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학을 찾아- 125주 맞은 미 칼빈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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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대학을 찾아- 125주 맞은 미 칼빈대학
  • 승인 2001.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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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구속역사의 체계화’에 주력

성경의 창조 기사를 통해서 우리가 읽는 것은 창조 세계 전체에 미치는 하나님의 주권, 창조의 선함, 그리고 인간을 향하신 하나님의 기대이다. 창조 기사를 통해서 우리는 “모든 것은 내 것이다”라고 주장하시는, 구체적으로 현실화된 하나님의 주권을 접할 수 있게 된다. 창조세계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완전한 지혜에 따라서 그 분께서 원하시는대로 창조되었다.

하나님의 세상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대로 되니라”(창 1:7, 9, 11, 15, 24, 30)라는 과정을 따라 “좋았더라”또는 “심히 좋았더라”라는 (창 1:4, 10, 12, 18, 21, 25, 31) 하나님의 판단과 같이 창조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세상 안에 인간을 자신의 형상으로 지으시고 모든 만물을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축복의 명령을 주셨다. 창조세계 전체를 향하신, 특별히 창조세계 전체를 자신의 뜻에 따라 다스릴 인간을 향하신 하나님의 기대하심이 여기에 절실하게 나타난다.

기독교 학문은 성경이 가르치는 이러한 세계관 안에서 정립된다. 창조 세계에 대한 이러한 성경의 가르침은 선한 창조세계 안에서 인간의 위치와 마땅히 해야 할 사명을 일깨워준다. 그것이 바로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목적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 따라,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창조 세계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스리고 정복할, 현대 언어로 표현하면 관리할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순종해야 할 원래의 의무였다.

죄로 인한 타락으로 말미암아 인간의 이러한 사명과 의무는 불가능해졌다. 인간의 타락 이후 구원에 이르는 성경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가운데 개인 인간이 구원을 받는데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그리고 구원을 위한 은혜가 강조되면서 원래 창조의 선함이라는 개념은 많이 약화되었다. 그러나 인간 본래의 가치, 위치, 사명은 반드시 창조 세계라는 배경 안에서만 찾을 수 있다. 이와 동일하게 구원된 개인과 교회는 창조 세계로부터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한 창조 세계를 하나님께 화목해 가는 과정 안에서 그 본래의 위치를 발견하게 된다 (골 1:15~20, 엡 1:20~23).

따라서 구원이란 타락한 인간을 대체하는 새로운 창조가 아니라, 망가진 하나님의 형상을 새롭게 하나님께 “화평시키고” “화목케”하는 것이다(골 1:20). 구원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원래 창조하셨던 바의 인간의 모습을 완성시켜 가신다.

기독교 학문의 의미
그렇다면 기독교 대학과 기독교 학문이란 무엇인가? 대학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모든 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성적인 작업을 수행하고 교육하므로 삶에 필요한 지도자를 양성하는 지적인 장소이다. 기독교 대학은 이와 같은 목적을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수행하는 곳이다. 기독교 대학은 모든 학문적인 작업을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기초 위에 세운다. 이러한 기초는 복음의 전파를 통해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회복해가는 과정에 있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든 활동을 하나님께서 주신 원래의 뜻에 순종함으로 기독교적인 학문을 정립하도록 기독교 대학에 요구한다.

하나님께서 창조 세계를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축복의 명령을 인간에게 주셨을 때 그 명령은 영적이고 종교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이 창조 세계 안에서 행하는 모든 활동, 즉 그의 생각, 판단, 결정, 계획, 말과 행동을 포함하는 매우 포괄적인 명령이었다. 이러한 모든 활동에는 하나님을 올바로 경배함과 동시에 어떻게 살아가는 가를 포함한다. 이러한 성경 이해는 영적인 것은 선한 것으로 세상적인 것은 악한 것으로 이원론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성경은 창조세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하나님의 주권 아래 둠으로 마땅히 하나님의 뜻에 순종함으로 이해하고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사실 인간 자체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영적인 존재인 것과 같이, 이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성경의 표현으로 하면 만물이 하나님에 의해서 창조된 영적이고 종교적인 존재이다.

