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와 하나님 말씀으로만 온전히 변화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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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와 하나님 말씀으로만 온전히 변화될 수 있습니다.”
  • 현승미
  • 승인 2006.09.2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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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들에게 따뜻한 안식처를 제공하는 ‘소중한 사람들’

가을햇빛이 뜨겁게 내리쬐는 오후, 높다란 서울역 계단 사이에 한 남자가 신발까지 벗어 놓은 채 낮잠을 즐기고 있다. 마치 자신의 위태로운 삶을 대변이라도 하듯 울퉁불퉁한 층계에 아무렇게나 몸을 내맡긴 그는 어딘지 위태로워 보인다. 그러나 불편하게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도 잠깐. 이내 역 관리인에게 쫓겨나 다 닳고 헤진 운동화를 주섬주섬 챙겨 또 다른 안식처를 찾아 몸을 옮긴다.


‘희망’을 잃어버린 그들에게는…


저마다 나름의 이유와 회한을 가슴에 품은 채 시멘트바닥을 방구들 삼아, 남들이 읽다 버린 찢어진 신문을 이불삼아 새우잠을 자는 노숙자들. 분명 한때 그들은 누군가의 아들, 딸이었고, 누군가의 남편, 혹은 아버지였을 것이다. 더러는 잘 나가는 큰 기업체의 대표였을지도 모른다.


오랜 경기침체와 생활고는 결국 이들을 길거리로 내몰았고, 가족들에게조차 외면당한 이들은 희망을 잃었다. 분명 사지가 멀쩡하고, 하다못해 공사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날품을 팔  수도 있을진대 그저 주변을 어슬렁거리거나 잠을 자는 것이 하루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희망’을 잃어버린 그들에게 삶의 목표가 있을리 만무하다. 그런 그들을 세상마저 외면한다. 아니 오히려 멀쩡한 몸으로 일하지 않는 그들에게 비난의 눈길을 보낸다. 더럽거나 무섭다는 이유로 옆으로 지나는 것조차 꺼린다. 이런 그들에게 따뜻한 안식처를 제공해주고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는 이들이 있다.


하나님께서 빚으신 소중한 사람들


기독인들로 이루어진 ‘소중한 사람들’. 하나님께서 빚으신 그 어느 누구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며, 노숙인들의 사람답게 살 권리를 찾아주고자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


“몇 년 전 제 간증집을 읽은 뉴저지의 감리교 목사님 초청으로 생전 처음으로 외국에 나가게 됐습니다. 그때 교회 담벼락에 기대어 자고 있는 노숙자들을 봤는데, 왜 교회가 문을 열어주지 않고 저들을 방치할까 하는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그 목사님께서 한국 노숙자가 더 비참하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소중한 사람들의 회장 유정옥사모(하나로교회)는 그 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미국에서 본 그 광경과 목사님의 말이 잊혀지지 않았다. 많은 고민과 기도의 시간을 보낸 후 서둘러 노숙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청량리로 답사를 나서기도 했다.


"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습니다. 그때 우연히 김수철목사님을 알게 됐지요. 미국에서 오랫동안 노숙자 사역을 해온 목사님께서 마침 국내에서도 노숙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계셨어요."

교단과 직분을 넘어 섬김의 마음만 있습니다


미국 거리선교회 대표를 맡고 있는 김목사는 이미 20년째 마약·알콜 중독자, 고아,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며, 상담, 이·미용, 의료서비스 등을 실시하며 노숙자들의 재활을 돕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소중한 사람들이지만 특히 거처 없고 병든 사람들이 하나님께 소중한 사람들이므로 그들은 돕는 것은 크리스천의 의무라고 생각한 두 사람의 마음이 합해져 ‘소중한 사람들’이 조직됐다.


같은 마음으로 하나님의 일을 하는 데는 교단도 직분도 중요치 않다. 현재 소중한 사람들을 꾸려 나가는 이들은 김수철목사와 유정옥사모를 비롯해 권춘화전도사 김수실권사 등 5명의


자원봉사자들이다. 제일 먼저 김목사와 유 사모가 속해 있는 성결교단과 장로교단이 힘을 합했고, 목동제자교회, 드림의교회, 영등포성결교회 등에서 무료급식봉사를 자원했다.


