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1세기 한국사회와 교회를 말한다-유명인사증후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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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1세기 한국사회와 교회를 말한다-유명인사증후군(하)
  • 윤영호
  • 승인 2006.10.26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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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남겨질 이름에 집착하는 스타의식   

페데스탈 콤플렉스로 불리는 소위 유명인사증후군은 흔히 우리들이 아는 방식으로 ‘스타의식’을 연상하면 된다. 무대 위에서 인생 대부분을 보내는 스타들은 보통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남은 여생을 비참하게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영예로운 생활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바로 그 시선들 때문에 개인적인 고민들과 욕구들까지 억제하고 절제해야 하는 것들로 인해 정신적으로 심각한 공황상태에 이를 수 있다. 유명인사증후군은 이렇게 유명인사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을 뿐 아니라 그같은 위기상황에 직면하도록 부추긴 대중들은 전혀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또 다른 유명인사를 찾아 열광하도록 만들고 있다. 21세기 한국기독교는 성장과 번영을 위해 기독교스타를 만들어 왔던 지난날의 과오를 과연 벗어나려고 노력하는지 한번 쯤 생각할 일이다. /


스타를 통해 대중들은 대리만족감을 얻는다. 스타들이 몰고 다니는 시선들과 소문들, 눈부신 화려한 조명, 모든 사람들이 한번에 볼 수 있도록 높게 장치돼 있는 높은 무대, 평범하지 않은 의상과 헤어스타일 등등 대중들은 스타의 이같은 모습을 보여 열광한다. 세상에는 열광할 수 있는 일보다는 우울하고 침울한 일들이 더 많다. 이익을 얻기 위해 삶의 현장에서 부단히 뛰어 다니지만 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많다고 느끼는 때가 더 많다. 칭찬과 격려보다는 비난과 꾸지람의 말을  더 자주 듣는다. 스스로를 단련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정신나간 사람들처럼 극단적인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이기 십상이다.


대중들에게 대리만족 주는 세상의 스타

스타는 이같은 환경에 처한 대중들을 열광하게 한다. 자신들이 꼭 한 번 누려 보고픈 일들을 스타가 대신 누리기 때문에 대중들은 자신의 공허한 삶을 일시적으로나마 망각할 수 있다. 박수를 유도하는 스타의 지시를 거부할 사람은 없다.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모방하면서 대중들은 어느 새 스타가 된 듯 무대를 향한 화려한 조명이 자신들을 비추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우울했던 일상은 일적으로 나마 사라지고 세상의 주인공이 된 양 대중들은 활력을 느낀다. 현실을 잊게 만드는 세상 속의 스타들은 바로 그 현실망각 역할 때문에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누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들은 하지 못할 일들, 하고 싶지 않은 일들, 할 수 없는 일들을 스타가  대신해줌으로써 대중들은 대리만족을 얻는다.


세상에 스타가 있다면, 종교 안에는 ‘유명인사증후군’(페데스탈 콤플렉스)이 있다. 대중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삶의 소중함과 영혼의 순결성을 강조하고 삶의 도덕성을 주장하는 종교적 유명인사들은 신앙대중들의 영적 욕구와 불만족한 현세의 갈증을 풀어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한국기독교는 유명인사증후군에 너도나도 오염된 듯 유명목회자 주변을 배회하는 성도들이 많다. 복음운동이 초대형교회 중심으로 전환되는 21세기의 이같은 유형은 하나님의 종으로서 사역자가 아니라 성도들을 지도하는 목회자에 주목하게 하는 뒤틀린 양상을 보여준다. 초대형교회가 보여주는 지역사회에 대한 선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안정적인 생활기반과 수직상승하는 명예로움 등이 뒤엉켜 이제 교회는 영적각성을 통한 세상개혁이 아니라, 풍요로운 세상을 위해 영적인 자세를 가다듬도록 도와주는 기관으로 그 기능이 약화되는 추세에 있다.

