 도와 셋이 함께 샘물에 가서, 가장 행운이 필요한 한사람에게 목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고 굳게 약속을 했다.

드디어, 해가 뜨는 바로 그 시간에 행운의 샘물로 통하는 벽에 붙은 담쟁이가 병을 앓고 있는 첫 번째 여인을 휘감아 끌었고, 그녀는 가난함에 지친 여인의 손을 잡고, 가난한 여인은 사랑의 상처를 가진 여인을 잡아끌고, 마지막 여인은 어이없게도 복 없는 기사의 갑옷에 걸려서 그도 함께 행운의 샘물로 가는 길로 끌어들이게 되었다.

어쨋든 이들은 다함께 행운의 샘물을 향하여 가게 되었는데 그들 앞에는 세 가지 장애물이 차례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고통의 증거를 보여라’는 것이었다. 절망의 눈물이 그 답이었다. 두 번째는 ‘노력의 열매를 보여 달라’는 것이었고, 답은 이마에서 흐르는 땀방울이었다. 세 번째, ‘과거의 보물을 보여라’는 요구는 과거에 가지고 있던 가장 행복했던 기억들이 답이 되었다.

모든 어려움을 헤치고 마침내 행운의 샘물에 다다랐을때 해는 뉘엿뉘엿 지고 누가 과연 목욕을 할 지 결정하는 일은 몹시 어려웠지만 몸이 아픈 여인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행운의 샘물 근처에 있는 약초들로 치유를 얻었고, 약초들을 섞어서 약을 만든 여인은 약초로 약을 제조해 빈곤과 무력함을 떨칠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사랑에 상처받은 여인은 행복한 기억들을 다시 끄집어냄으로써 과거에 연연하기 보다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딜 준비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장 복 없는 기사가 샘물에 목욕을 하게 되고, 자신감을 얻게 된 기사는 사랑의 상처 받았던 여인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는 해피엔딩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야기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그 네 사람 중 누구도 행운의 샘물이 사실은 어떤 특별한 힘을 가진 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도 못했고 의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그 행운의 샘물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이미 자신들이 가진 축복을, 행운을 찾아냈던 것이다. 다른 어떤 것이 아닌 절망의 눈물로, 노동의 땀방울로, 이미 가진 행복한 기억들로, 그들은 스스로의 행운을 발견했다.

예수의 부활을 또 다시 기다린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우리를 구원하실 것이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다가가기 위하여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절망의 눈물을, 과연 충분한 노동의 땀방울을, 그리고 이미 우리에게 주신 축복의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 되묻는 사순절이다.

물론 예수의 부활이 우리에게 구원을 가져다주시고,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축복의 근원이 될 테지만, 부활에 다가서는 우리들의 여정이 절망의 눈물 없이, 노동의 땀방울 없이, 행복한 축복의 기억 없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번 사순절 기간에는 절망하는 자들과 함께하는 눈물이 넘치기를, 힘들게 노동하는 자들의 땀방울을 함께 흘리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약속하신 하나님의 축복의 기억들이 사순절 내내 충만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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