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대접받기 원하면 타 종교 먼저 대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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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대접받기 원하면 타 종교 먼저 대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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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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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복목사<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 공동의장>


불교계의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에 대한 저항운동이 심상치 않다. 시청 앞 10만 집회를 시작으로 전국 1만 사찰에서 법회를 통해 반 이명박 집회를 가졌다. 그리고 이제는 전국을 돌며 반정부 집회를 가질 태세다. 이러한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정말 이명박 대통령은 사과를 할 것인가? 어청수 경찰청장을 경질할 것인가? 정국의 흐름이 자못 엄중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번 사태의 전개를 지켜보면서 몇 가지 바로잡아야할 것들이 발견됐다. 첫째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개신교인이 아니라 가톨릭, 즉 천주교회의 독실한 신자라는 것이다.

어청장이 은평경찰서장으로 근무했을 때, 경목위원회(개신교) 경승위원회(불교)에 이어 경신위원회를 조직해 신부님들을 통한 인간 구원, 특히 경찰관의 교화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어청장이 개신교 경찰복음화 집회의 포스터에 자신의 얼굴을 건 것은 개신교든 불교든 천주교든 경찰들이 종교를 통해 순화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자기 종교를 위한 포교활동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물론 총무원장의 승용차를 뒤지는 무례를 범한 것에 대해 어청장은 경찰의 수장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가톨릭의 추기경과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등 종교계 지도자들에 대한 예우는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그 분들이 특권층이라는 말이 아니라 존경해 드릴 때 우리 사회가 갈등과 위기에서도 파국으로 가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청장은 오늘의 사태에 도의적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두번째 오해는, 목사님들의 청와대 출입문제이다. 이 점에 대해 스님들이 꿈도 꿀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보수적인 목사님들이 큰소리로 항변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스님들이 청와대에 열심히 드나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와대 경내에 조그마한 불상을 세웠는데 김영삼 대통령 때 철거됐다는 것이다.

불교 신자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사찰에서 불공 드리는 것이 여러 가지로 불편하니까 스님들을 청와대로 모신 것이라고 한다면, 개신교 신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주일성수를 위해 목사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예배 드리는 것은 허용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논리이다. 일리가 있다고 본다. 상대방을 서로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서울시를 하나님께 바친다든지, 다른 종교를 폄하 내지 제거해 버려야 할 존재로 말하는 언행은 우리 모두가 극도로 자제해야 할 점이라고 본다. 내 믿음이 소중한 것처럼 다른 이들의 신앙도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 믿음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은 다종교 다문화 사회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셋째로 성시화 운동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다. 칼빈이 신정정치로 제네바시를 4년 간 통치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교수형·참수형·화형에 처해 졌는지를 기억한다면, 이를 오늘에 재현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범죄를 줄이고 마약, 사기, 폭력 등이 사라지는 의미의 성시화는 용납할 수 있어도 기독교도로의 개종을 강요하는 성시화는 자칫 종교 분쟁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상대를 인정하라.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대접하라”(마 7:12)는 예수 그리스도의 황금률에 오늘 우리의 답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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