기독교 학문이란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인이 건전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학문적인 사고의 바탕을 마련하는 곳이다. 삭개오에 대한 성경의 기사는 한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서 얻은 구원이 그의 삶에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좋은 예를 보여준다.
세리장과 부자인 삭개오에게 있어서 돈은 그의 삶을 지탱해주고 그의 삶을 성취시키는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이런 그가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주겠사오며 만일 뉘 것을 토색한 일이 있으면 사 배나 갚겠나이다”(눅 19:8)라고 말한 것은 그의 사고체계와 경제적인 삶의 원칙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였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간 삶의 한 부분인 경제적인 삶에 대한 예이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 활동의 모든 부분에까지 연장되어야 한다. 기독교 학문은 그리스도인의 삶 안에 이러한 구체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사고의 체계를 기독교적인 기초 위에 연구하고 가르치는 작업이다.

칼빈대학의 예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도록 요구하고 유도하는 기독교 학문의 한 예를 칼빈대학으로부터 소개해 본다. 칼빈의 철학 교수인 리 하디는 그들의 “과거 기독교 기초 과목이 미디어와 정보산업에, 북미에 편만해가는 문화의 다양성에, 그리고 세계화되어 가는 추세에 있는 사회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전제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신앙을 그러한 세계의 삶에 실현해서 살아가도록 도울 교과과정 수정을 변호하고 있다.

새로 개편되어 시행될 교과과정은 1학년 학생들에게 정보산업(IT)에 대한 과목을 요구하는데 그 과목을 통하여 학생들은 일정 수준의 컴퓨터 능력을 키울 뿐 아니라 정보산업과 관련해서 생기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기독교 신앙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세계화되어 가는 사회에 적응하여 학생들이 건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살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도 과목을 개설한다. 이 과목은 단순히 이론을 가르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학생들로 하여금 실제적으로 자신의 문화와 다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요구한다. 1월 학기를 통해서는 여러 외국에서 이 과목을 개설하므로 학생들이 다른 문화권에서도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구체적인 훈련을 쌓게 한다. 이러한 기독교 기초 과목들은 “기독교 사고의 형성"이라는 기초 교재에 근거해서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창조-타락-구속의 역사를 가르치는 성경의 이해, 세계관, 그리고 구체적인 신앙고백을 근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과목을 통해서 학생들은 기독교 신앙이 윤리, 정치, 경제와 정보산업에 구체적으로 접목되는 것을 깨달으며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 사고체계를 형성한다.

기초 과목을 수강한 1학년 학생들은 2학기에 “준비과목”(Prelude course)을 듣게되는데 이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칼빈대학이 추구하는 개혁신앙의 삶과 문화와 학문에 접목하도록 유도한다. 건강, 자기 훈련, 직업, 그리스도인의 책임있는 자유, 문화적인 안목 등에 관해서 강의하고 토론한다. 이러한 기독교 기초 과목이 다루는 기본적인 주제들은 2-4학년에 이르러 각각 전공의 강의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어지며 삶에 적용되도록 유도한다.
기독교 학문은 그리스도인이 갖는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이 학문적인 작업을 할 마땅한 자세이며 하나님께서 기독교 대학에 요구하시는 학문의 내용이다. 기독교 학문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독교계에는 이런 작업을 하는 많은 기관들이 있다. 그 좋은 예로 미국의 CCCU(Council for Christian Colleges and Universities)를 들 수 있다.

지난 1976에 설립된 이후 현재 150여개의 기독교 대학이 멤버로 적극적인 활동하고 있다. 그 대표단이 지난 11월 9일에 백석학원의 천안 캠퍼스를 방문하여 천안대학과 천안외대가 수행하고 있는 기독교 대학과 학문에 대해서 토의하였다. 또 하나의 예는 IAPCHE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Promotion of Christian Higher Education)이다.
기독교 고등교육을 권장하고 그 리더쉽을 형성함을 돕는 이 기관은 개혁신학을 기초로 한 기관으로 전 세계에 걸쳐서 네트웍을 형성하고 있다.

심재승교수(백석학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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