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8주 특집](상)세상을 따라가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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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8주 특집](상)세상을 따라가는 교회
  • 윤영호
  • 승인 2006.01.25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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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단체가 주관한 교회경쟁력 발표회


  모 단체가 주관한 교회경쟁력 발표회. 교회경쟁력을 경영론 및 조직론의 관점에서 조사해 주목받은 포럼이었다.



<상>교회가 마케팅을 하다

<하>맥처치, 현실에 적응하다 


“복음은 없고 능률과 효율성만 있다”
  

“나는 행복해지려고 종교를 찾은 것이 아니었다. 그런 행복은 포트와인 한 병으로 얻을 수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당신이 참으로 안락함을 느끼기 위해 종교를 원한다면, 나는 결코 기독교를 권하지 않겠다.”


최근 기독교 환타지 영화로 유명해진 나니아연대기의 저자 C.S.루이스가 변질되는 기독교를 우려하며 한 말이다.

루이스의 이같은 우려는 미래기독교를 가정한 상상의 발언이었으면 좋겠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는 현실의 왜곡을 보며 비통한 심정으로 이같이 내뱉고 말았다.

루이스는 사람들의 목적이 안락함이라면 결코 교회를 추천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교회란, 사람들에게 고작 편안함이나 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기독교가 ‘안락함’과 ‘편안함’을 주어야 하는 종교로 됐는지 알 수가 없지만 확실한 것은 최근에 나타나는 이같은 추세가 결코 성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커지는 교회규모와 다양화 되고 있는 인테리어, 지역 문화센터에서나 볼 수 있는 갖가지 강좌들과 첨단시설을 동원한 환타지 영상예배 등등 교인들을 위한 이같은 세심한 배려의 근원은 과연 무엇에 근거해 있을까.


우리는 성장하는 교회를 보며 “시대를 주도하는 기독교”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일사불란한 사회봉사 체계와 순서에 짜여진 중보기도 계획서, 미리짐작해서 만들어진 헌금에 대한 수입과 지출내역 예산, 소그룹 운영에 대한 전문가들의 컨설팅과 지도자들이 받고 있는 목회코칭, 신입교인에 대한 6주간 교육과 그 뒤를 이어 진행되는 제자훈련/성경공부 편성, 각종 봉사사역 지침서 등 현대시대 속의 교회는 계획입안과 실행 그리고 지도자들의 공유된 인식을 축으로 하여 합리적인 운영체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 모두를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는 목회합리성에 치우치고 있는 현재 한국교회의 흐름과 관련해 중요한 몇가지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미국교회의 경우 이른바 ‘목회합리성’ 내지 ‘목회경영’이 휩쓸고 있는 현재 추세를 ‘교회의 정체성 위기’라고 진단하며 교회 안팎에서 각성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USA투데이’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왜 한국교회가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조사에 의하면, 전체 미국인 중 56%가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데 그 중 45%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26%는 ‘마음의 평화와 정신적인 안정 때문’에 교회에 출석한다는 것이다. 즉 교회출석 이유가 ‘내적이면서 주관적인 성격의 보상’에 있다는 내용이다. 결국 교리나 구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람의 취향을 연구하며 맞추는 목회 `유감`
‘친교’ ‘훌륭한 설교’ ‘음악프로그램’ ‘자녀들을 위한 청소년활동’ ‘편안한  마음’등이 교회출석의 기대심리라는 것인데 이것이 미국교회에 한정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이런 현상이 더 잘 보이는 곳은 기독교 서적을 진열해 놓은 서점이다. 제목과 유형을 살펴보면, 또 고객의 눈높이에 진열되어 인기장르임을 보여주는 곳을 보면 대부분 ‘자아존중’ ‘자아실현’ ‘자아분석 등 예민한 감정문제를 다룬 책들이다.


현대 기독교는 이렇게 세련되고 고급화되면서 한 가지 경향을 보이게 됐는데 이른바 ‘교인의 취향에 맞춘 교회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교회들은 성장하기 위해서 현대인의 취향을 연구하게 됐고 그들의 기호에 맞는 교회스타일, 목회스타일을 개발하는 데 열심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초대교회는 예수모방을 기치로 내세우며 교인이 예수님를 닮고자 했다. 하지만 지금은 교회가 세상을 닮으려고 다양한 학술기법, 경영기법들을 동원하는 셈이다. 


괄목할만한 교회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교회가 사회의 한 부분이 됐다는 사실에 더 이상 놀라지도 않는다.

