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부흥을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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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부흥을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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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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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근목사<이수중앙교회>

어떻게 우리는 주님을 만나는 성탄절을 보낼 수 있을까? 말구유로 내려 가야한다. 어둡고 캄캄한 밤에, 굴 속 마굿간에 아기를 낳아놓고 피울 불도, 마실 물도, 덮을 이불도 없어 벌벌 떨고 있는 그 곳으로 내려가야만 아기 예수를 만날 수가 있다. 금년에도 아기 예수는 그 곳에 계실 것이 분명하다.


한국교회는 금년 평양 대 부흥 100주년을 맞이해서 어게인 1907년을 힘껏 외치며, 제2의 부흥을 염원했다. 한참 회개를 촉구하는 대형 부흥 기념행사에 들떠 있을 때, 기독교인 대표적 기업체 이랜드 임시직 해고사건과 분당 샘물교회 단기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이 터지면서 한국교회의 부흥에 대한 기대는 마치 호화 유람선 타이타닉 호처럼 침몰하고 말았다. 한국교회가 진정 부흥을 원한다면 더 이상 세상이 교회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과 같은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예수님을 만날 수 있겠는가? 금년에 가장 큰 슬픔을 만나고 절망하는 곳을 찾아가면 된다. 그곳은 기름유출로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는 죽음의 현장, 그것을 보고 망연자실 한탄하며 절망하는 태안 앞바다 일 것이다. 12월 7일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9Km 해상에서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 호에서 유출된 1만 톤 이상의 검은 기름이 거센 풍랑에 밀려 단 이틀 만에 천혜의 자연 어장인 가로림만을 휩쓸고 모항, 천리포 해수욕장, 의항해변까지 기름 범벅을 만들어버렸다. 4일이 되는 11일에는 강하고 빠른 조류를 타고 죽음의 재앙은 서해안 최대의 어류 산란지이며 철새낙원인 천수만을 습격했다. 13일에는 타르 덩어리가 안면도 앞바다에까지 이르렀고, 14일에는 군산 앞바다에까지 미쳤다.


그런데 이 절망의 태안에서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해안에 덮친 기름띠에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의 물결이 맞서고 있다. 이들은 악취 속에서 기름 구덩이에 빠져 가며, 두통, 눈 가려움증, 구역질, 호흡장애, 겨울 추위, 발암물질 등에 노출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평일에는 수천 명, 휴일에는 4만, 6만 명씩 모여와 기름제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처음 기름띠가 덮쳤던 만리포 해수욕장이 사고 일주일 만에 처음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전국 각지에서 밀려드는 자원 봉사자들의 손길은 그 하나하나가 희망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절망의 자리마다 함께하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다시 보여준 것이다.


우리를 도와주려왔던 외국의 자연환경 보호자들은 “도우려왔다가 한 수 배우고 간다. 한국민의 기름유출 재난극복사례는 앞으로 있을 다른 나라 기름유출 재난사고 극복에 좋은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고 극찬하며 돌아갔다고 한다. 외환위기 때 들불처럼 일어났던 금모으기 운동에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해 두었던 결혼반지까지 나라 살리자고 내놓았던 우리 국민이 아니던가? 어두움에 빛과 희망을 주는 것, 사망이 있는 곳에 생명을 되살리는 것, 이것이 성탄의 근본정신이다. 참으로 아쉬운 생각이 든다. 태안에 기름유출 사고가 나자마자 한국교회가 바다를 살리고 절망하는 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자원봉사에 올인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대형교회의 버스가 서해안 도로를 가득 메우고, 교인들로 해변을 가득히 채웠다면, 한국교회는 다시 한 번 5병2어의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한국교회가 다시 한 번 부흥을 원한다면 구유로 내려가면 된다. 그래서 교회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 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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