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0년 전 기술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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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0년 전 기술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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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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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호 목사<한시미션 대표>


허준, 대장금, 서동요, 황진이. 최근 몇 년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TV 사극들의 이름이다. 그런데 이 사극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 한 가지가 우리의 눈에 띈다. 다름 아니라, 이 사극들은 지배계층인 왕과 그 측근들의 권력 투쟁 이야기를 다루던 고전 방식에서 벗어나, 비록 그 시대에서는 중인이나 천민 계급의 출신이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자신만의 뛰어난 기술과 기량을 갈고 닦아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로 이야기하면, 최고의 장인(匠人)과 예술가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는 최고의 기술자와 전문가,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이 인정받는 시대이다. 더 이상 혈통이나 신분의 귀천이 개인 삶의 행불행을 평생 결정짓는 일은 없으며, 직업으로 신분을 나누던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말도 어느 새 세월의 저 너머에 묻힌 말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무엇을 만드는 장인들이나 거래를 담당하는 상인들, 다시 말해 기술직,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구성원으로 그들을 인식하게 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런 우리와 비교했을 때, 성경의 시각은 실로 놀랍다 아니할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이미 3400년 전에 하나님께서는 기술의 중요함을 말씀하셨던 것이다. 다름 아니라, 하나님께서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성막의 설계도와 재료를 일일이 명하시고, 실제로 그것을 만드는 하나하나의 과정을 지켜보셨던 사건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과의 친밀한 만남의 장소로 성막을 계획하시고,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물품들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손수 만들도록 명하셨다. 특별히 브살렐과 오홀리압이라는 특출한 전문가들을 선택하셔서 그들에게 총 진행과 책임을 맡기신다. 5개월 20일에 걸쳐, 모세에게 주신 설계도대로 기명들을 만드는 모든 작업이 이루어진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뜻을 이뤄가는 데 인간들이 협력한 것이다. 천지창조는 하나님 홀로 하셨지만, 그 외의 많은 일들은 하나님께서 인생들과 함께 동역해 오셨음을 성경은 증거한다. 노아의 방주가 그렇고, 솔로몬 시대 성전이 그렇고, 예수님과 제자들의 동역의 결과인 교회가 그러하다.


드디어 모든 기명을 만드는 작업이 끝나고 출애굽기 39장에는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대로 되었더라”라는 구절이 여러 번 등장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주신 청사진대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대로 순종해 성막을 완성한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뭔가 만드는 기술을 중요시하게 된 시점이 바로 이때부터라고 볼 수 있겠다. 기술의 유익함을 3400년 전에 이미 터득한 것이다. 기독교는 정신운동이지만, 성경은 기술 분야를 빼놓지 않고 다룬다.


하나님께서는 인간 삶에서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 오래 전에 이미 이스라엘에게 알려주신 것이다. 이때부터 유대인들에게는 무엇인가를 공교히 만드는 기술이 축적되어 내려왔고, 그것의 중요함은 대대손손 강조되었다. 유대인들에게는 “자식에게 육체를 써서 하는 기술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 그것은 곧 그에게 도둑질을 가르치는 것이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기술 전수가 중요시 되었고, 이러한 문화는 그 후손들에게 큰 복이 되었다.


3400년 전 이미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던 책인 성경을 읽는 크리스천이라면 더욱 열린 사고로 이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구비해야 한다. 비단 기술의 중요함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기독교가 낡고 경직된 사고로 굳어있는 이 땅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형편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그곳에 자유를 심고 활기를 더하는 살아있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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