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다했나 반성하며 한해 마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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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 다했나 반성하며 한해 마감을
  • 승인 2001.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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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 보다도 다사다난했던 해를 마감하는 우리의 마음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21세기 첫해로서 2001년은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건만 미국의 9․11테러 대참사로 세계는 테러공포에 휩싸였고 추가 테러의 공포 속에 우편물 탄저균 테러사건까지 발생, 세계는 긴장 속에서 한해를 보내게 되었다. 문명의 발전 뒤안길에는 인류를 파멸시킬수 있는 복병이 잠복해 있다는 교훈을 남겨준 한해였다.

명확한 상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국가 간의 전쟁 개념에만 익숙해 있는 의식구조에 이번 테러사건은 ꡐ새로운 전쟁ꡑ이라는 규정을 만들어 ꡐ평화ꡑ 문제에 새 과제를 부과해 주었다고 하겠다. 기독교차원에서는 이슬람권 등 타문화권선교에 대한 연구와 대처방안이 주요 과제로 떠 올랐다. 또 한가지 국제적인 이슈로는 미국 등 6개국 과학자들이 ꡐ인간 게놈 지도ꡑ를 완성, 인류생명과학사에 새지평을 열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도의 완성은 의학혁명을 가속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유전자 정보가 차별의 도구로 악용될 우려가 크게 증폭되었다.

국내적으로는 대립과 분열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한해였다. 2월초부터 넉달 넘게 진행된 언론사세무조사는 권력과 언론 간의 갈등을 불러왔고 급기야 정치문제로 번졌다. 신문과 방송간, 신문사간 ꡐ편가르기ꡑ가 표면화돼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활기를 띠었던 남북관계가 파행을 겪으면서 깊은 겨울 잠에 빠져 버렸다.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사이 대형 의혹사건이 쉴 새 없이 터져나온 한해였다.
이런 가운데 한국교계는 별다른 큰 이슈 없이 한해를 보내게 되었다. 남북교회교류도 별 진전을 보이지 못했고, 교단장 ꡐ제비뽑기ꡑ 선거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주목할 만한 이슈가 없었다. 그러나 교파의 분열을 넘어 ꡐ하나의 목소리ꡑ를 내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인 흐름으로 평가할만하다. 주요 개신교단 대표들이 12월17일 ꡐ연합과 일치ꡑ를 위한 협의회를 만든 것이다. 이 협의회는 예장통합과 합동 그리고 감리교 등 주요 22개 교단대표 등 실질적인 지도자들이 대거 참여했고, 이 모임을 준비해온 단체가 기독교 개혁그룹으로 적지 않은 신망과 영향력을 행사해온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이같은 움직임이 본격화된 계기는 ꡒ달라진 세계 속에서 한국교회도 달라져야 한다ꡓ는 목소리가 교계내에서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또 ꡐ한목협ꡑ이 그같은 시대적 필요성에 부응해 서명대회와 정례기도회 등을 통해 목소리를 모아온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결실을 이루기 까지는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ꡐ하나된 교회ꡑ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어서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급변하는 국내외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함으로써 시대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 취업난으로 인한 대학가의 한숨소리, 보수와 진보의 대립, 정치의 표류, 교실의 붕괴, 무질서와 혼돈을 바라보며 교회가 떠 안아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힘을 모아가야 한다. 그런대로 무사히 한해를 넘겼다고 안도할 때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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