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1세기 한국사회와 교회를 말한다 -유명인사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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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1세기 한국사회와 교회를 말한다 -유명인사증후군
  • 윤영호
  • 승인 2006.10.11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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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스탈 콤플렉스'사회와 교회를 오염시킨다
▲ 유명인사증후군은 목회자와 성도 모두를 세속주의적 성공의식을 갖도록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화려함이 풍기는 ‘타락의 독기’를 막아라  <상>

언제부터인지 한국사회에는 이른바 명사(名士)라는 단어가 유행병처럼 번지는 추세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했다든가 한 분야의 탁월한 업적을 세우는 등 소위 명사로 분류되는 사람에게 존경을 표시하는 일들이 관행처럼 되고 있다. 대대로 큰 기업을 승계하여 큰 돈을 움직이고 사회제반 영역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도 명사에 분류되고 있으며, 매스컴에서 인기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도 명사반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부러움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이같은 그룹은 하지만 기독교적인 눈으로 볼 때는 세속적인 기준에 따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그룹에 불과할 뿐이다. 높은 학식, 전문직종, 학위 등 명사가 되기 위한 조건은 의외로 간단하다. 유명세를 탈만한 포장에만 신경쓰면 되는 것이다. 이와함께 명사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매스컴 장악은 필수요건이다. 한국교회와 사회의 병폐 가운데 소위 유명세 증후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무사할 수 없는 실정이다./


리처드 닉슨 미국 전대통령의 보좌관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미국 교도소선교회 회장으로 사역하는 찰스 콜슨박사는 현대기독교를 오염시키는 주범의 하나로 ‘유명인사증후군’을 꼽는다. 우리가 아는 대로 ‘증후군’이란 사회공동체 전반에 나타나는 병적인 현상을 총칭하는 말로, 이 단어는 유명인사를 포함해서 그를 배출한 사회공동체 속의 병적증상을 일칻는 말이다.


콜슨박사는 유명인사증후군을 ‘페데스탈 콤플렉스’(Pedestal Complex)로 표시하면서 ‘강단’(講壇)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혹은 그 위에서 마이크(메가폰)를 잡고 무엇인가를 주장하는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을 지칭하기도 하고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서는 마이크를 잡고 주도하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 사회적인 공감대를 지칭하는 것이 바로 ‘페데스탈 콤플렉스’(Pedestal Complex)라는 것이다.

콜슨박사의 지적대로 최근 우리나라 사회와 교회에는 이른바 유명인사증후군이 도처에서 번식하고 있다. 스스로를 유명인사라며 지도자를 자처하고 나선 인물을 비롯 이같은 사람이 없을 경우 불안증을 보이는 교회대중들의 심리 역시 ‘페데스탈 콤플렉스’의 한 유형으로 꼽힌다.


유명인사증후군은 물신주의 존재를 증명

현대시대에 들어와 더욱 뚜렷해지는 유명인사증후군은 매년 새롭게 출범하는 다양한 형태의 기독교조직을 통해서 드러난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 주변에 있는 기독교조직 치고 유명하지 않은 사람을 총재나 대표직에 추대하지 않은 곳이 있는지 꼼꼼하게 집어보면 각 조직의 대표들은 이미 교회안팎으로 잘 알려진 사람들이다.


최근 서울시청 앞 코리아나 호텔에서 교파를 불문한 기독교지도자들의 조직이 만들어진 일이 있다.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미 크고작은 단체에서 대표직을 맡거나 실무총책임을 맡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울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인 이상형 사관이나 한기총 공동회장인 김동권목사, 한사랑선교회 대표이면서 국민행동 대표를 맡은 김한식목사, 복음단체총연합회 대표인 엄신형목사 등 내로라하는 목회자들이 참석했다.

이 조직의 대표회장에 추대된 김홍도목사(금란교회)의 말이다. “제가 지금 맡은 것만 십여개가 넘어서 이것까지 맡을 경우 힘에 부칠 수도 있겠지만 워낙 요청압력이 심해서 그냥 맡기로 마음먹었는데….”

