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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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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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목사<한성교회>


“왜 다른 건 다 가르쳐 놓고 쉬는 법은 가르쳐 주지 않았나요?”

언젠가 슬럼프에 빠진 골프 스타 박세리가 자기 아버지에게 했다는 하소연이다. 마음과 육체에 극심한 스트레스가 몰려왔을 때 이를 푸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그녀의 항변은 상당수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아니겠는가?

1960년대 초반 이후 우리나라는 “조국 근대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성취하기 위해 “죽도록 일하는 사람”을 영웅시 하는 문화를 만들어 왔다. 산업현장에서 일하다가 과로로 사망한 직장인을 영웅으로 미화시켜 왔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라는 구호 아래 쉼이나 휴식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사치스런 용어로 매도되어 온 경향이 짙다.

또한 전통적으로 “노는 것은 죄요 잘못”이라는 관념이 우리의 뇌 속에 단단히 뿌리박혀 있다. 언젠가 화제가 된 “노는 만큼 성공 한다”라는 책에 보면 우리나라가 1만 달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생산적인 여가 문화의 부재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잘 놀아야 창의성도 높아지고 결과도 좋은데 우리나라에서는 노는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어 있지 않아서 생산성도 그 이상의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서구의 경우에는 노는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일전에 모 TV에서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과 영국의 고등학생들의 생활을 비교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목숨 걸고 공부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에 비해 제대로 공부하는 것 같지 않은 영국학생들의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업 성취도나 창의력에 있어서는 우리 학생들이 영국학생들을 앞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영국 사람들에게 “일 년 내내 열심히 돈 버는 이유가 무엇이냐?” 물어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여름에 제대로 놀기 위해서!”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우리나라와 영국이란 나라를 단순비교 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아직도 쉬는 문화, 노는 문화를 건강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데는 인색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쉼의 문화를 도외시 하고 일중독의 문화가 지속된 결과, 우리나라는 한참 일할 나이인 40대 사망률이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리지 않고 일만 하다가 과로로 사망할 경우 그를 영웅시 하는 그런 개발독재 시대의 문화가 아직도 계속되어야 하는가?

쉼 없이 일만 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 온 우리의 모습은 ‘빨리빨리 문화’로 대변된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사람은 ‘느릿느릿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종종 지나친 욕심에 사로잡히게 된다. 선진국일수록 정직과 질서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북미나 유럽에서는 어디를 가든지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고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이 조급해 하는 경우를 거의 볼 수 없다. 유독 우리 사회에서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정직과 성실이라는 가치보다는 목적달성이라는 가치가 우선시 되는 문화가 오늘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심은 대로 거두는 법칙이 인생의 법칙이다. 더디 가더라도 바른 길로 나아갈 때 보다 건전한 사회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일중독 형의 인간을 우상시 하지 말자. 일상을 떠난 쉼과 휴식의 시간은 다른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시간이며 창조적 아이디어를 얻는 시간이다. 실제로, 기업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팀에 소속된 사원들은 출근 복장이나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고, 남들이 보면 항상 노는 것 같이 보인다.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의도적으로 자신을 새로운 환경에 계속 노출시킬 때 비로소 창조적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쉼은 시간낭비가 아니라 재창조의 시간이다.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길을 가다가 잠시 서서 물 한 모금 마시며 자신을 돌아보는 삶의 여유를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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