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쯤은 감추고 싶은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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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쯤은 감추고 싶은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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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1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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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재목사<우리들교회>

교회 일군인 어느 집사님에게 갑자기 땅이 생겼다고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벌써 수년이 지났는데 전혀 모르고 있던 땅이 자식들에게로 돌아온 것이다. 평소 돈이 생기면 건축헌금을 하기로 서원했던 집사님은 자기 몫을 팔아서 헌금을 드릴 생각이라고 남편 집사님에게 의논했다. 그런데 당연히 찬성할 줄 알았던 남편이 ‘지금 그 땅을 팔아서는 안 된다. 가지고 있으면 땅값이 오를 텐데 그 때 더 많은 헌금을 드리면 좋은 것 아니냐’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왔다. 그러니 기도의 응답으로 건축헌금을 하게 됐다고 기뻐하던 집사님의 마음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땅 값이 많이 오르면 내가 과연 다 드릴 수 있을까? 감추고 싶을 것 같았다. 이 시점에서 기다려서 ‘더’ 많이 드리면 하나님께서 ‘더’ 많이 기뻐하실까? 이런 갈등으로 돈이 없을 때보다 고민이 늘어났다.

사도행전 5장에는 유명한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초대교회 당시 모두가 어렵던 시절에 성도들은 자신의 소유를 나누고 통용하며 서로를 돕고 살았다. 그런 때에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가 그들의 소유를 팔아 사도들의 발 앞에 두었는데 다 드리지 못하고 얼마를 감춘 것 때문에 부부가 함께 징계를 받은 것이다.(행5:1-11) 그런데 바로 그 앞 4장 마지막을 보면 레위족인 요셉이 밭을 팔아서 드린 일이 나온다.(행4:36-37) 요셉은 사도들에게 바나바(권위자)로 일컬어지는 훌륭한 지도자인데 그런 사람이 밭까지 팔아서 헌금을 드리니 더욱 많은 이들에게 칭찬과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후에 바로 아나니아가 자신의 소유를 판 것은 바나바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심 때문은 아니었을까?

베드로는 땅값 얼마를 감춘 아나니아의 행위가 그의 마음에 사단이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매섭게 질책한다. 헌금을 드리는 그들의 마음이 하나님의 통치가 아닌 사단의 통치를 받고 있었다고 동기가 순수하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칭찬받는 바나바를 보면서 아나니아도 그만큼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과 교회와 성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라 비교와 시기심이 동기가 되어 헌금을 드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하나님을 속이는 무서운 죄를 짓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돈이 없을 때는 괜찮다. 아무 것도 없을 때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돈만 주시면, 사업만 잘되게 해주시면, 취직만 시켜주시면, 이번에 대학에 합격만 시켜주시면’ 얼마든지 헌금을 하고 주의 일을 하겠다고 기도를 드린다. 그러나 막상 원하던 것을 얻고 나면 저절로 ‘얼마를 감추매’ 이렇게 되는 것이 우리의 본성이다.

진심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는 마음으로 돈과 성공을 구했다면 어떤 것도 아낌없이 드릴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영광보다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우리 마음에 가득하기에 자꾸 얼마를 감추고 싶어진다. 늘 ‘조금 더’를 외치면서 돈이 ‘조금만 더’ 생기면, 대학에는 들어갔지만 취직이라도 하고 나면 그 때 드려도 괜찮다고, 그 때 더 많이 드려야 하나님이 더 기뻐하실 거라고 합리화한다.

그런데 참으로 다행인 것은 하나님이 결코 속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속이고, 정말 무서운 합리화로 내 자신을 속일 수 있을 몰라도 하나님은 나에게 속지 않으신다. 기도와 예배를 드리고 헌금과 구제를 할 때 내 마음이 사단의 통치를 받는지 하나님의 통치를 받는지 하나님은 정확하게 알고 계신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는’ 100% 죄인인 우리에게 하나님을 속일 수 없다는 사실은 은혜 중의 은혜다. 내가 감추고 싶은 시기심, 감추고 싶은 욕망을 다 알고 계시는 하나님. 그것을 낱낱이 드러내셔서 아나니아나 삽비라처럼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돌이키시는 것이 하나님의 크신 사랑이다.

그 사랑에 의지하여 내가 감추고 있는 것들을 주님께 돌려드리자. 얼마쯤은 내가 누려도 되겠지 하는 사단의 마음을 속히 벗어버리자. 하나님 앞에 투명해져서 진정한 평안을 누리는 것이 이 가을을 풍성하게 할 최고의 열매요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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