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원’ 맥락에서 범교단적 차원 사회복지 활동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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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구원’ 맥락에서 범교단적 차원 사회복지 활동 절실
  • 표성중
  • 승인 2009.01.2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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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사회복지 과제는 무엇인가

지난 2007년 한국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가 펴낸 ‘한국기독교사회복지총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사회복지기관 및 시설의 약 80% 이상을 개신교와 가톨릭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가톨릭이 운영하고 있는 시설을 제외한다면 한국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기관 및 시설은 약 60%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결과는 우리사회의 사회복지 영역에서 한국교회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다.

역사적으로 사회복지와 함께 걸어온 한국교회는 지난 2002년 한국교회사회사업학회가 창립되고, 2005년 한국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를 중심으로 ‘기독교사회복지엑스포’가 개최되고 연대 차원의 사회복지 활동이 본격화되면서부터 사회복지 활동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교계 기관 및 교단, 교회들은 사회복지 원칙과 효율성까지 고려하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사회복지 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사회복지 활성화를 위한 재정과 인력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이러한 적극적인 사회복지 활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로부터 단순한 구호적 수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실정이며, 범교단적인 사회복지 활동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보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기독교 사회복지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의 사회복지 현황 및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앞으로 실천해야 할 사회복지 활동의 방향성을 제시해본다. <편집자 주>


# 교단 차원의 사회복지 활동 현황

사회복지 활동은 우선적으로 지역주민의 욕구에 맞는 전문적인 장치를 구축함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이를 기초로 사회 속에서 다양한 사회복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19일 기윤실 사회복지위원회는 백주년기념관에서 ‘2008년 교단별 사회복지 중점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구세군의 경우 모든 교회에서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지역사회복지센터를 병설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제적, 정신적 자립 및 자활 능력을 키워주고, 복지사각 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지난해 경제악화로 인한 대량 실직과 더불어 사회빈곤 계층의 증가 및 노숙인 발생으로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세군이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사회복지 사업은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에 따른 노인복지 사업, 실직자(노숙인)를 위한 재활 및 자활지원 사업, ARC(마약, 알콜환자, 재활지원)사업 등이다.


▲ 한국교회희망연대가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교회 전체적으로 이같은 사회복지 활동이 필요하다.
전국 1,500여개 이상의 사회복지 시설 및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회선교 및 사회복지의 원활한 사역을 위해 3개 부서에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사회선교국은 사회복지 정책의 방향성과 대사회적인 면에 있어서의 선교활동에 대한 전체적인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사무국의 시설장협의회에서는 전국의 사회복지 시설 및 센터를 관리하고 있다. 또한 고아원, 양로원 등 일반적인 사회복지 활동은 평신도국의 복지담당기관에서 전담하면서 지역주민의 욕구에 맞는 사회복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예장통합의 경우 사회봉사부 산하에 사회복지위원회, 발달장애인선교연합회, 전국은퇴목사회, 농아선교후원회 등 13개의 사회복지 기관을 두고 보다 전문적인 사회복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정책 프로그램 개발 사업으로 장애인 차별금지법 지침서 제작진 모임을 지속적으로 갖고 있으며, 사회복지현안에 대한 다양한 세미나 및 토론회 등을 개최하고 사회복지 활동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 밖의 기성이나 예장합동정통도 사회복지 시설의 방문 및 자원봉사자 교육, 사회복지 운영을 위한 전문자격 교육, 사회복지 세미나 개최를 통해 지역사회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다양한 복지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교단적 차원의 사회복지 활동을 위한 조직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 한국교회 복지 활동 무엇이 문제인가

