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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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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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1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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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목사<초동교회>

정치권이 공천 파동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이 파동 자체가 너무나 이상하다. 필자의 상식이 잘못된 것일까?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다. 국민의 세금을 받아 일하는 공직이다. 공직에 출마하려면 정직하고 양심적이어야 한다. 부정부패라든가, 정치자금 문제로 법적인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라면, 부끄러워서라도 출마하지 않음이 상식이다. 그래서 비리전과를 가진 정치인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원칙과 상식을 실행한 사람이 칭찬받는다고 한다. 당연한 일을 한 사람이 박수를 받는다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그 동안 얼마나 곪고 썩어 문드러져 악취를 풍겼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양심에 철판을 깔고, 부끄러움을 내팽개친 막가파들이 많았다는 현실이 자꾸만 가슴 저려지게 한다.

그런데 교계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다르다. 교계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은 “성(聖)스러운 곳”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교계가 불의를 행하면, 비난의 목소리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맑고 깨끗해야 한다는 기대치가 세상을 보는 눈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도 사람들의 모임이다보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교회라 하여 다르지 않게 일어난다. 성직(聖職)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부끄러운 짓을 하는 것을 많이 본다. 교회는 이런 불의하고도 양심을 저버리는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가?

교회에는 “교회 일은 교회에서”라는 불문율이 지배한다. 장로교 헌법에는 “교회의 권징은 국법상의 징벌이 아니고, 도덕적이며 신령상에 관한 것”이라 하였다. 해석에 차이는 있겠지만, 교회의 권징으로 보호하는 울타리가 국법을 어기는 일까지 포함하는 것이 아님을 명시한 것이다. 국법을 어겼으면 국법에 따라 벌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국법을 어기고도 치외법권(治外法權)의 영역인 교회를 이용하여 숨는 일은 허락되거나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바른 법의 적용이라 하겠다. 또 부정한 일로 징계를 받고도 뻔뻔하게 교계의 공직을 놓지 않으려 하는 것은 양심과 부끄러움을 저버린 소치라 하겠다. 물론 이런 입장은 불의한 국법에까지 적용된다는 것은 아니다.

MBC에서 ‘뉴스 후’를 방영한 후, 한국교회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기독교를 편파적으로 폄하하였다고 분노하는 소리도 높고, 이 기회에 곪았던 교회를 정화시키자는 반성의 소리도 들린다. 교계가 후유증으로 어수선한데, 2월 13일 주목할 사건이 일어났다. 한 장로 교단의 성직자가 징역 8월과 추징금 8,000만원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된 사건이다. 총회연금을 배임수재했다는 죄목이다. 해 총회의 특별감사위원회로부터 고발되어, 4년여 지속된 사건의 결론이다. 교회의 관행인 “교회 일은 교회에서”의 시각으로 볼 때, 왜 교회 일을 세상 법정에 내놓았느냐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 선교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했다고 고발자를 징계해야 할지도 모른다. 해 총회가 여파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고, 교회의 불문율과도 같은 관행을 깨는 사건이 된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런대도 내부고발로 세상 법정에서 성직자가 구속되는 데까지 이르게 한 판단에는, 교회의 불의를 성직의 이름과 교회의 이름으로 교회의 울타리 안에 감추고 숨기고 덮는 것이 선교에 더 큰 손실이라는 것과, 무엇보다도 하나님 앞에 설 수 없음을 인식한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생각된다. 이 사건에서 양심의 향기를 맡는다. 부활의 계절이다. 주님의 부활을 축하하기 전에, 교권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부활되어야 할 죽어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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