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 (84) 예루살렘에서 로마까지
상태바
사복음서 (84) 예루살렘에서 로마까지
  • 운영자
  • 승인 2006.05.11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가-행전 전개의 두 개의 축

김경진교수<백석대 기독신학대학원>

서문에 이어서 1장 5절부터 본격적으로 누가복음의 본론이 전개되는데, 그 시작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사장 사가랴의 제사이다(눅 1:5-25). 마가복음은 이사야의 글을 인용하면서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처음에 나오고(막 1:2-3), 마태복음은 시작부터 예수님의 족보가 등장하는데, 누가복음에는 성전 제사가 서두에 등장하는 것이다.

물론 성전에서의 제사 자체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겠지만, 그와 더불어 누가복음의 시작이 예루살렘 성전이라는 것 또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그 이유는 마가, 마태복음과는 달리 누가복음의 마지막이 예루살렘이기 때문이다(눅 24:52).

이를 좀 더 설명하자면, 마가, 마태복음에서는 주님이 죽기 전 예루살렘에서 올라가 대제사장, 서기관, 장로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음을 당하고 사흘만에 살아난 후 제자들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겠다는 예언적 약속이 기록되어 있는데 반해(막 14:28; 마 26:32), 누가복음에는 그러한 예언적 약속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마가, 마태복음에서 주님은 부활 후 다시 갈릴리로 돌아가 제자들을 만나고 있지만(막 16:7; 마 28:16-20), 누가복음에서는 갈릴리에서의 해후(邂逅)는 없고, 모든 일들이 예루살렘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눅24:13, 18, 33, 47, 52).

공관복음의 서두에 발견되는 이러한 차이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 마디로 그것은 누가의 예루살렘에 대한 강조로써 이해된다. 복음서의 시작과 마지막이 예루살렘에서 발생하고, 또 부활 후 갈릴리 방문 대신에 주님이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활동하신 것(cf. 행 1:1-12),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님의 시험 기사에서 마태복음과는 달리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는 마귀의 시험이 세 번째 시험이 되면서 예루살렘이란 지명이 추가된 것(눅 4:9; cf. 마 4:5) 등은 모두 예루살렘에 대한 누가의 각별한 관심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왜 누가는 이처럼 예루살렘을 부각시키는 것일까? 그것은 누가의 두 권의 책, 누가-행전(Luke-Acts)이 두 개의 축(軸), 즉 예루살렘과 로마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예수님과 교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두 권의 책에서 누가는 시골 갈릴리에서 시작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많은 장애물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당시의 종교 중심지였던 예루살렘을 거쳐 세계의 중심지였던 로마에까지 이르렀는가를 기록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었는데, 이 지리적ㆍ신학적 구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예루살렘과 로마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누가는 그 복음서에서 도시 예루살렘을 매우 긍정적으로 밝게 묘사하고 있다. 이것은 복음의 시작과 생명의 장소로써 갈릴리가 긍정적으로 밝게 묘사되어 있는 반면에, 주님의 배신과 처형의 장소로서 매우 부정적으로 그려져있는 마가복음에서의 어두운 예루살렘 이미지와 좋은 대조가 되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