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세확장운동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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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세확장운동 ‘허와 실’
  • 승인 2001.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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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800000>미자립교회 외면한 채 교회개척·폐쇄 ‘악순환’

성장침체로 수년간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던 한국 교회가 최근 교세배가운동 청사진을 잇달아 내놓고 있으나 개척교회·미자립교회에 대한 해결책은 빠져있어 “구호에 머문 정책”이란 우려를 낳고있다.

교세배가운동은 몇 년 전부터 각 교단이 추진한 교회성장 정책. 예장 합동총회가 ‘만교회운동’을 추진하고 예장 통합총회가 ‘만사운동’을, 그리고 기독교성결교총회가 ‘3천 교회 80만 성도운동’, 기장총회가 ‘하나님의 선교를 위한 3천 교회운동’을 각각 전개하고 있다.

만사운동은 ‘1만교회 4백만 성도운동’을 뜻하는 축약어다. 이같은 교세배가운동은 교단의 조직을 십분 활용, 개척교회를 설립하는 데 중추역할을 담당한다. 교단총회가 운영하는 전도학교를 각 노회·지방회에 파견, 연간 순회하며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교회개척과 전도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있다.

교세가 6천6백여 교회인 예장합동총회는 ‘만교회운동본부’를 이미 구성한 상태. 약5천만원의 예산을 책정한 운동본부는 전국 20개지회를 만들어 교회개척을 동시다발로 추진할 계획인데 현재는 10개 지회만 완결된 상태다. 운동본부가 주관하는 지회별 연합집회 헌금을 개척지원비로 사용할 예정이다.

기독교성결교 총회는 ‘비전2007’프로젝트를 마련, 선교100주년이 되는 2007년에 3천교회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금년 총회에서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3천 교회 80만 성도운동에 사용될 예산은 총 2백억 원. 재원은 개교회 경상비의 십일조로 충당하면서 역시 교회 개척운동을 벌이겠다는 각오다.

기장총회가 지난 85년부터 전개한 3천 교회운동도 전도학교를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이다. 각 교단이 펼치고 있는 교세배가운동은 장단기 계획을 배합할 경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회개척과 유지에 필요한 분야, 이를테면 ‘재정·성도·목회자’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매우 미진하다. 예장합동총회의 경우 연간 교회개척 비율은 고사하고 개척 후 폐쇄된 교회비율 조차 조사하지 않고 있었다. “그같은 조사는 한 적이 없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교회개척 후 관리와 유지, 즉 미자립 교회에 대한 지속적인 전도지원과 재정지원, 목회자 생계지원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기성총회 국내전도국의 한 관계자도 이같은 지적에 “70만원을 최저생계비로 정한 상태”라고 밝히면서 “하지만 지속적인 후원은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추진되는 교세배가운동은 교단 하부조직을 활용한 교회개척운동이다. 일부 대형 교회가 내는 굵직한 헌금을 포함, 지역별로 이루어지는 연합집회 헌금으로 운동재원이 마련된다. 그러나 이같은 헌금으로 지어진 교회는, 불과 1-2년 사이 시련을 맞게 마련이다. 유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선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지역에 목회자 파송도 기대할 수 없다. 예비 목회자들은 대부분 도시 목회에 관심을 보여 교단이 추진하는 배가운동에 주춤하는 형편이다.

일부 대형 교회가 교회를 개척해 교인을 분할하고 일정기간 동안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자립기간을 보장하는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배가운동을 추진하는 주무부서는 이같은 당연한 조치를 외면한채 ‘교세확보’에만 치중, 결과적으로 ‘교회개척-폐쇄’라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개척에 필요한 후속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 교회는 끝없는 배가운동에 시간을 낭비해야만 한다.

윤영호차장(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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