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공영성
상태바
방송의 공영성
  • 운영자
  • 승인 2008.07.23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성돈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MBC PD수첩이 부분적이지만 공개적인 사과를 하였다. 사과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정도일 것이다.

먼저는 다운너(Downer)라고 하는 ‘주저앉은 소’를 광우병이라고 일반적으로 몰아붙인 것이고,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이 광우병이라고 한 것 등이다. 이 오보들에 대해서 그들은 교묘히 영어 번역에 의도성을 넣어 아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이러한 결과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수백만의 인파가 모여 도심에서 시위를 하고 대통령이 두 번의 대국민 사과를 하는 일들이 벌어졌는데 그 시작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방송 프로그램이 그 만든 사람들에 의해서 왜곡되어진 것이었다.

물론 PD수첩 측에서는 그러한 것들은 일부분이고 전체적으로는 옳은 것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방송의 편의를 위해서 약간의 의도를 넣은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온 국민 앞에 열려 있는 공영방송에서 그러한 태도가 옳은 것일까. 물론 자기들끼리 보고 마는 사적인 동영상이었다면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MBC는 그들이 말하는 공중파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그에 맞는 책임 있는 태도를 가져야하는 것이다.

좀 다른 경우를 이야기해 보자. SBS 스페셜에서 ‘신의 길, 인간의 길’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해서 기독교계가 발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수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그 근본을 흔들어 놓았으니 당연한 것이다. 더군다나 무슨 대단한 근거가 있는 것처럼 꾸며서 사람들이 볼 때 믿음직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 의도를 보면 근본은 아닌데 기독교인들이나 이슬람교도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종교를 꾸며서 오늘날 이렇게 싸움질이나 하면서 인류에 죄악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방송인들이 종교인들에게 그렇게 믿는 것이 아니라고 한 수 가르쳐 주신 것이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 역시 PD수첩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본다. 자신들은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지만 왜곡되어진 부분들이 나타나고 사실에 덧붙여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의도가 엿보기이고 있다. 아니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해 보자면 우리 개신교에 시비를 붙여서 온 국민들에게 싸움 구경을 시켜주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인다.

세상에 싸움 구경보다 더 재밌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방송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는 알지 않겠는가.

바로 이 프로그램의 의도는 필자가 볼 때 프로그램 자체의 내용 전달보다는 바로 이 싸움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근데 좀 더 아쉬운 부분은 한국교회가 이들의 의도에 말려들어 갔다는 것이다. 이 방송이 나오기 전부터 흥분해서 팔을 걷어 붙였고 끝내는 실력 행사로 마지막 방송에서 2분 30초간의 반론 시간을 얻어내었다. 그리고 아쉬운 듯 각 언론매체를 통해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 국민들이 역시 그것이 진리라고 생각할까. 아니 역시 개신교는 싸움을 잘하는 구나라고 생각할까.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차분히 생각해 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만들어 보아야한다. 계속 이렇게 일이 생길 때마다 몇 만 명의 교인들을 끌고 방송국으로, 시청 앞으로 돌진해 갈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왜 개신교는 물 밑에서 그런 일들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왜 천주교는 마치 남의 일 인양 조용히 있는지 분석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을 때 전문적인 지식으로 조언해 주고 대책을 마련해 줄 수 있는 평신도 전문가들을 육성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아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촛불집회에서 우리는 똑똑히 보았으리라 믿는다.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지금 이 한국교회에 절실한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