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실행부위원회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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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 실행부위원회 '파행'
  • 공종은
  • 승인 2008.10.0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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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회장 폐회선언후 퇴장 '내분 격화'

2명의 감독회장 당선자를 배출하면서 혼란에 휩싸인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지난 2일 실행부위원회를 개최했지만 양측의 극한 대립으로 파행을 거듭했다.

이날 실행부위원회는 오는 29일 총회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회의였지만, 예배 후 안건 처리를 위한 회순 채택을 두고 의견이 1시간여 이상을 대립,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신경하 감독회장이 폐회를 선언하고 퇴장했다.

실행부위원회는 박상혁 감독이 “이번 선거 결과 2명의 감독회장이 탄생했다. 이것을 정리하는 일이 가장 우선적이다. 논의하고 진행하자”며 긴급 동의안을 제의,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됐다. 이에 대해 신 감독회장은 “상정된 안건을 먼저 처리하고 나중에 감독회장 문제를 처리하자”며 맞서 1시간여 이상을 팽팽하게 대립했다.

김기택 감독과 이종복 감독 또한 “지금은 회순을 채택하는 순서이니까 회의 순서대로 진행하고 나중에 기타 안건에서 다루면 된다. 감사보고와 내회 총회 장소를 다룬 다음 감독회장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지만, 구동태 감독과 박상혁 감독 등은 “긴급 동의안은 심의 중인 안건을 보류하고 이 안건부터 심의하게 돼 있다.” “감리교회를 사회에 바칠 것인가. 사회법보다 장정이 우선이며, 장정을 무시하는 감독회장은 인정할 수 없다”면서 신 감독회장을 압박했다.

고성과 비방이 1시간여 이상을 오고갔으며 이견의 거리도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신 감독회장은 “교회법을 준수해 왔으며 신앙양심에 거리끼는 일이 없었다”고 말하고 “이대로는 실행부위원회의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하므로 폐회한다”고 선언,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신 감독회장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일부 실행위원들은 “동의 없는 폐회는 무효”라고 주장, 각 연회 감독들로 하여금 3시까지 사태를 수습해 줄 것을 요청했다. 회의장은 삽시간에 혼란에 휩싸였고 30여 분에 걸친 감독회의 결과 “신경하 감독회장의 폐회 선언은 적법하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보고, 실행부 위원 1/3 이상의 요청으로 임시 실행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김진호 감독이 “신 감독회장이 불법으로 폐회를 했다고 해서 우리까지 불법을 저질러서는 안된다”면서 “임시의장을 선출해 실행부위원회를 속회하는 것은 또 다시 법을 어기는 것”이라며 폐회를 재차 주장했지만 결국 임시 실행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임시 실행위원회 개최에 대해서도 의견은 분분했다. 초반에는 다음 임시 실행위에서 감독회장 문제를 긴급 동의안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다루자는 의견이 힘을 얻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임시 의장을 선출해 회의를 계속 진행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결국 실행부 위원들은 남아있는 30여 명의 회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임시 실행부 위원회를 개최하기로 결정, 한정석 감독을 임시 의장으로, 최승일 감독을 임시 서기로 뽑아 회의를 진행했다.

임시 의장이 회의 속회를 선언한 것이 오후 4시 13분. 박상혁 감독이 감독회장이 2명이 선출된 문제를 정리하자고 긴급동의, 신경하 감독회장이 선거관리위원장이던 장동주 감독을 직무 정지시킨 것은 불법이며, 따라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인정한 것만 합법적인 것이고,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받아들인 것도 불법이라는 두가지 안건을 가결했다.

한정석 감독은 실행부위원회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실을 다시 확인시키는 한편 김국도 목사가 감독회장에 당선됐다고 선언함으로써 감리교 사태는 갈수록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경하 감독회장은 총회 실행부위원회와 관련, 감리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감독회장의 위치에서 말을 삼가려고 했지만 불가피하게 한 말씀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어색하게 게시판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며 글을 시작했다.

신 감독회장은 폐회 선언에 대해 “특정한 입장을 지닌 위원들의 집단적 의사 진행 방해로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해 졌으며, 회의에 책임을 진 의장으로서 분명히 뜻을 밝힌 후 폐회를 선언했다”면서 “폐회는 폐회이며, 동의절차는 다만 시비거리 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그 이후 결정된 사항들에 대해서도 “한정석 감독을 앞세워 여러 가지 결의를 했지만, 감독회장으로서 그 결과를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여러 입장도 이해하지만 그것은 법외(法外)의 행위에 불과하다”고 못박았다.

현직 감독들과 취임하지 않은 당선자들에 대해서도 “감리교회의 중심이고 지도자들”이라면서 신중히 판단하고 자중자애할 것을 당부하고, 감리교회 기관지인 기독교타임즈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보도와 편향된 입장이라면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회장은 “제가 지키려는 것은 교회법이고 감리교회의 질서이며 사회로부터 존중받는 교회의 거룩한 위상”이라고 말하고, “지금은 논쟁을 하거나 물리력을 고집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하루속히 지혜를 모아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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