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선교와 세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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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선교와 세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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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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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목사<서초교회>


지금으로부터 4년 전 2004년 9월 3일, 러시아 연방 북(北) 오세치아 공화국의 베슬란이라는 도시에는 초등학생과 학부모 3백여 명이 희생된 참혹한 테러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을 시발점으로 오세치아 민족은 잔혹한 현대사에 이름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4년 후, 오세치아라는 이름은 그루지야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을 통하여 두 번째로 세계사에 등장한 듯하다. 한때는 카프카즈산맥의 맹주였던 전사(戰士)의 민족이요, 전통과 어른을 존중하는 문화 민족이 바로 알라니아(오세치아) 민족이다.

소련 공산당 시절에 오세치아는 남과 북으로 나뉘면서 북 오세치아는 러시아연방에, 그리고 남 오세치아 영토는 그루지야공화국에 속하게 되었다.

그 때는 모두가 소비에트 연방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그루지야가 러시아에서 독립하면서부터 문제는 심각해진 셈이다. 그루지야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했다고 해서, 남 오세치아 사람들이 조상대대로 살아온 땅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러시아와 오세치아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지니고 살아온 것이다.

2005년 겨울. 블라디카프카즈 교외 어느 곳에서 오세치아 민족 대표자 회의가 열렸다. 오세치아 민족 대표자들이 한 곳에 모여서 남 오세치아의 미래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들은 그루지야에서 동족이 당하고 있는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오세치아 민족으로 하여금 그 땅에서 떠나게 하려고, 그루지야는 남 오세치아 지역에 전기와 수도를 끊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조상대대로 물려온 땅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장차 언젠가 그루지야와 전쟁을 하게 될 경우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그들은 고대사의 부족 회의와 같은 모임을 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그들이 예감하던 전쟁 소식이 그로부터 3년 뒤인 2008년 한 여름에, 베이징 올림픽 뉴스와 함께 온 세상에 전파되고 있다. 글로벌시대의 언론은 러시아와 서방 세계 사이 다양한 역학 관계 속에서, 국제 유가나 에너지 문제라는 경제적 시각에서 이 전쟁을 바라보는 듯하다. 그런데 그 때 그 회의에서 오세치아민족 대표자들은 석유나 에너지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그들은 자기 민족이 당하고 있는 고통과 조상들이 물려준 땅과 관련해서 당연히 치러야 할 전쟁(just war)에 대해서 의논하고 있었다.

슬라브족의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정교회라는 기독교적 정체성을 지녀왔다. 그런데 카프카즈산맥 일대의 많은 민족들은 페레스트로이카 이후로 이슬람의 강력한 영향권에 들어온 듯하다. 그 많은 민족들 중에서 오세치아는 기독교 분위기가 강한 민족이다. 어쩌면 기독교와 이슬람 사이 비교적 온건한 접촉이 가능할 듯이 느껴지는 곳이 바로 그 오세치아공화국이다.

2004년 9월 베슬란에서 테러가 일어날 당시 러시아연방은 그 사건이 러시아연방에 속한 소수 민족들끼리의 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전쟁은 다른 모든 것을 전쟁의 흐름 속으로 휩쓸어가고 만다.

시작은 민족 간의 오래된 증오심이나 사소한 영토 분쟁 같은 것인데, 전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종교 전쟁과 같은 양상으로 발전해갈 수 있다. 일단 종교 전쟁이 되면, 영혼과 육신과 삶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전쟁을 하게 된다.

전쟁과 승리가 종교의 우월성을 증명한다는 사고방식으로는 그리스도의 평화를 이루어갈 수 없다. 그 때 예루살렘 성에서 벌어진 십자가 전쟁에서 하나님의 아들은 철저하게 패배했고 붙들렸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말았다.

강력한 세상 권세는 하나님과 율법과 민족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아들을 패배시켰고 죽였으며, 그들이 승리한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며칠이 안 되어 그들의 승리는 인류 최악의 패배요 죄악인 것으로 나타나고 말았다.

우리는 이제 힘과 승리보다는 진리와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며 세계 선교에 임해야 한다. 선교 메시지의 중심적인 위치에 세계 평화에 대한 진지한 내용들이 자리잡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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