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지식만 강조, 인본주의로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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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지식만 강조, 인본주의로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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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0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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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민교수<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학교가 가지는 ‘학습’이라고 하는 영역이 교회에 의하여 침해될 수 있다. 학교가 가지는 ‘구조적 규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학습이요, 학습의 일차적인 목표는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는 일일 것이다. 교회에서도 지식을 전달하지만 학교에서 전달하는 지식과 차이가 있다. 내용 면에서 교회의 교육은 복음 그 자체의 설명이고, 기독교학교에서는 복음에 합당한 살과 그에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두 지식이 모두 하나님에게서 나왔다는 점에서 연속성을 가지지만 동시에 다소 다른 차원을 가지고 있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지식이 좀 더 교리적이라면 기독교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은 좀 더 과학적이다. 교회의 지식이 교파적으로 독특한 성경의 해석에 기초한다면 학교의 지식은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지식이 되어야 한다. 교회의 가르침과 학교의 지식 사이에 일정한 길항 관계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교리적인 교육이 없이 학교가 과학적 지식만을 앞세운다면 결국은 인본주의로 빠지게 될 것이요, 학교 교육이 교회 교육에 종속된다면 새로운 세상을 해석하고 이를 변화시키는 학생을 길러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학교를 세우려 하는 교회와 목회자는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목회자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와 교장을 중심으로 한 교사회는 서로 협력하여야 하며 동시에 긴장관계를 유지하여야 한다. 의사결정구조를 만들 때 이 두 기관의 권한이 적절히 배분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학생선발, 교육과정, 평가 등의 교육 부분은 교장을 중심으로 한 교사회가 담당하고, 이사회는 인사를 통하여 이를 견제하는 것이 좋다. 담임목사나 그의 뜻을 철저히 받드는 사람이 교장이 되는 것보다 기독교적 교육의 이념을 충실히 가진 사람이 교장이 되어야 한다.


사실은 설립 초기부터 담임목사가 기독교적 이념을 내세우며 학교를 설립하고 이후에 교장을 뽑는 것보다는 담임목사와 기독교적 이념을 가진 교장이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뜻을 같이하는 것이 좋다. 오랜 시간에 걸쳐 교사를 모집하여 교육하고, 담임목사도 함께 교사훈련에 동참하여 이념과 실제를 함께 나누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앞서 말한 것을 영역주권 사상에 근거하여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각 영역 사이의 구조적 규범이 다르다고 해도 서로가 서로의 것을 대행해 줄 수 있는데, 이는 각 영역 사이에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 하였다. 교회가 학교 고유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학교와 교회가 각각 다른 ‘구조적 규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설사 교회기독교학교가 학교가 할 일을 대행한다고 해도 그 구조적 규범이 살아 있기 때문에 교회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필자는 현재 공립학교 교육이 겪고 있는 난맥상을 보면서 기독교적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사람의 하나이다. 우리 사회의 앞날을 책임질 그리스도의 제자를 양성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독교적 대안학교만이 해답은 아닐 것이다. 미션스쿨에서 혹은 공교육 시스템에서 가르치는 기독교인 교사들을 재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회는 오랜 교육적 전통과 풍부한 물적 자원을 소유하고 있으며 헌신된 교사와 학부모가 많다. 이들을 동력화시켜야 할 의무가 우리 세대 교회들에 주어져 있다. 조만간 시행될 주5일 근무제를 바라보면서 주말학교를 시범적으로 실시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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