하지만 이러한 한국교회의 사회복지 활동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해 사회는 한국교회에게 ‘C-’라는 낮은 신뢰점수를 부여했다. 그리고 사회는 한국교회가 낮은 사회적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봉사 및 구제활동’(47.6%), ‘윤리와 도덕 실천운동’(29.1%), ‘환경, 인권의 사회운동’(12.5%) 등을 제안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에서 60% 이상의 사회복지기관 및 시설을 운영하며, 사회복지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아직도 사회로부터 사회복지 활동이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사회봉사의 취약점을 지적당하고, 복지적 차원의 신뢰를 받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기독교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한국교회가 전체적으로 사회복지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 사업도 교세 확장, 시설확충, 물량적 교회성장에 우선을 두고 있어 지역사회가 직접적으로 원하는 복지 활동이 등한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교회들이 사회복지 활동을 전개한다 할지라도 자신의 힘만으로는 체계적인 사회복지 활동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사회복지 활동이 형식적이고 종교행사의 일환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대형교회의 경우 대사회적 복지활동을 전개하면서 지역사회에 많은 보탬이 되고 있지만 한국교회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여전히 미약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한국교회의 사회복지 현실에 대해 서울대 최성재교수는 “교회의 사회복지 사업은 반드시 자기 교회 내에서 자기 교회의 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한국교회는 개교회주의가 지나칠 정도로 심한 것 같다. 개교회주의적 생각을 할수록 소규모 교회나 재정 능력이 약하거나 재정능력이 거의 없는 교회는 사회복지 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유장춘교수(한동대)도 “교회 안의 사람들을 위한 봉사는 있어도 교회 밖의 이웃을 향한 대외적 봉사는 매우 형식적이거나 빈약한 상태이며, 예배와 절기 등 종교행사에 머물고 있을 뿐 지역 주민의 실생활에까지 연결되지 않고,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선교보다는 현실안위주의적인 타협에 급급한다는 것 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복지 사역 위한 예산확보 시급

하지만 한국교회의 사회복지 예산이 교회 전체 예산의 10%도 되지 않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2007년 발행된 한국기독교사회복지총람 자료에 따르면 71.4%의 한국교회가 전체 예산 중 사회복지 활동에 10% 미만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20%이상을 사용한다는 교회는 고작 8%에 그쳤다.


예장통합의 경우 지난 1970년대 초반부터 ‘사랑의 현장갖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교회예산의 10%를 사회복지 활동에 사용할 것을 권장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한국교회 전체로 봐서는 10%의 예산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교역자 생활비, 교회유지비, 건물건축, 선교 등이 예산 편성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교회 밖에 사용하고 있는 예산을 너무 적게 책정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더군다나 지역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교회는 대사회적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교회재정의 10%이상을 사회복지 활동에 사용해야 한다.


부산기독교사회책임 나영수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에 법정 최저생계비인 43만5천원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한 달의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절대 빈곤인구가 1천만 명이 넘고 있으며, 노인 인구도 2020년에 전체 인구의 14%(6백80만 명)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학대받는 어린이들도 45만 명에 달한다. 중증장애인도 40만 명 이상이 치료받고 있으며 쉴 곳이 없다”며 한국교회가 사회복지 예산을 늘려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한국교회는 사회복지 사업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필요한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교단은 먼저 재원 및 예산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교회의 경우는 헌금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범교단적 차원의 복지 활동 필요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사회복지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먼저 개교회나 교단의 조직간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교회와 교단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 전체가 신뢰를 받는 것이다. 각 교단은 현재 사회복지 활동을 위한 다양한 조직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사회복지 체계를 사회복지기관 못지않게 잘 조직해놓은 개교회도 많다.


이러한 개교회 및 교단의 조직들이 개교회주의, 개교단주의에서 벗어나 서로 유기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도모하고 의사소통 및 정보의 교류를 통해 연합 차원에서의 사회복지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또한 각 교단이 관리하고 있는 사회복지기관 및 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복지 활동보다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복지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에 속한 교회들은 지역사회 기관들과의 지속적인 연계활동을 통해 지역사회를 위한 복지프로그램을 계발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다. 사회복지 활동이 단순한 구호성 차원의 활동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한국교회는 보다 전문적인 인력을 양성하거나 채용해야 하며, 교회내 사회복지 활동 종사자들이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사회복지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일반 사회의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교회의 사회복지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최성재교수는 이를 위해 목회자의 사회복지 사업 수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 성도들의 사회복지사업 참여에 대한 이해, 개교회주의 의식 탈피, 전문적 계획과 실천의 필요성 인식, 교회 개방, 사회복지 사업의 선교효과 인식 등을 개교회의 사회복지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국교회가 사회복지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복지에 대한 분명한 신학적 의식과 신앙적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사회복지 활동에 대한 필요성의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2009년 한국교회가 사회 구원이라는 큰 맥락에서 사회복지 활동을 전개해 나간다면, 실추된 한국교회의 위상은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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