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의 땅' 러시아에 복음의 씨앗을 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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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의 땅' 러시아에 복음의 씨앗을 심는 사람
  • 이현주
  • 승인 2006.03.13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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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결식아동 무료급식 하는 러시아 우림교회 이태석선교사
▲ 우림교회는 일주일 내내 노숙자와 결식아동, 주일학교 아동들에게 사랑의 빵을 전하며 복음을 심고있다.

 

겨울이면 영하 40도의 추위가 찾아오는 혹한의 땅 러시아. 그냥 거주하기도 쉽지 않은 열악한 나라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며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는 열정적인 선교사가 있다. 50평생 자신만을 위해서 살았던 ‘세상인생’을 마감하고 주를 위한 인생길로 나선 러시아 우림교회 이태석선교사. 서울에 남아있던 자신의 집까지 전 재산을 정리해 자비량선교의 길을 나섰던 이선교사는 지금 배고프고 외로운 러시아 노숙인의 벗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태석선교사가 선교의 길을 나선 시점은 지난 2000년. 장로로 교회를 섬기다가 뒤늦게 신학공부를 시작했고 목사안수 후 바로 러시아로 향했다. 우연히 연결된 곳은 러시아에서 유일한 유태인 자치주 ‘비르비잔’이었다. 그러나 첫 사역지는 추운 날씨만큼 이태석 선교사의 마음을 시리게 했다.

믿었던 초청 선교사에게 두 달만에 쫓겨나고 홀로 서고자 전 재산을 털어 계약했던 건물마저 유태인들에게 빼앗긴 것. 러시아 정부에 스파이로 신고, 모든 걸 잃고 쫓겨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하나님을 위해 일을 하겠다고 했는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벼랑 끝에 선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었다.


‘이제 어떡합니까. 제가 갈 길은 어디인가요?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물러날 수도 물러날 곳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모든 걸 잃고 나니 하나님이 움직이기 시작하셨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도움을 주기 시작하면서 청소년 시설을 교회로 임대받게 되고 새로운 사역의 길을 열어 주신 것이다.

▲ 이태석 선교사 부부.

그리고 그에게 명하신 하나님의 사역이 바로 노숙자와 결손아이들을 위한 급식이었다. 주변의 만류도 심했다. “그 사람들에게 빵을 준다고 복음을 받아들일 것 같으냐,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어리석은 짓이다”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태석선교사는 망설였다. 하지만 아내와 성도들을 설득한 끝에 급식을 시작했다.


2003년 1월 결손가정 아이들이 교회를 찾아왔다. 빵과 스프, 비록 풍성하지는 않지만 어린 아이들의 주린 배를 채우기에 충분했다. 이어 2005년 어린이 급식은 노숙자들에게까지 확대됐다.

지금은 매일 140명이 한끼 급식을 받고 주일에는 교회학교 어린이들에게 식사가 제공된다. 이태석선교사는 “노숙자 급식이 선교의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렇듯 어려운 지역 사람들을 섬기며 목회의 길을 걷자 그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는 러시아 정부가 인정하는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최근에는 영주권까지 취득할 수 있었다. 러시아에서 영주권 취득은 안정된 선교사역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사회주의 잔재가 남아있는 러시아에서는 자칫하면 자국으로 추방당하거나 불이익을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태석선교사는 모든 걸 잃을뻔한 어려움을 딛고 비르비잔에서 존경받는 목회자가 되어있다. 그의 사역은 우림교회 예배로 확인된다.

주일에 드리는 예배는 모두 4번. 오전 11시 러시아인과 유대인 일부 고려인 등 약 70~80명이 예배에 참석하고 주일학교 학생이 50여명이나 된다. 대예배 이외에 농아교회 개척으로 수화예배를 드리며 한족을 위한 중국예배를 진행하며 ‘비라’지역에 러시아 현지인을 사역자로 양성 ‘비라교회’를 개척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아무리 자신의 전 재산을 쏟아 부었다고 해도 그것으로 선교를 감당하기에는 넉넉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태석선교사 역시 재정적 어려움이 고민이었다. 특정 교회 소속도 아니었고 소속 노회 파송으로 나와 변변한 후원자도 없었다. 하지만 참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그의 빈 주머니를 꼭 필요한 만큼만 채워 주셨다고 한다.


“한 초등학생이 성경 일독으로 부모님께 받은 용돈 10만원을 선교헌금으로 보내왔어요. 또 동기목사 한 사람이 영주권을 받기 위해 마련해야 하는 아파트 구입을 위해 어려운 형편에도 선뜻 후원금을 보내주었지요. 물론 지금까지 선교비의 50%가까운 비용을 감당해주시는 후원자도 있습니다. 모두 감사한 일입니다. 급식과 현지교회 건축 등 많은 재정이 필요하지만 한 번도 힘겨워하지 않았어요. 생각지 못한 곳까지 채워주시는 하나님을 확인했으니까요.”


이태석선교사는 러시아에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섹서폰’을 분다. 직접 음반을 만들어 선물한다. 그 음반에는 러시아 선교를 시작할 당시의 한과 아픔 담겨져 있다.


“선교지에서 저를 내쫓으려한 선교사에 대한 원망이 컸어요. 하나님께 화내며 매달렸었죠. 그때마다 하나님은 용서하라고만 하셨어요. 제 손을 어루만지시며 네가 참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용서의 마음이 섹서폰 연주에 녹아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더욱 더 절절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어느 선교지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는 러시아 선교사역의 성공을 위해서는 ‘인품’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음이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라면 현지인들의 마음을 열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정직하게 사역하다 보면 반드시 하나님의 위로가 있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태석선교사는 우림교회급식사역과 비라교회 건축을 위해 기도를 당부했다. 또 세르게이라는 현지인 신학생을 양육중이라며 러시아 사역자들이 많아지길 바란다는 소망도 밝혔다.

돌봐주는 이가 없다면 아파트 보일러실에 웅크리고 누워 하루 종일 굶고 있을 러시아 노숙자들, 부모의 방치 속에서 한 끼 영양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가여운 아이들이 없는 세상. 그것이 이태석선교사가 꿈꾸는 세상이다. 지금 당당 한 끼 급식으로 해결되지 않을지언정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새벽예배를 시작으로 늦은 밤 예배당에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그의 하루는 온전히 하나님만 향해 있다. 그것은 인생의 후반부를 걸어가는 한 평신도가 선택한 ‘참 목회’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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