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71) 빌라도에 의한 예수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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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71) 빌라도에 의한 예수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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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1.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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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죽음의 책임은 유대인들에게

김경진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주님은 이미 산헤드린 공회에서 심문을 받았는데(마 26:57 이하), 이제 다시 심문을 받고 마침내 유대 총독인 빌라도에게 넘겨진다(마 27:1-2). 다시 말하면 가룟 유다는 주님을 산헤드린 공회에 넘겨주었고, 산헤드린 공회는 그를 다시 이방인인 로마인들에게 넘겨준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주님의 예언에서 이미 언급된 것으로써 주님 죽음의 전 과정이 곧 예언의 성취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마 20:17-19). 그런데 사실 이 두 번째 회의의 이유는 분명하지 않은데, 아마도 사형 선고가 내려지기 전에 두 번의 재판을 요구한 랍비들의 규례에 따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주님이 이방인 총독인 빌라도에게 재판을 받은 사실은 사복음서 모두에 기록되었는데(막 15:1-15; 눅 23:1-5; 요 18:28-38),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실은 주님 처형의 책임이 이방인들에게 있지 않고 유대인들에게 있다는 점이다. 요세푸스의 『고대사』에 따르면 빌라도는 주후 26-36년까지 유대 총독으로 재임하였으나 그 잔인함으로 인해 소환되었다고 전한다.

빌라도는 명절에 죄수 하나를 석방하는 당대의 관습에 따라서(마 27:15) 자신이 보기에(혹은 로마 법에 의할 때) 무죄한 것으로 보이는 예수를 석방하려하고, ‘유명한 죄수’인 바라바와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 중 한 사람을 유대인들로 하여금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여기서 대부분의 고대 사본에는 없지만, 일부 고대 사본에는 마 27:16, 17에서 바라바란 이름 앞에 ‘예수’(iesous)란 단어가 붙어있고, 그리하여 헬라어 성경에는 이것이 괄호 안에 묶여서 나타나고 있다. 사실 고대 사회에서 ‘예수’란 이름은 특이한 이름은 아니었다. 요세푸스는 예수라는 이름의 사람을 6명이나 언급하고 있고, 골 4:11에는 ‘유스도 예수’가 언급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많은 신약 학자들은 아마도 본래의 전승에 따르면, 빌라도는 유대 백성들에게 ‘바라바라 하는 예수’와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를 대조하면서(마 27:17) 그중 한 명을 택하도록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후대 교회로 내려오면서 예수란 이름을 경외한 까닭에 아마도 바라바 앞에 붙어있던 예수란 단어가 생략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마태를 포함하여 복음서 저자들이 빌라도에 의해 주도된 주님의 재판 과정에서 중요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십자가 처형의 책임이 이방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유대인들에게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 27:19에 언급된 빌라도 아내의 꿈 이야기 역시 함께 소개되면서 주님의 결백을 강조하는 것이다. 니고데모 복음서에 따르면 이 여인의 이름은 글라우디아 프로큘라(Claudia Procula)이었다고 한다.


마태복음에서는 빌라도가 주님의 무죄함을 한 번 언급하고 있지만(마 27:24), 누가복음에서는 3번이나 반복하여 기록하고 있다(눅 23:14, 20, 22). 이것은 상대적으로 유대인의 무고(誣告)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으로써, 주후 70년에 발생한 예루살렘 성전의 멸망이 그에 대한 보응으로 이해하게 되는 단서를 제공한다. 이방인조차도 인정한 주님의 무죄와 결백은 곧 주님의 죽임이 온 인류를 위한 대속적 죽음이란 사실을 다시금 명백하게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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