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영역 벗어난 자체 운영 ‘세속화’ 가능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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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영역 벗어난 자체 운영 ‘세속화’ 가능성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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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2.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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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수익사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영재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오랜 교회 역사와 전통을 가진 유럽에서는 교회와 일반적인 삶을 위한 기관들 간의 역사적인 발전과정에서 ‘세속화’라는 개념을 갖게 됐다.

교회가 병원이나 구제사업기관이나 교육기관을 시작하고 육성해 어느 시점에 이르면 교회의 보호나 관리에서 풀어주어 국가기관이나 사회가 이를 받아 운영하는 것을 가리켜 세속화라고 한다. 대학이나 병원 역시 어느 시점에 가서는 교회가 직접으로 운영하는 제도에서 벗어나 자립적으로 운영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병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한국 교회는 기독교 병원이나 국내 전도 혹은 해외선교에 재정적으로 돕는 것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대구 동산병원 역시 그 점에서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병원과 교회의 올바른 관계에서 역행하는 일이다.

교회가 하는 일이 예배다.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날 주일에 성도가 함께 모여 하나님을 찬양하고 경배하며 말씀을 청종하는 것이 예배다. 그러나 말씀을 청종하고 실천함으로써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넓은 의미의 예배다. 다시 말하면 예배하는 교회가 해야 할 과업이 선교와 구제봉사이다. 선교는 사람들에게 구원으로 인도하는 특별은총을 전하는 것이고, 구제봉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반은총을 나누는 것이다.

기독교 병원은 구제봉사를 위한 기관이다. 기독교 병원이 교회의 선교를 위해 재정을 돕는 기관이 되면, 구제기관으로서의 본래의 기능은 상실하게 된다. 그러면 일반 병원이나 다름이 없게 된다. 기독교 병원도 일반 병원이나 마찬가지로 경영하는 데는 재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경우 가난한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여력을 갖지 못한다. 그러므로 교회가 기독교 병원으로 하여금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연보하여 기금을 조성해 도와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교회와 기독교 병원의 올바른 관계다.

신학교는 교회의 학교이므로 교회는 교회가 설립한 교회를 위한 신학교를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관리·감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회는 신학교 운영이사회를 둔다. 그리고 교회는 우선적인 관심을 목회자 양성기관인 신학교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고신교단의 역사에서 신학교를 위해 구성된 고신재단 이사회가 복음병원을 접수한 것은 잘못이다. 설사 초기 단계에서 병원 육성을 위해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대로 속히 원상으로 복귀하도록 조처를 취했어야 한다.

대학교의 경우 대학과 신학교는 성경과 목적이 다르다. 신학교는 목회자 양성기관으로서 교회를 위한 교회의 학교이지만, 대학교는 문화 창달을 위한 고등교육기관으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회를 위한 학교이다.

기독교 대학은 기독교 신앙과 정신을 학생들에게 심어주어 기독교 정신으로 사회를 위해 봉사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물론 학생들 중에 전공과는 관계없이 말씀 사역자로 부르심을 받는 이들은 신학교에 와서 목회자가 될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 그런 소명을 받는 사람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대학은 신앙적이 전통을 잘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교회 역사에서 교회가 일반은총의 영역에 속하는 일, 즉 세속의 일을 주관하거나 그 일에 깊이 관여하면 교회가 세속화되고 부패한다는 사실에 대한 교훈을 얻는다.

교회가 영적인 기관으로서 정체성을 회복하고 확고히 서면, 교단 내의 대학이나 병원 등 모든 기관들은 새로 거듭나서 그 역할과 기능을 다하게 될 것이다. 당면한 현실을 타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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