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사울⇒바울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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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사울⇒바울 ‘유감’
  • 승인 2001.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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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이 변하여 바울이 되었는가?”

기독교신자들 중에 사도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예수 믿는 자들을 핍박하는데 가장 앞장을 선 유대인 사울이었는데,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면서 과거의 신분과 삶을 청산하는 의미에서 이름까지도 사울을 버리고 바울로 바꾸었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학교나 교회에서 사울이 변하여 바울이 되었다고 가르쳤거나, 혹은 사울이 변하여 바울이 된 것처럼 사울로부터 바울에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설교하였기 때문이다. 과연 사울이 변하여 바울이 되었는가?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극심한 기독교인 박해자였는데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남으로서 기독교 복음을 널리 전파한 위대한 복음전도자로 바뀌어졌다는 것은 옳은 주장이다.

그러나 사울이 변하여 바울이 되었다고 하는 주장은 성경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전혀 근거가 없는 잘못된 주장이다. 왜냐하면 사울이 변하여 바울이 된 것이 아니고, 바울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바울과 사울이라는 두 이름 아래 살아갔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바울은 본래 팔레스틴 유대 본토 출신이 아니고 주후 1세기 로마제국의 관할 하에 있었던 다소(지금의 터기 남부)에서 다소와 로마시민권자로 출생한 디아스포라 유대인, 곧 이민자 출신 유대인이었다(행 21:39; 22:3,27-29).

그래서 바울은 태어나면서부터 유대인 이름인 사울과 로마 이름인 바울의 두 이름을 가졌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경우를 미국에 이민간 교포 자녀들의 경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 이민간 우리 교포들이 미국에서 자녀를 낳게 될 경우 그 자녀는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권자가 되기 때문에 부모는 반드시 아이에게 미국 이름을 붙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교포들은 아이에게 법적으로 붙여져야 하는 미국이름으로만 만족하지 않고 한국이름도 동시에 붙여준다.

그래서 미국의 교포 자녀들은 학교에서는 미국이름으로 불리어지고 가정에서는 한국이름으로 불리어진다. 따라서 미국 교포자녀들이 미국이름과 한국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바울이 유대인이름과 로마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사울이 변하여 바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사도행전에 따르면 바울은 부활한 예수님을 만난 다메섹 사건 이후에도 오랫동안(적어도 10년 이상) 여전히 사울이란 이름으로 불리어졌다. 사도행전 9:10-30절에 따르면 바울은 다메섹 사건 후 다메섹에서 복음을 전하게 될 때도, 예루살렘교회를 방문 할 때도, 그리고 자신의 고향 땅인 다소에 복음 전도자로 보냄을 받을 때도 여전히 유대인인 사울로 불리어졌다.

사도행전 11:25-26절에 따르면 바울이 다소에서 바나바에 의해 안디옥교회의 동사 목회자로 초청을 받을 때도 여전히 사울로 불리어졌고, 사도행전 11:30절과, 12:25절에 따르면 바울이 바나바와 함께 안디옥교회의 파송을 받아 헌금을 예루살렘교회에 전달할 때도 여전히 사울로 불리어졌다. 사도행전 13:1-9절에 따르면 바울이 바나바와 함께 안디옥교회의 파송을 받아 첫 번째 이방인 선교사역을 시작할 때도 여전히 사울로 불리어졌다.

유대인 이름이 아닌 로마 이름으로 불리어지게 된 것은, 사도행전 13:13절 이하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본격적으로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되면서 였다. 아마도 바울은 로마의 행정지역인 이방세계에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유대인이름인 사울보다 로마이름인 바울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유감스러운 것은 오늘 우리 주변에서 잘못된 가르침과 주장이 사울-바울의 경우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늘 날 교회와 학교에서 종종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바를 성경적으로, 역사적으로 확인하지도 않고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쉽게 받아들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똑같이 다른 사람에게 전하거나 가르치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자신도 모르게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사실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것을 확인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가르치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최갑종(기독신학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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