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말한 하나님, 북한에는 없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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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말한 하나님, 북한에는 없습네다”
  • 현승미
  • 승인 2008.06.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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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의 상처와 아픔이 담긴 영화 ‘크로싱’, 오는 26일 전국 개봉

2007년, 북한 함경도 탄광마을의 세 가족 아버지 용수, 어머니 용화, 그리고 열한 살 아들 준이는 넉넉하지 못한 삶이지만 함께 있어 늘 행복하다. 어느 날, 엄마가 쓰러지고 폐결핵이란 사실을 알게 되자, 간단한 감기약조차 구할 수 없는 북한의 형편에 아버지 용수는 중국행을 결심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 끝에 중국에 도착한 용수는 벌목장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으지만, 불법 현장이 발각되면서 모든 돈을 잃고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간단한 인터뷰만 해주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아무것도 모른 채 용수는 인터뷰에 응하기로 한다. 그것이 가족과 완전히 헤어지는 길이 될 줄은 모른 채….


1945년 이후 남과 북으로 나누어진 세계유일의 분단국가. 우리에겐 너무 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 그들의 생활상과 탈북자들의 상처와 아픔이 담긴 영화 ‘크로싱(Crossing)’이 오는 26일 전국개봉을 앞두고 있다.


가족의 약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북한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와 그를 찾아 나선 열한 살 아들의 안타까운 엇갈림을 그린 이야기 ‘크로싱’.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할수록 더 걷잡을 수 없이 죽음의 길로 내몰리는 가족.


“10년 전 북한관련 다큐멘터리를 봤다. ‘꽃제비’라 불리는 다섯 살 정도의 어린 아이들이 길바닥에 떨어진 국수를 시궁창 물에 씻어 먹고 있었다. 너무나 가까운 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믿기지 않았고, 부끄러웠다. 그 때의 기억은 내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10년이 흐른 지금 ‘크로싱’을 통해 내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영화를 만든 김태균감독은 그때의 기억을 잊지 않았다. 그는 외신을 통해 국내로 전해지는 북한의 몇 만의 기아자 수보다 영화를 통해 한 사람, 한 가족으로 다가갈 때 그 아픔은 더 강렬히 우리 아픔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오직 사명감만으로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작업을 이뤄냈다. 


이 영화는 실제 2002년 3월 탈북자 25명의 베이징주재 스페인대사관 진입사건에서 출발, 탈북자의 다양한 실화를 모태로 했다. 그러나 현실을 전하는 만큼 전 세계 다큐멘터리, 실제 탈북자 인터뷰 등 방대한 양의 자료조사 등 꼼꼼한 준비가 필요했다. 기획, 제작에만 4년이라는 긴 기간이 걸렸다. 현장감 있는 묘사를 위해 실제 배우들과 스텝들은 목숨을 걸고 탈북 했던 그들에 준하는 고통을 함께 겪어야 했다. 한국, 중국, 몽골을 오가며 총 8천km의 대장정을 펼쳐야 했다. 모래로 끝없이 뒤덮인 몽골의 고비사막, 더위와 추위. 그러나 진정 그들이 그곳에서 싸워야 했던 고통은 추위가 아니었다. 우리 민족이 인간 이하의 모습으로 살아가며, 고통 받는 그 처참한 현실이었다.  


한국 영화 최초로 평범한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탈북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생생하게 전하는 영화 ‘크로싱’. 김 감독은 “예수님은 저 땅을 보고 울고 계시는데 우리가 그걸 안 보고 있다”며, “우리가 그들과 함께 울어주고, 예수님 대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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