유명인사증후군은 결국 교회공동체 전체를 영적으로 피폐하게 만들어 현실 삶마저 추락하도록 만든다. 소위 세속주의가 교회 안에 유입하도록 돕는 통로로 활용되기 쉽다는 것이다. 몇 가지 악영향을 진단해 본다.


규칙과 관습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

유명인사증후군의 가장 나쁜 결과는 공동체의 규율과 규칙, 관습을 어겨도 된다는 것이다. 공동체는 어느 날 갑자기 구성된 것이 아니다. 부단한 노력과 복음을 전파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특정 장소와 시간에 진행되면서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 공동체이다. 공동체가 표방하는 선한 목적을 위해서는 헌신이 필요하고 물질이 필요하며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굳건한 공동체는 이같은 것을 자원해서 투여하면서도 그 대가를 바라지 않는 공동체인 것이다.


유명인사증후군은 공동체의 이같은 불가시적인 규율과 관습을 깨면서 당대에만 필요한 사업을 적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현대시대에 발달하기 시작한 각종 매체에 기독교프로그램이 공급되면서 우리는 매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해 있다. 이른바 매스컴의 속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기독교프로그램 제작 및 편성이다. 이것의 심각성은 느린 속도로 이루어진 유명인사증후군을 매우 빠른 속도로 바꾸어 놓았으며 그리스도에게로 집중되어야 할 복음운동을 자연스럽게 유명인사에게 집중하도록 했다는데 있다.

매스컴은 속성상 평범보다 비범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개가 사람을 문 것은 전혀 뉴스거리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문 것은 뉴스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일상과 색다른 그 무엇, 바로 그것이 매스컴이 겨냥한 표적물인 것이다. 따라서 매스컴이 비추는 영상과 소리는 평범한 일상이 아니라 유명인사와 초대형교회, 독특한 일에 고정되어 있다. 규칙과 규율이 일상이라면 이것을 깨거나 초월하는 것은 비범(非凡)이 되는 셈이어서 프로그램의 목표물로 손색이 없다. 특별히 매체의 운영과 관련해서 유명인사는 물론이거니와 그가 소속된 초대형교회는 더욱 주목받게 되어 있다. 일상을 바꾸는 유명인사증후군은 기독교 전반에 걸쳐 구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거듭되는 탈진... 도덕 실패 초래

최근의 통게에 따르면, 미국기독교 목회자의 이혼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더구나 주목할 부분은 목사 10명 가운데 한 명은 교인들 중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실제로 25% 이상이 부도덕한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의 평균 임기가 6년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경우 담임기간은 어떤지 생각하면 목회자들에 대한 ‘개인적인 문제’해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날 것이다.


최근 6~7년 사이, 즉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이후로 오면서 우리는 교회 안에 들이닥친 목회자의 성(性)문제의 심각성을 경험하고 있다. 목사의 성 문제와 관련해서 제명출교 처분이 여기저기서 내려지고 심지어 교회 밖 사회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목회자의 성 문제는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에 있다고 한다.

여성 성폭력단체에 접수된 보고서는 세간에 알려진 것 이상의 참담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왜 그럴까. 신학교 교육의 질은 갈수록 높아가고 목회자의 의식수준도 높아가는 이 시대에 오히려 늘어가는 부도덕의 실상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유명인사증후군은 목회자 개인을 탈진시키기에 충분하다. 세상의 스타들 가운데 보도되는 마약과 대마초사건들은 인간의 연약함을 보여준 한 단면에 불과하다. 인간인 목회자도 연약하기는 마찬가지인데, 끝없는 열광 속에서 치유과정없이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스포트라이트’는 목회자를 탈진시키는 나쁜 환경이다.

교회가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목회자 역시 포기하지 않는 유명인사증후군은 이렇게 공동체와 개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세상 속에서 남겨질 명성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지 않는 한 유명인사증후군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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