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간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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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간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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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0.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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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목사<예장통합 기획국장>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표현이 있다. 아마도 경우가 바르고 착해서 법의 테두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올바르게 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어느새 이런 표현이 우리들의 대화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 은근한 야유이거나 빗대 놓고 비판하는 소리로 들릴 지경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다른 말로 하자면 능력이 없어서 경쟁에 이기지 못하는 사람, 혹은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살아남을까 말까 한 세상에서 늘 도태되는 사람을 말하는 표현으로 변질되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만큼 세상은 각박해지고 있다. 세상만 각박해지는 것이 아니라 교회도 세속화의 물결을 타며 각박하게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의견 대립이나 이권 다툼 생기는 것을 몹시 부끄러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의견대립이나 이권다툼이 있을 때라도 혹시 그런 시끄러운 소리가 교회 담장  을 새라 쉬쉬하며 함께 기도하고 말씀 가운데서 해결점을 찾던 시절이 있었다.

교회 안의 어른이 말씀하시면 고개를 조아리고 들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엔 교회의 분란을 사회 법정으로 가져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교회 안에서의 시시비비가 사회법정에서의 판결에 의존한다는 것을 상상 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신앙 공동체인 교회도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시비를 가려야 할 일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해결방법을 어떻게, 어디서, 누구와 함께 의논하고 찾느냐는 그야말로 신학적이고 신앙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들은 교회의 문제들을 말씀 안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반성해 본다. 바울 사도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만일 우리가 성령으로 살면 또한 성령으로 행할지니 헛된 영광을 구하여 서로 노엽게 하거나 서로 투기하지 말지니라.”(갈라디아 5:25-26)

기독교 대한 감리교가 감독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교회재판법과 사회재판법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후보자격 정지 가처분’이라는 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느니, 내부 의견이 최우선이라느니, 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

사회 법정의 도움이 절실할 정도로 교회 안에서의 하나님의 공의는 사라졌는가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사건이다. 너무도 명백한 윤리적 문제 임에도 억지로 눈감는 행태는 없는지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직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안ㅎ는 강 같이 흐르게 할 지어다”고 한 아모스 선지자의 외침이 교회 안에 울려 퍼져야 할 것이다.

사회법정이 내려주는 가처분 결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성령의 놀라우신 역사하심으로 모든 기독교 지도자들이 진정으로 회개하는 계기가 되어지기를 기도한다.

더 이상은 분쟁의 해결점을 사회법정으로 가서까지 찾지 않기를 바란다. 이 말은 사회법이 요구하는 것보다도 교회의 전통이,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말씀이 더 큰 권위와 더 철저한 윤리를 요구하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교회의 전통을 오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특별히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아전인수 격으로 여기저기 갖다 붙이는 일은 이제 그만 해야겠다. 교회 안에서의 분쟁 해결의 노력이 교회 정치에 의해 휘둘리고, 윤리나 도덕적으로 설득력을 잃을 때 교회의 문제들이 교회 담을 넘어 사회법에 호소하게 되기 때문이다.

교회법이 제 역할을 다해주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한편 우리가 이런 법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충실하기를 더욱 바란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폐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마태복음 5장 17절)는 예수의 말씀이 새롭게 새겨지는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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