이어 김목사가 한 말. “돈 내라는 뜻으로 알고 최대한 협력하기로….” 이것은 김홍도목사의 말이지만 솔직히 조직의 수장으로서 운영을 책임진다는 것은 시간과 물질의 투자가 따라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결국 페데스탈 콤플렉스는 우리 기독교계가 지독한 물신주의에 빠진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한 조직의 지도자요 대표로 일한다는 것은 조직확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이른바 ‘대표자의 돈 취합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익영리단체로 변질되는 기독교단체
콜슨박사가 소개한 일화이다. 어느 날 콜슨박사가 비행기를 탔을 때 겪은 일이다. Praise The Lord(PTL, 대표:짐 베커목사)라는 기독교단체 후원이사와 비행기에서 만났다. PTL은 기독교방송에 프로그램을 제작해 송출하는 등 인기를 누리던 유명했던 단체이며, 베커목사는 당시 인기 프로그램을 진행해 미국교회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만난 PTL의 후원이사는 짐 베커목사에서 엄청난 금액을 지급한다며 PTL의 운영능력을 연신 자랑하고 있었다. 그 때 콜슨박사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알아차린 그가 급하게 자신의 입장을 둘러댄다면 한 말, “NBC방송을 운영하는 사람의 급료가 얼마인지 아십니까?” NBC방송보다 더 많은 돈을 지급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지만, 콜슨박사는 단호히 “PTL은 NBC방송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기독교단체는 물질을 필요로 하기는 하지만 물질을 중요시 여기는 세속 단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돈을 낼만한 사람을 골라서 후원이사로 취임시킬 뿐만 아니라 대표자에게 많은 돈을 지급한다는 것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저급한 싸구려 신앙을 인정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는 이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나님의 일을 하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돈 있는 사람을 대표직에 앉혀 그 돈을 쓰도록 회유하는 일들을 우리들은 서슴지 않고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물질에 종속된 현재 한국교회의 메커니즘을 바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사례들이다.


인간의 가치를 왜곡하는 유명인사 증후군

유명인사증후군은 또 하나, 사람들의 공평하고 평등한 가치를 왜곡해서 차별화하도록 한다는데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에서 한인들이 모여 사는 동부지역의 퀸즈(Queens)라는 지역의 한 교회의 일이다. 교회설립자가 소천하고 후임목회자가 사역을 시작한 뒤 이 교회는 기존 교인들이 다른 교회로 빠져 나가고 새로운 교인들로 대체되는 일이 1년 사이 진행됐다. 많을 때는 교인이 100명까지 출석했던 이 교회는 보통 70~80명이 출석하는 비교적 안정된 교회였다.


하지만 목회자가 바뀌고 난 후 소위 한인사회에서 출세했다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교회에 나오면서 기존신자들은 새 목회자의 눈 밖의 존재였다는 것이 이 교인들의 말이다. 의사 변호사 사업가 중심으로 교회가 운영되자 기존 신자들이 서서히 다른 교회로 옮긴 것이다. 물론 교회운영은 재정적으로 안정됐다.

하지만 기존 신자들이 받은 상처는 몇 년이 지났는데도 아물지 않고 있다. 하나님 앞에서 모두가 죄인이라는 평범한 기독교진리 조차 교회 안에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유명인사증후군은 인간의 가치를 왜곡함으로써 교회를 분열시키고 아물지 않을 상처를 남긴다.

우리는 대형화되고 물질적인 안정을 최대의 기도제목을 삼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 한 가운데 살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유명인사증후군에 갇혀 살았던 것은 아닌지 솔직하게 생각해야 한다. 유명인사증후군은 매우 심각한 목회자의 탈진현상과 성적타락을 불러오고 교리와 신학을 왜곡하는 일들을 초래하기 때문에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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