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 "갈등·분열 벽 허물고 화합·공존의 길 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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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대담 - "갈등·분열 벽 허물고 화합·공존의 길 트자"
  • 승인 2002.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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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는 사회가 안정되고 도의가 바로 서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새해를 맞는 소감을 말씀해 주시지요.

먼저 하나님의 은총이 온누리에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절망에 빠졌던 사람들이 소망을 갖고 일어서며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깃드는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실 지난 해는 너무 충격을 많이 준 한 해였습니다. 사람들은 지난 해를 오리무중, 다사다난, 점입가경, 설상가상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 표현들만 보더라도 지난 해가 얼마나 불행한 사건이 많았던 해인가를 잘 알수 있지 않습니까? 21세기 첫 해라고 그 어느 해보다도 소망을 가지고 출발한 해였는데 그와는 정반대로 참으로 힘들었던 한 해였으니까요. 그래서 금년에 더욱 희망과 기대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루 속히 지구촌의 모든 갈등과 분쟁이 치유되고 미움과 증오가 녹아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국내 사정도 밝아졌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지적하신 것처럼 하루 속히 분쟁과 미움의 벽이 허물어졌으면 하는데요, 특히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교회가 먼저 화합의 모범을 보였으면 합니다. 더우기 남북분단 극복에 앞서 한국 교회가 하나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대사회적으로도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마는 한국 교회의 연합기구 통합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남북문제도 그렇고 우리 사회 내부도 그렇고 갈등과 분열의 극복은 가장 시급한 국가·민족적 과제입니다. 교회도 예외가 아니지요. 부끄럽게도 한국 교회의 특징을 들라면 ‘갈등과 분열’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 분열상을 보면 목회자의 한사람으로 우리 사회와 기독인들 앞에 민망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 분열의 주역은 모두 목사들에게 돌아갑니다. 오늘 평신도들에게는 교파나 교단은 별로 의미가 없어요. 분열의 당위성이 분명한 것도 아닌 상태에서 나뉘이고, 분열되는 것은 전적으로 목사들의 책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처럼 구성된 교단장들로 이루어진 통합을 위한 기구가 또 하나의 기구가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의 양대 기구로 나뉘어 있는 교회협이나 한기총이 통합하는 문제는 ‘의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당사자들이 이 분열의 상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기득권에 매달리지 않고 통합에 나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쨋던 한국 교회가 하나로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금년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비롯하여 대통령 선거가 있고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해입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국내외적으로 우리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해야 할 해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적 혼란과 분열·대립, 그리고 온갖 부정부패로 사회 기강이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그리스도인들이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요.

금년은 우리나라로서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중요한 해입니다. 대통령 선거와 월드컵 개최는 국운을 좌우할만한 중대사임이 틀림없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역시 우리 사회를 책임질 사람들을 선출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중요한 기회이지요.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올해 우리 사회가 이 과제들을 올바르게 감당해 낼 수 있도록 기도하며 올바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정치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고 또한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을 포기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예리하게 보고 정직하게 선거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지역갈등을 부추기고 연고주의에 편승하거나 값없이 행동하는 그리스도인들과 목회자들이 있는데 제발 어려울 때일수록 교회의 품위를 손상시키지 말고 행동해 주었으면 합니다.

-현재 우리가 해결해야 할 당면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리나라가 지금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치권을 비롯하여 사회 지도층이 지도력을 잃고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도자들이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치지도자들이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정권이 바뀌어도 별로 기대할 게 없다고 정치권을 불신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사회가 이대로 가다가 허무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염려됩니다. 날마다 우리는 ‘뇌물 뉴스’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부정부패에 대해 무디어져 갑니다. 우리 사회는 어느 한 군데라도 성한 곳이 없어요.
고급 공무원과 정치 지도자가 되면 명예와 자존심을 지켜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지도층의 자기 부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급 공무원이나 정치 지도자들은 명예와 자리보전에 급급한 데다 재물까지 가지려는 탐심이 가득합니다. 어떻게 혼자서 모든것을 다 가지려고 합니까. 지도자는 모름지기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고 그것으로 자족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정직한 지도자들을 가지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교계 지도자 역시 아무 힘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우리 교계 지도자들은 날개를 잃어버렸습니다. 교계의 선거문화에서 이미 사회에 약점을 잡혀버렸으니까요. 이제는 사회의 부정에 입을 벌릴 수가 없게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이런 형편이니 어떻게 이 사회를 향해 종교의 도덕적 힘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음란문화로, 사치문화로, 적당주의로, 이기주의로 만신창이가 되어 가는 현실을 보면 누군가 나서야 할텐데 당당하게 나설 사람이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안고 있는 불행이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대응해야 할 그리스도인들이나 교회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데 공감합니다. 신앙이 ‘형식화’되어 가고 세속화의 세찬 바람이 교회에까지 들어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때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먼저 교회는 있는 힘과 역량을 다 사용해서 세속화와 싸우고 선교하는 일에 매진해야 합니다. 그것이 건강한 교회가 추구해야 할 일이지요. 그런데 한국 교회는 내적 갈등과 다툼 그리고 침체된 시대에 맞물려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습니다. 신앙은 자꾸만 형식화 되어 가고 교회 안에는 인간적인 요소들이 가득합니다. 이같은 현상을 ‘한국교회의 위기’라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빨리 건강한 교회로 회복되어 교회 본연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회가 교회의 길을 가지 못하면 그 교회는 병들게 되고 사회로부터 외면받게 되어 있습니다.

-주 5일 근무제와 재택근무로 여가시간이 늘게 되면 교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교회의 대응책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큰일 날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런 시야보다는 오히려 소망적이며 긍정적인 시야로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 문제는 교계가 나서서 시행을 유보하라고 나설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한다 해도 얼마 동안은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되나 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의 환경은 매주 온 가족이 몰려다니며 여가를 즐길만한 환경도 여건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교회들이 토요일 프로그램을 잘 마련하면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가족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많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문제는 목회자들이 나름대로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새해 한국 교회가 중점을 두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2002년은 우리 기독교가 사회에 희망을 주는 해로 기록되었으면 합니다. 범교회적으로는 무엇보다도 ‘기구통합’을 이루어 내는 일에 중점을 두었으면 하고, 개 교회적으로는 교회가 위치한 지역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지역에 동참하고 공감하는 교회로 거듭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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