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의 찐빵’전하는 누가선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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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의 찐빵’전하는 누가선교재단
  • 승인 2001.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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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 속에 복음 담고, 찐빵 속에 사랑 담아요”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 2시. 밀가루반죽기계, 솥 등을 챙긴 누가선교재단(이사장:곽광희 목사)식구들과 누가선교신학교 학생들은 싸늘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빵을 만들어 6시에 나눠주려면 지금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지하철 맨바닥에서 신문지를 이불 삼아 새우잠을 청하는 실직자 가장, 가출 청소년들, 그리고 탑골공원 할아버지들에게 손수 만든 ‘사랑의 찐빵’을 대접하기 위해서다.

“사랑이 필요한 노숙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단속이 뜸할 때는 동대문운동장역에서 3백여 명이나 되는 청소년들이 노숙해요.”

지난해 2월부터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아침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의 찐빵’을 나눠주고 있는 누가선교재단 식구들은 오로지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지난해 초 노숙자들을 돕기 위해 합심하여 기도하던 중 제빵 기술을 가진 한 신학원생이 헌신하면서 찐빵이 노숙자들과의 접촉점이 됐다. 그리고 1960년대 어려웠던 시절, 따뜻한 아랫목에서 풀빵을 익혀 내오시던 어머니의 정성을 떠올리며 ‘사랑의 찐빵’이라고 이름 붙였다.

처음 누가선교재단 식구들이 ‘사랑의 찐빵’을 들고 나갔을 땐 나누는 기쁨보다 자신의 성의를 몰라주는 실망감이 더 컸다. 회사에서 쫓겨나고 가정에서 버림받은 슬픔에 자기 자신마저 철저히 포기한 노숙자들의 관심은 굶주린 배를 채우는 데 있을 뿐 상처 입은 마음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있어 작은 호의나 따뜻한 말 한마디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찐빵 하나 먼저 받으려고 서로 밀치고 싸우는 광경은 예삿일이었다. 자신이 조금만 늦게 받아도 선교재단 식구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야, 빵 내놔!” 때론 바닥에 누워 소리치는 노숙자들의 호통도 감수해야 했다.

‘예수쟁이’것은 안 먹겠다고 차갑게 돌아서는 모습이 모두의 마음에 날카로운 비수가 스친 생채기로 남은 적도 있었다. 재기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일자리를 얻어 노숙생활을 청산하고 싶지도 않은 노숙자들은 “어서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내뱉을 뿐 좀처럼 변할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복음이 들어가게 하려면 배고픔을 먼저 해결해 줘야죠.”

곽광희 목사와 누가선교재단 식구들은 언제나 거절하지 않으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사랑의 찐빵’을 계속 나눠갔다. “좋은 하루 되세요”, “맛있게 드시고 힘내세요.” 냉담한 반응 뿐이었만 찐빵과 함께 미소가 담긴 말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작은 빵 한 조각이 저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이 담긴 풍성한 식사가 되기를 소망하며 정성을 다해 ‘사랑의 찐빵’을 전했다.

아침나절 잠깐동안의 만남이지만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르며 관계가 쌓이자 노숙자들에게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얻어먹고 받는 데만 길들여져 있고 자신의 몸 하나밖에 모르던 노숙자들이 누가선교재단식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탕이나 견본 화장품 등 주머니에서 작은 선물을 꺼내 놓고 가는 사람들이 생기고 “어디 도와 줄 것 없느냐”는 물음으로 고마움을 대신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같이 먹는 것이니 기다리라고 서로 주고받으며 나름대로 질서를 지켜 ‘사랑의 찐빵’을 받을 줄도 알게 됐다. 몇몇 노숙자들이 구직을 부탁해 올 때는 절로 감사의 찬송이 터져 나왔다.

노숙자들의 변화에 힘을 얻은 누가선교재단은 노숙자들이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들의 마음 밭을 일구는 작업에 착수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등의 인사로 서로 교제하는 자리라는 의미를 부여한 후 ‘사랑의 찐빵’을 나눈다. 그리고 다같이 주기도문을 읽고 찐빵을 먹도록 하고 있다.

지난 3일 누가선교재단은 종묘공원에서 ‘사랑의 찐빵 대축제’를 열었다. 찐빵을 얻기 위함이었겠지만 2천여 명의 할아버지들과 노숙자들이 예배에 참여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나님 사랑 안에 진정한 쉼과 안식이 있다는 말씀이 선포되는 동안 여러 단체와 교회에서 나온 자원봉사자 2백여 명은 뒤에서 지금 이 순간이 저들에게 예수님을 경험하는 시간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부족한 자신이 만든 ‘사랑의 찐빵’이 먹을거리로 그치지 않고 저들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의 감동이 되기를 눈물로 간구했다.

“당장 노숙자들이 변하는 것은 바라지 않아요. 다만 찐빵 속에 저희의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다는 것만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자원봉사자로 나온 노현희 씨(장애인협회)는 예수님은 한 사람의 영혼을 구하기시기 위해 끝까지 기다리신다며 언젠가는 노숙자들이 한없이 따뜻한 예수님의 사랑을 맛볼 것이라고 확신했다. 새벽부터 이어진 수고로 지치고 피곤했지만 ‘사랑의 찐빵’을 나눠주는 누가선교재단 식구들과 자원봉사들의 표정에는 기쁨이 충만했다.

구자천기자(jcko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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