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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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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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3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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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목사<초동교회>


2007년 12월 7일, 대통령 선거의 네거티브 흑색전이 한창일 때, 인천항을 출항한 크레인선이 풍랑에 밀려 예인선과 연결된 철제 와이어가 끊어져 정박 중이던 유조선과 충돌하였다. 유조선 좌현에 생긴 구멍을 통하여 엄청난 양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되었다. 유출된 원유는 늦게 설치된 오일펜스를 돌파하여 충청남도 태안반도를 덮쳤다. 재앙(災殃)! 깨끗한 모래사장이, 생태계의 보고(寶庫)인 갯벌이 기름범벅이 되어 생명력을 잃게 되었다. 조상 대대로 청정해역에 생계를 맡겼던 어부들이 한 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고, 회복되기까지 수십 년의 긴 세월 동안 생태계는 몸살을 앓게 되었다. 그냥 터져 나오는 소리는 단지 “아! 이럴 수가……” 뿐이다.

갯벌에서 수억 년을 몸 부쳐 살던 생물들이 떼죽음되어 악취를 풍긴다. 조개, 게, 갯지렁이, 굴, 미역, 파래, 물고기, 그리고 철새까지도 영향이 퍼져 나간다. 사고 발생 40여일 지나면서 절망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생겼다. 1월 10일엔 굴 양식장을 하던 어민이, 15일엔 바지락을 캐 생계를 꾸려가던 노인이 자살했다. 18일에는 횟집을 운영하던 이가 분신(焚身)하여 중태다.

실의에 빠진 어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하여 “희망의 새조개 축제”를 열며,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각박하기만 하다. 하루 생계를 이어가기 숨 가쁜 상황에 추운 겨울바람 맞으며 하루 종일 해변에서 모래와 바위에 달라붙은 기름만 닦느라 고생하는 주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앞으로 유류유출 재앙의 “나비효과”로 인한 후유증이 얼마나 넓게 드러나고, 오랫동안 계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우리의 기대는 하나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자연의 복원력이 활발하게 활동하기를 기도할 뿐이다.

얼마 전 홍보처 한 간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우리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고 해서 논란이 되었다. 이 말은 관료제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제시한 독일의 사상가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관료는 권력을 잡은 정치세력의 철학을 실천하는 영혼 없는 집행인이라는 취지의 말이다. 사고 발생 50여일이 지났는데도 정부가 지원한 558억원의 생계비가 잠자고 있다가, 1월 21일에야 6개 시, 군으로 전달되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모아진 성금 158억원도 마찬가지이다.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배분방식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틀림없이 오랜 세월 동안 밀고 당기는 잘잘못 공방을 거칠 유류오염 피해보상도 보상합의가 이루어진 후에 지급된다면, 피해어민은 결국 분노와 한(恨)을 가슴에 담게 된다. “수면제 없인 잠도 못자” “술자리가 늘어난 남편이 걱정”이라는 한숨을 토하며 내뱉는 말 속에 서린 분노는 씻기지 않는 검은 재앙이 만든 후유증이다.

대불공단의 전봇대에 대하여 대통령당선자가 한 마디 하자마자 그 다음 날 철거할 정도로 신속한 처리가, 언론이 난리를 쳐도 느림의 특기(?)를 발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대통령당선자는 이 재앙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100만명에 달하는 세계를 놀라게 한 기적이라고 한 방제작업 자원봉사자의 수고가 위로라면 위안이 된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 안에 교회의 교인들이 많아 지난 해 갖가지 사건으로 부정적으로 비쳐졌던 “교회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는 것은, 엄청난 재앙을 통하여 이 시대에 교회가 무엇을 하여야 세상 속에서 인정받게 될 것인지를 알려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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