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노동자 위한 의료지원 개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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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 위한 의료지원 개선 시급하다"
  • 정재용
  • 승인 2008.07.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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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유일 외국인전용의원 4주년에 돌아본 의료실태
불법체류자 위급해도 병원 찾기 어려워
다인종ㆍ다민족ㆍ다문화시대 준비해야

▲ 언어소통 등의 문제로 중국동포와 타국 환자의 분포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들만을 위한 병원인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설립자:김해성목사)이 지난 11일 4주년을 맞으며 그동안 13만여 명의 환자를 무료로 진료해줬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국내체류 외국인 100만 시대를 넘어 외국인노동자만 50만에 이르는 지금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의료시설과 지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절반이 넘는 26여만 명에 이르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은 가벼운 질병조차도 제대로 진료받기 어려운 형편인 것으로 알려져 관련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 외국인노동자 현황

외국인 100만 시대는 주민등록 인구의 2%를 넘는 수치로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시대가 이미 우리나라에도 도래하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와 인력송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국가는 필리핀, 베트남, 몽골, 태국,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캄보디아, 중국, 방글라데시, 네팔, 미얀마, 키르키즈스탄, 동티모르 등 15개국으로 4년 전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 이후에만 16만여 명이 입국했다.

특히 인천과 안산의 대규모 공단지역을 비롯 김포와 의정부, 동두천, 성남, 광주, 곤지암, 이천 등 수도권 산업단지가 이들의 주요 근무지이며, 부산과 대구, 천안, 전주 등의 대도시 주변에도 적잖은 숫자가 거주하고 있어 이제 외국인노동자들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200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제 결혼율이 13.6% 이르러 여덟 쌍 중 한 쌍이 외국인과 결혼을 하고 있어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시대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는 단지 수적인 증가만을 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3D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제조업 등의 1차 산업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이제 어느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형태로 발전해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50%에 이르는 불법체류자들을 숙련공으로 환영하는 기업들과 절반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는 외국인여성 노동자비율은 단지 힘과 체력만을 요하는 단순 업무뿐 아니라 기술과 숙련을 요구하는 다양한 직종에 분포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를 입은 한국인 노동자는 90,147명으로 이 중 2,406명이 숨져 사망자는 하루 평균 7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의 사망자가 산재사고 사망자의 8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알 수 없는 재해규모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한국인보다 더 위험한 일을 하고 있고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보험 가입을 회피하는 기업주들이 많은데다 불법으로 고용된 노동자들에게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재해 실태조차도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한 외국인노동자 관련기관의 실무자는 “2006년에만 3,406명이 업무상 재해를 입어 보험혜택을 받은 것으로 비공식 집계되고 있다”며 “외국인노동자들의 산재보험 가입 현실을 볼 때 보험혜택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더 많은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 숫자가 얼마가 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런 우려는 외국인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 중국동포는 건축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다가 못에 발이 찔렸지만 병원에 갈 수 없어서 제대로 된 소독도 한번 받지 못한 채 파상풍으로 목숨을 잃었다.

또 다른 외국인노동자는 감기가 폐렴으로 악화되면서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런 일들 모두 병원에 한번만 가서 진료를 받았었더라면 생명을 잃지 않았을 것이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외국인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의료실태를 파악하려는 노력은커녕 여전히 이 문제를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 턱없이 부족한 의료지원

외국인노동자들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도 있고 국립병원과 시립병원, 보건소 등에서 간단한 진료와 검사, 예방차원의 치료는 받을 수 있으나 정밀검사 등을 요하는 그 이상의 치료는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다.

또한 외국인들을 위한 통역이 준비된 병원들은 거의 찾기가 힘들고 1차 산업의 특성상 공장이 가동 중인 낮에 병원을 갈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주말이나 야간을 이용해 병원을 가야 하지만 그럴만한 의료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은 1년 365일 쉬는 날도 없이 지난 4년간 총 4명의 상근의사와 30여명의 직원, 자원봉사에 나선 400여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13만여 명의 외국인을 진료했다.

내과와 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의 진료과목에서 하루 평균 250여 명을 진료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큰 헌신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로 큰 사고를 당했거나 병원과 먼 거리에 있는 외국인들은 혜택을 받기는 어렵다.

“방사선 촬영이나 임상병리적 검사, 특수검사 등을 할 수 있는 장비가 없어 1차 의료기관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열악한 환경을 전한 김해성목사는 “산업재해로 우리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1%에 그친다”며 “그나마 찾아오는 환자들을 대형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김목사는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불법체류라는 신분이 노출되는 것이 두려워 병원 문전에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외국인노동자 인권회복 절실

3D업종을 회피하기 시작하며 야기된 한국의 외국인노동자 유입은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 현상의 일부일 뿐이라는 목소리들도 있다.

미국 보수권의 한 정치인도 “불법 체류 중인 멕시칸들을 모두 추방하면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라”며 우회적인 불법 체류자 끌어안기를 해 화제를 낳기도 했었다.

이 같은 주장들은 외국인노동자들이 사회의 아주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인정하고 배타적인 자세에서 더불어 살 수 있는 모습으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의 원장으로 섬겨왔던 이완주 명예원장은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아무런 보호 장구도 없이 골절과 절단, 소음성 난청, 규폐증, 진폐증 등으로 고통 받는 외국인들이 너무도 많았다”며 “불법체류자 또는 의료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지 않으실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년간, 1500여명의 시신을 고국으로 보내야만 했던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김해성목사는 “외국인들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불법체류자들은 장례식조차도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아울러 김목사는 “세계선교의 리더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국 기독교가 외국인노동자들을 섬기고 고국으로 돌아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선교사로 양육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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