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소망·비전 담은 교회를 세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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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의 소망·비전 담은 교회를 세우고 싶어요”
  • 현승미
  • 승인 2006.06.2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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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로 하나님의 성전 짓는 (주)이재건축디자인 대표 오문교집사

방배카페골목 뒤로 즐비한 주택가를 따라 좁은 길로 들어서니 교회 첨탑이 어렴풋이 보인다. 시멘트와 나무목재가 교회주변에 쌓여 있고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날씨인데도 공사를 진행하는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있다. 


“김집사님 이쪽은 이렇게 해주세요. 이집사님 여긴 마무리가 잘못됐어요. 다시 부탁합니다. 조심하세요.”


얼핏 들으면 마치 교회에 큰 행사가 있나 싶지만, 사실 시설이 노후한 교회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흔히 공사판에서 불리는 김씨, 이씨가 없다. 사장도, 벽돌을 나르는 사람도, 미장이 일을 하는 사람도 모두 교회 직분에 따라 불려진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모두 기독교인들입니다. 처음 회사 직원들을 채용할 때도 기독교인들을 선별했지요. 자연히 공사장에서 함께 일하시는 분들도 기독교인들로 모이게 되더라고요.”


믿음의 동역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주)이재건축디자인(eajae.co.kr) 대표 오문교집사(한우리교회). 그는 크리스천 기업으로서 모든 일에 하나님의 뜻을 믿고, 기도로서 간절히 구한 후 하나님의 응답이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업무를 수락한다.


“하나님은 세상의 주인이시니까 세상 건축을 하면서도 항상 이 안에 어떤 뜻이 숨겨져 있을까를 생각했었죠. 하나님이 교회 안에만 계신 것이 아니니까 그분이 허락하신 일이 무엇인지 항상 기도하면서 분별력을 가져야 합니다.”


이렇듯 항상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그가 지난해부터는 교회건축에 대해 새로운 비전을 갖게 됐다.


“건축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사실 예전과 달리 한국교회도 크기나 규모면에서는 세상 어느 건축에 뒤처지지 않을 웅장함과 거대함을 자랑하지만, 정말 살아 숨 쉬는 교회는 별로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교회를 건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섣불리 순간의 감정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다. 그는 교회건축에 대한 비전을 마음에 품고 6개월여를 간절히 기도하며, 하나님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작년 가을 드디어 교회건축을 선언했다. 그 첫 작품이 방배성결교회 리모델링 작업. 오랜 시간을 기도로 준비했지만,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 일이기에 공사를 쉽게 시작할 수는 없었다.


먼저 교회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건물들의 상황을 파악했다. 건축 당시 주변 주택가를 중심으로 우뚝 서 있던 교회가 오랜 세월이 흘러 건물벽도 노후 됐고 주변의 집들이 2층, 3층 건물을 올리다보니 어느새 묻혀버린 형국. 사방 어느 곳에서든 교회가 눈에 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다음 방배성결교회 담임목사님을 비롯한 교역자들과 오랫동안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교회에 맞는 건물 디자인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바로 그 교회 교역자들과 성도들이지요. 교회 건축을 준비하면서 전 교인이 함께 모여 같은 비전을 가지고 많은 기도와 준비의 시간을 가지잖아요. 그분들이 원하는 교회의 모습을 대화로 함께 풀어가며, 저희는 거기에 전문지식을 보태 온전한 교회의 모습을 세워내는 것이지요.”


교회에서 원하는 모습은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회. 오문교집사는 주택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교회의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멋지게 승화시켜 내며, 교인들의 바람을 담았다. 교회 층수를 높이고 외벽에 등을 달아 어두운 골목길을 밝혀주며 동네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선조들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접목시켰다. 동네 한가운데 있는 공동우물에 모여 담소를 나눴듯이, 교회 2층의 누구나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친교의 공간을 마련했다. 오집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뭔가 일반 건축과는 다른 모양새다.


“건축 설계에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무엇입니까? 대부분 공사금액과 시공업체에 의해서 건축규모나 디자인이 결정되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건축의 제1번은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을 생각한 후 그에 맞는 설계도 하고 공사금액도 결정돼야 합니다.”


그나마 비교적 물질적 여유가 있는 큰 교회는 디자인 부분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건축 자체만으로도 힘겨워하는 작은 교회는 디자인은커녕 가지고 있는 공사비용에 모든 것을 맞춰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는데 공사비용에 맞춰 모양을 변형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얼마든지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건축을 할 수 있는데 많은 건축인들이 자신들의 편리대로 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두 배 이상의 효과를 내는 인테리어를 선보이면서도, 교인들의 소망과 비전을 담은 건축. 그것이 오집사가 꿈꾸는 성전 건축이다. 때문에 그가 하는 건축일은 사업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한 봉사이다. 큰 교회보다는 개척교회나 미자립교회 등 형편이 어렵거나 작은 교회 건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무료로 건축을 해주진 않습니다. 다만 저렴한 가격으로 두 배의 효과를 내 주는 것이지요. 물론 그 가운데 하나님의 뜻하신 바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40대 이전까지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며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다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건축가로 거듭난 오문교집사. 그는 이제 ‘기독교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꿈꾸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기독교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우리 역 사를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물질적 어려움을 쉽게 좌절하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으며 그런 단체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특히 보이지 않는 믿음의 선조들에 대한 기록을 발굴, 보존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성경은 66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써내려 가는 것이라는 오문교집사. 그에게서 밝은 한국교회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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