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샤의 대부`에서 `나환자의 친구`로 남은 삶 바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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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샤의 대부`에서 `나환자의 친구`로 남은 삶 바쳐
  • 이현주
  • 승인 2005.12.16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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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나환자 봉사 떠나는 이바나바선교사
 


 예수님처럼 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 60년, 풍요로웠던 자신의 삶을 내어놓고 고행의 길을 가겠다고 말한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한센병 환자들의 곁에서 남은 생을 마치고 싶다는 이바나바 선교사(지구촌선교공동체 파송,대표:김준모목사). 그것도 제3국 오지 마을 깊숙한 곳을 사역지로 정했다. 어떤 힘이 그를 험난한 길로 끌어들이는 것일까 궁금했다.

“험난하겠지요. 두려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한 몸 잘되기만 기도하는 것이 무슨 믿음이겠습니까.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다른 길입니다. 이제라도 하나님께 ‘잘했다’ 칭찬받는 삶을 살고 싶을 뿐입니다.”



김요석선교사를 닮고 싶었다



이바나바선교사의 삶이 변화된 것은 14년 전. 우연히 받아든 김요석선교사의 간증테잎을 듣고 난 후였다. 한국과 중국에서 23년간 나환자들의 곁에서 살아온 그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진짜 사람같은 사람이구나.’ 막연한 감동과 동경이 밀려왔다. 이목사는 그를 만나고 싶었다. 남은 일생을 김요석선교사의 곁에서 동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 곳에서 사역이 끝나면 홀연히 다른 곳으로 떠나는 그를 잡을 수가 없었다.

신대원 시절 김요석목사를 만나기 위해 막연히 시작한 해외 오지선교는 그의 삶을 전환시켜 놓았다.

1백년 전 선교사들이 다녀간 흔적만이 남아 있다는 해외 시골교회는 헛간이 되어 있었고 나환자들은 민가도 없는 토굴 속에서 숨어 지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상황이 개선되면서 나환자가 ‘한센병’환자로 달리 불리고 그들에 대한 치료와 지원도 구체적이다. 하지만 여러모로 낙후된 제3국 농촌에서는 아직도 나환자들을 멸시하며 고립시키는 상황이다. 먹을 것도 입을 옷도 없었다.

‘누가 이들을 돌봐 줄 것인가. 내가 과연 이들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이바나바 선교사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내가 이들의 이웃이 되어주자”는 울림이 일었고 그의 결심은 굳어졌다.



꽈샤의 대부 모든 것을 버리다



이바나바선교사는 ‘호텔리어’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세종호텔, 워커힐 등에서 일하면서 총지배인 자리에 올랐다. 어린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했다고 하지만 그의 젊은 날은 쾌락을 즐기는 방탕한 삶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워커힐 재직당시 당직근무를 서고 있을 때 인도인 투숙객이 맡긴 돈이 사라지는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고위층은 책임지라며 추궁했고 어떠한 해명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는 광나루변 한적한 교회를 찾아갔다. 그의 진심을 알아줄 분은 오직 하나님.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며 고백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처한 상황을 해결해주세요.” 간곡히 기도했다. 기도 후 범인을 잡았고 그는 하나님께로 돌아왔다.

‘호텔리어’로 어느 정도 인생의 성취를 맛본 그는 처 할머니에게 전수받은 ‘꽈샤요법’을 보급하는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픈 사람 몇 명 치료해주는 일로 시작했는데 효능이 알려지면서 ‘꽈샤’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는 협회를 조직하고 후배를 양성했다.

호텔에서 20년, 꽈샤 지도자로 20년, 그의 인생은 리더의 자리에만 머물러 있었다. 순풍에 돛단듯 역경도 가난도 없이 살아온 순탄한 삶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선교사는 이 모든 것, 부와 명예, 그리고 평안을 버리고자 하고 있다.

“화려하게 살수록 마음속에 질문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남들은 주일성수 잘하고 새벽기도 참여하고 남들처럼 그렇게 하나님을 믿으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새벽기도 나가서 내 평안과 일신의 복만 바라는 것이 과연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일까요? 성경에 내가 언제 하나님께 잘해드렸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주변에 가난하고 주린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고 칭찬하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가장 불쌍한 이웃을 찾아 나서게 된 것입니다.”



고행의 길을 가려합니다



이선교사가 목사안수를 받은 것은 지난 4월. 그리고 바로 제3국 나환자 선교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 소식을 접한 가족들의 반대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병이라도 옮으면 어떡하냐.” “환자들 만진 손으로 손주들을 안아줄테냐” “편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선교지도 많은데 왜 하필 나환자 촌이냐”며 몰아붙였다.

그러나 그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익힌 꽈샤 기술로 나환자들을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첫 사역지로 선택한 곳은 도시에서 12시간 이상 가야하는 한 산골마을 나환자 요양소. 이곳에는 80여명의 환우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제 이선교사는 그들 속에서 치료자이자 친구로 그리고 예수그리스도의 살아계심을 전하는 이야기꾼으로 남을 예정이다.

지난 4일 지구촌선교공동체(대표:김준모목사) 이바나바 부부선교사 파송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내년 1월 그를 보낸다.

“‘하나님 이제 됐습니까’라고 물을 수 있을 때까지 사역을 계속할겁니다. 저는 곧 사람들에게 잊혀지겠죠. 원래 사람들이란 모두 떠나게 마련입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곁에 계실 뿐이죠.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배울 때까지 온전한 그리스도인이 될 때까지 고행의 길을 가고 싶을 따름입니다.”

모두 편하게 하나님을 믿고 싶어 하는 왜곡된 신앙이 판치는 세상에서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참 도를 찾아 떠난다.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뒤로한 채 떠난다. 그가 바라는 것은 세상의 영욕이 아니고 하나님의 ‘칭찬’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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