예수님을 닮지 않고 세상을 닮으려는 교회들
오히려 사회의 한 부분으로서 마땅히 할 일을 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스트레스와 삶의 문제, 정서적인 문제로 괴로워하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교회가 될까 우려하면서 이들을 불러 모을 최상의 방법들을 세상에서 취사선택하며 가장 효율적으로 적용한 교회를 성장한 교회로 혹은 성공한 교회로 추앙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교회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조지 리처박사(George Ritzer)는 지난 1993년 ‘사회의 맥도날드화’란 논문에서 “미국은 패스트푸드 식당의 경영원리에 준하는 과정이 지배하고 있다”고 결론지으며 미국사회의 패러다임을 패스트푸드 경영원리에서 찾고 있다. 리처박사가 말하는 맥도날드사회란 무엇일까.

그는 일단 상품의 가치가 인정되면 그 상품이 가능한 한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개발되고 전달되며 판매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고 주장하면서 “상품이 시장에 가장 잘 전달되도록 규칙과 규정, 절차가 설정된다”고 설명한다. 이제 인간은 그저 그 규칙들을 관리하는 일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맥도날드사회’는 이제 ‘맥처치’(McChurch)라는 개념으로 교회 안에 들어와 ‘즐기는 교회’ ‘편안함을 주는 교회’라는 생각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에서 교도소선교에 앞장서고 있는 닉슨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찰스 콜슨은 “현대인들이 찾고 있는 것은 영적인 사교클럽으로, 이것은 삶에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믿음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최근의 경향에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신앙인 혹은 교인이라는 말 대신 일반 종교사회학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종교소비자’라는 말을 사용하며 교회는 이제 다른 여가선용 단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돌입했다고 걱정하는 일부 목회자들의 어이없는 걱정을 한탄하고 있다.


관리와 통제 따른 조직경영 기법 각광?
최근 5년 동안 나타난 한국교회의 흐름을 주목해 보면, ‘맥처치’가 비단 미국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 증거는 이렇다.

첫째, 교파주의가 사라지는 현상이다. 한국교회는 이것을 일치와 연합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강조하지만 이 현상은 신앙의 성숙에 의한 변화가 아니라 사람들을 교회에 끌어 모으려고 내놓은 일선 교회 목회자들의 비상수단이다.

알파코스, 제자훈련, G12사역, 멘토링사역, 바나바사역훈련 등등 최근 제공되고 있는 엄청난 양의 교육훈련/양육프로그램은 교파를 뛰어 넘어 전체교회를 점령하고 있다.


목회자들은 교회성장을 위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성실하게 도입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창의적으로 섞어가는 테크닉을 발휘하면서 성공목회를 지향하고 있다.


둘째, 세상의 경영논리가 목회에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맥처치의 특징 중 가장 눈에 띠는 부분은 능률과 통제가 적절하게 배합되고 있다는 것으로, 우리는 2-3년 새 교회경영론에 대한 얘기를 부쩍 많이 듣는다. 교회경영을 가르치는 기독교전문연구소가 설립되는가 하면 온누리교회의 목회경영을 해부하며 이를 이식하려는 모험까지 감행되는 상황이다.

통제와 능률, 합리성으로 무장한 패러다임이 복음의 역동성을 신뢰하는 교회공동체를 통제한다니 참으로 경악할 일이다. 더더욱 문재가 되는 것은 우리는 교회경영, 목회경영과 관련해서 단 한 번도 신학적인 논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논쟁없이 적용되는 풍토가 복음훼손 부채질
성장과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허용된다는 가치관이 더 이상의 논쟁을 허용하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성장자체가 그릇된 것이거나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거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정체성을 위기로 몰고 간다면 우리는 더 냉정해야 한다.

세계적인 복음주의 학자 알리스터 맥그래스박사는 “오늘날 어느 교회에 가느냐는 점점 더 경쟁적인 양상을 띠게 되었다. 교회가 생산해 낸 상품, 즉 설교, 예배, 기타의 것들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것이냐의 문제가 중요해졌다”고 하면서 교회를 고르는 현대인의 풍조에 따라가는 교회들을 무척이나 걱정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최근들어 대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없어진다는 말을 많이 듣는 것은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노력 대신 성장과 성공의 노력이 더 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람들의 풍습과 가치관을 연구하여 이에 대비하는 각종 컨설팅은 기업이 상품판매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종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들이다.

질 높은 성경교육, 체계적인 지도자훈련, 커리큘럼으로 짜여진 제자훈련 과정 등등 일정 기간의 훈련을 받으면 신앙성숙의 길로 들어선 것과 같은 생각이 온통 지배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며 순종의 삶으로 이어지기까지 고작 1-2년 혹은 3-4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치 관광객이 일정기간 동안 다른 나라를 돌아보는 식의 짜여진 관광일정이 교회에 도입된 것은 아닐지 깊이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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