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의 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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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의 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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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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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목사<의왕중앙교회>

 

공영방송에서 기독교 두들기기가 계속되고 있다. 같은 방송 토론회에서 두 편으로 갈린 패널들의 토론도 진행되었다. 감싸는 사람, 편드는 사람, 모두 아파하지만 그 아픔의 내용과 진단의 내용이 사뭇 다르다.

서로가 서로를 보며 한심하다 못해 딱하다는 표정이고, 공영방송이라는 한계 안에서 적들에게 둘려 쌓여 살기 위해 동지요 동료에게 칼을 휘두르고, 결국은 그를 죽이고야 내가 살았다는 불안한 숨을 내쉬는 하루살이 검투사 같은 이전 투구하는 모습이 가련하고 멋쩍고 꼴사납다. 내 모습이고 우리 모습이다. 터진 피를 훔치며, 한심한 웃음을 흘린다.

어쩌다가 이지경이 되었는가?

이 한계 안에서 발버둥을 처도 파장도 일궈내지 못하는 무기력증에 시달린다. 우리 안에 자정 능력이 진정 없는 것인가. 창살에 갇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적응하고, 길들여진 탓에 비대하게 살쪄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호랑이처럼 덩치는 커졌고, 커져버린 위장만큼 소리는 우렁찬데, 야성을 잃어버린 호랑이 같은 우리 교회들을 어찌하겠는가?

우렁찬 소리로 비겁함을 위장하는 호랑이기에 더 비참을 가진다.

토끼나 노루나 사슴 같은 동물들이 주변을 어기적거리고, 실실거리며 포호를 비웃음거리로  삼을 판이다.  

먹이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주어야 먹을 수 있고, 당연히 주려니 하고 빈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기득권에 시선을 떼지 못하는 추한 형국이 아닌가.

우리 할아버지는 종산(宗山) 산골계곡에 움막을 짓고 그곳에 머물기를 좋아 하셨다. 한 겨울이 지나고 산기슭에 봄기운이 들면 할아버지께서는 손자인 나를 불러 움막 앞의 옹달샘을 청소하라고 하시고는 하였는데 겨울동안 무너진 돌들을 다시 쌓고, 바닥에 쌓인 흙들을 호미로 긁고 손을 포클레인 삼아 옹달샘을 살려내고는 했다. 종일 그곳에 쪼그리고 앉아 그 일을 했다. 문제는 옹달샘에 솟는 생수의 양이 너무도 적어 흙탕물이 가라앉지 않고, 계속 구정물이 되는 것이었다. 결국 옹달샘이 맑은 물로 바뀌는 것을 보지 못한 채, 할아버지를 따라 집으로 돌아와서도 흙탕물 옹달샘이 잊히지 않는다.

이튼 날 다시 가본 옹달샘은 너무도 맑고 깨끗한 샘물로 가득차고 넘쳐흐르는 물마저 이슬처럼 맑고 투명함에 놀라고 즐겁고 신기해했던 추억이 있다.

모두가 한꺼번에 바꾸려하지 말자. 성급해서 계속 옹달샘을 휘저으면 결코 맑은 물이 차오르지 못한다. 땅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생수만 마르지 않고 있다면, 비록 그 샘솟는 물줄기가 적을지라도 그 샘은 산짐승들이 목을 축이고 우리 할아버지께서 즐겨 드시는 생수를 공급하는 생수의 샘이 되고야 말 것이었다.

수리하고 여름철 더위 속에 생수를 충분히 공급받으려면 샘을 보수하고 바닥에 깔리고 덥힌 낙엽찌꺼기나 흙을 제거하고 청소해야 한다. 한순간 쓸 수 없는 구정물이 되고 주변은 난장이 된다. 그것이 아픔인가? 결코 아니다. 샘의 물줄기를 막아 놓은 채 당장 한 컵의 물을 얻기 위해 흙탕물을 두려워한다면 여름내 생수를 얻기에는 역부족이거나 혹은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리 한답시고 계속하여 샘을 휘적거려 물줄기를 막지 말고 진흙탕을 만들지 말자. 못된 사람들이 자기가 샘의 물줄기를 막아버린 줄도 모르고, 물이 나지 않는다고 혹은 흙탕물이라는 이유로 그 옹달샘을 메우려할지도 모른다.

교회를 사랑하자. 생뚱맞은 말 같아도 교회를 사랑하자. 그리고 생수의 물줄기를 막지 말자. 막힌 생수의 줄기를 찾아 다시 흐르게 하자. 그래야 교회가 산다. 살 수 있다. 샘은 생수의 물줄기만 있으면 살아날 수 있다. 샘이 되고 도랑을 이룬다. 도랑 주변의 온갖 식물들이 살아나고 들짐승들이 생명을 얻는다.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어야 산다. 하나님의 말씀이 생수다. 교회가 교회되지 못하는 것은 말씀을 버리고, 말씀의 자리를 그 무엇들이 대신하기 때문이리라. 

적고, 어설퍼보여도 말씀이 솟아오르기만 하면 더뎌도 살리고, 키우고, 살찌게 한다. 한 순간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그냥 덮어두려하지 말자. 아파도, 구정물이 되어도 밑바닥에서부터 솟는 생수가 있다. 구정물도 흙탕물도, 솟아오르는 생수를 대적하지 못한다.

옹달샘 교회를 말씀의 생수로 교회가 교회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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