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베푸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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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베푸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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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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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목사<서초교회>


예수님 당시에 유대인들이 하필이면 왜 십자가 처형을 선택했을까? 여러 가지 다른 방식들이 있었는데, 왜 그들은 십자가 처형을 고집한 것인가?


구약성경의 신명기 21장 23절 말씀은 ”나무에 달린 자는 하나님께 저주를 받은 것이라”고 한다. 십자가에 처형된 자는 분명히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범죄자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유대 권력자들이 나사렛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을 수만 있다면, 구약성경의 신명기 말씀을 믿는 유대인들은 “나사렛 예수는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유대의 권력자들은 바로 그 점을 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때 유대인들의 대중적 관심을 휩쓸던 나사렛 예수지만, 그 마지막 처형 과정을 보면, 그도 역시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한 인간에 불과하구나.” 유대의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그러니까 유대 권력자들은 어떻게든 간에 십자가 처형을 추진하려고 했다. 아무렇게나 죽어서는 안되고 반드시 십자가에 못 박아 죽여야 했던 것이다.


유대인들의 그런 계획은 완전히 성공한 듯이 보였다. 가룟 유다를 매수하는 일이나, 예수를 체포하는 과정이나 빌라도의 재판이나 골고다의 십자가... 모든 과정이 성공한 듯 보였다. 혹시 마지막 과정에서, 오병이어나 물 위를 걷는 기적 같은 일이라도 나타날까 염려했는데... 십자가에 달린 예수는 마지막 과정에서 특별한 기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니까 그 마지막 과정을 보면 “나사렛 예수는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그런 쪽으로 여론을 몰아갈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모든 일이 그런 방향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래서 예수의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그런 상태에서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모든 것은 다 끝나고 마는 것이다. 원수들이 권력자들이 뒷수습만 조금 더하면 골치 아픈 일들은 이제 다 끝이 나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일을 완벽하게 처리한 듯이 보였다.


그런데 그렇게 성공한 원수들이 편히 쉬려고 마음먹을 만한 시간에 원수들의 목전에서 부활의 아침이 밝아온 것이다. 시편 23편 5절의 말씀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주셨다”는 말씀은 바로 그런 의미이다. 거짓과 교만으로 승리한 세상 권세의 목전에서, 하나님께서는 진리와 겸손의 부활로 상을 차려주신 것이다.


성경 전체는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종들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니면서도 ‘그 사망과 어두움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믿으면서’ 고난의 길을 걸어온 것이다. 구약시대의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동안에 수없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통과해야만 했다. 그 골짜기들을 지나야만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차려주셨다”는 고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터(M. Luther)는 기독교인들에게 이런 권면을 했다.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베푸시는 하나님을 만나기 원한다면 스스로 억울한 일을 당하라는 것이다. 믿음을 가지고 스스로 어려움을 선택해서 억울한 고난의 골짜기로 다니라고 권면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그 억울한 사람들의 고통과 신음 바로 뒤편에서 우리에게 상을 베푸시려고 기다리시기 때문이다. 십자가에 돌아가신 주님께서 누워 계시던 무덤이 곧 부활의 동산이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그것은 옳은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 전반이 질서와 체계가 없는 가운데 위험하게 보이는 소용돌이를 향하여 나아가는 듯하다. 정치나 경제나 종교계 전반이 신뢰할 만한 중심이 없는 상태에서 창의력을 가지고 희생적인 자세로 앞서 가야할 진실한 리더(leader)를 만나기 어려운 가운데 우리 사회는 그리고 교회들은 그냥 앞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사회나 교회에서는 억울하게 희생되는 사람들이 수없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 억울한 사람들의 하나님은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차려주신 하나님이시다. 거짓되고 교만한 리더들이 혼란만 더하는 시대가 다가올지라도 우리는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베푸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남북문제, 선거문제, 노사문제, 교회문제들로 가득한 2007년을 헤쳐 나가야겠다. 진실하고 겸손한 하나님의 사람들을 기다리는 기다림을 포기하지 말고, 신앙과 양심의 재건(再建)을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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