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 대통령과 한국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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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 대통령과 한국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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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2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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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익목사<신촌성결교회>
 
드디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였다. 전에 볼 수 없었던 압도적 지지속에 탄생한 새 정부에 모든 국민은 뜨거운 기대와 바람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새 시대를 열어 줄 것을 기대하며 새정부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선 새 정부는 국가 발전을 위하여 잘 해 내리라고 믿는다. 경제도 살려내고 사회질서도 이루어 내며 국민의 기대와 희망도 채워주리라고 믿는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매끄럽지 못하던 국제관계도, 지난 5년 내내 껄끄러웠던 한미관계도, 시끄럽기만 한 노사관계도, 대치만 거듭하던 여야관계도 모두 물 흐르듯 순리로 풀어 주리라고 믿는다.

그런데 높은 기대 뒤에는 늘 실망도 따라오는 법이다. 국민의 기대치가 높다고 해서 인위적인 정책을 남발하거나 기성 정치인들이 하듯 과시적이고 전시적인 모습들이 보여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설익은 정책은 더 숙고하고 좀 더 완숙하게 준비된 정책을 내 놓길 기대한다.

높은 기대와 투표율로 당선되었다고 해서 개선장군 처럼 행동하지 말고 말에 조심하고 인기에 영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참여정부 내내 국민의 마음을 답답하게 한 북한문제는 임기 내에 한 건 하고자 하는 유혹에 집착하지 말고 원칙대로 가길 부탁한다. 혹시라도 오기를 부리는 일이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일을 밀어 붙이는 식의 오만은 없었으면 한다. 여야문제에 좁게 처신하지 말고 큰 정치적 아량과 의연한 지도력을 발휘해 주고 소외되고 어렵게 사는 국민에게도 관심을 가지는 대통령이 되어주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선거때 약속한 재산헌납 약속은 취임 후 즉시 시행하기를 부탁한다. 또한 기독교인으로서 신앙적 소신을 너무 반대자들을 많이 의식해서 움츠리거나 소극적으로 처신하지 않기를 부탁한다. 무소신은 신불신자를 막론하고 보기에 좋지 않은 법이다. 한국교회가 장로 대통령을 배출했다고 해서 안심하거나 마냥 안주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이나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은 장로대통령이 얼마나 잘 해 줄까 하는 연대적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한편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또 한편 마음은 불안한 측면도 있다는 것을 솔직히 밝혀 둔다.

이제 한국 기독교계에도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한국의 기독교계는 장로 대통령 시대를 맞이했다고 해서 호들갑을 떨지 말아야 한다. 조용히 국정을 잘 살피도록 배후에서 기도로 뒷밭침 해 주어야 한다. 기독교계가 기득권 운운 하며 특별한 배려나 후원 따위는 아예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한국 교계는 대통령에게 청탁이나 부탁도 하지 말아야 한다. 장로 대통령이라고 해서 과한 칭찬이나 무조건적으로 거들지도 말고 기독교가 당선시켜 주었으니 보답하라는 등의 요구는 더더욱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또 한국 기독교는 극단의 우파적 행동으로 사회에 가시가 되거나 한편으로 너무 치우쳐서 사회에 편견을 심는 일도 있어서는 않되겠다. 오히려 장로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말고 짐이 되지 말고 욕이 되지 않도록 묵묵히 지켜보며 기도로 후원하여야 한다.

그리고 5년 후 임기를 마치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청와대를 떠날 때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뜨거운 박수로 그를 맞이하자. 지금 한국사회는 기독교인들이 조용히 자성하고 묵묵히 할 일만 할 때라고 생각된다. 모두가 지켜보고 주시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장로대통령을 탄생시켰다고 떠들고 청탁하고 무분별한 행동을 할 때 한국 기독교는 사회로부터 공감을 잃을 것은 물론 씻지 못할 우를 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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