필요를 따라 채우시는 하나님


“처음에는 주일날 아침 천 여명의 노숙자들에게 컵라면을 나누어주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노숙자 사역을 시작할 때가 1월이라 한참 영하 20도를 넘어서는 추운날씨였죠. 그들에게 하나님 말씀과 함께 따뜻한 라면국물이라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한 해 동안 수많은 노숙자들에게 마음과 육의 양식을 나누어 주었다. 또 그만큼의 자원봉사자들이 교회와 단체에서 혹은 가족이 짝을 이뤄 다녀갔다. 후원의 손길도 이어졌다.


“아직 정기적인 후원자는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1년 8개월 동안 한 번도 어렵거나 힘들어본 적이 없어요. 지금 당장 제 손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필요한만큼 하나님께서 꼭 채워주시거든요. ‘시냇가’도 그렇게 세워졌어요.”


경남 창원의 한 후원자가 보내준 천만원으로 8평 공간에 노숙자들이 씻을 수 있는 ‘샤워시설’을 마련했다.


집 없는 이들에게 하루하루 끼니를 때우는 것만큼이나 궂은 날씨도 걱정이다. 겨울은 추워서 걱정 여름은 더워서 걱정. 추울 때는 두껍거나 얇거나 있는데로 겹겹이 옷을 껴입고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본다지만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뻘뻘 흐르는 여름에는 그야말로 속수무책.


작은 공간에 4개의 수도꼭지와 세탁기 한 대가 고작이지만, 노숙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이나 다름없다.


“매 주일아침 컵라면과 함께 샤워쿠폰을 나눠줬습니다. 샤워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돼있는데, 노숙자들은 너무 많아 쿠폰에 샤워할 수 있는 시간까지 미리 표기를 해뒀습니다. 그러니 정해진 시간만큼은 맘 편히 씻고 세탁을 할 수 있게 됐지요.”


그러던 중 미국의 한 후원자의 도움으로 3배가량 넓어진 지금의 자리로 옮기게 됐다.


하나님의 잣대는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노숙자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일하기 싫어하는 게으른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그들이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이 없습니다. 하다못해 일용직도 신분 확인이 돼야 하는데, 그들 중 대부분은 주민등록증이 말소된 사람들입니다.”


소중한 사람들의 사역은 단순히 노숙자들에게 씻을 곳과 먹을 곳을 제공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다시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재활을 돕고 있다. 노숙인들 중 자활 의지가 높은 10여명을 선발해 중계동에 마련된 ‘소중한 사람들 센터’에서 세상 앞에 당당히 나갈 수 있도록 규칙적인 생활에서부터 필요한 자활 교육을 실시한다. 센터에서의 교육은 대부분 김수철목사의 몫이다. 그들과 함께 자고 생활하면서 하나하나 세세히 변화시켜 나간다.


“김목사님이 아니었다면 센터자활교육은 힘들었을 거예요. 정말 작은 것까지 하나하나 챙기시면서 그들을 변화시켜 나가셨지요. 사실 목사님께서 미국 사역을 함께 병행하고 계셔서 3개월마다 한 번씩 자리를 비우시는데, 저는 그 자리를 대신하는 정도죠.”


인간적인 한계를 넘어서 오직 은혜로만


유정옥사모는 자그만 몸으로 집에서 직접 담근 무거운 김치바구니를 몇 개씩 이고 나르기를 수십 번씩 하고, 이제는 아예 매일 노숙자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식사하는데 시간을 보내면서도 자신은 별로 하는 일이 없다며 겸연쩍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처음 샤워시설을 만들었던 8평 공간에는 현재 ‘시냇가 식당’이 들어서 있다. 센터에서 자활교육을 받은 김유신씨와 유정길씨는 이곳에서 스스로 자신의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저희는 단순히 밥을 주려는게 아닙니다. 반드시 예배 드리는 사람에게만 식사를 제공하지요. 물 한모금을 줘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반발하고 욕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예배시작 한시간 전에 와서 스스로 성경을 읽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인간적으로는 변화시킬 수 없지만, 예배와 하나님의 말씀으로만 그들을 온전히 변화시키고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 유정옥사모. 지금의 사역도 부족해 앞으로 집없는 청소년을 위한 쉼터, 말기 암환자를 위한 무료요양소 설립을 꿈꾸는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진정 하나님의 참된 나눔과 섬김의 가르침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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