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시간, 하나님을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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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시간, 하나님을 만났어요
  • 현승미
  • 승인 2005.11.18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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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고비 딛고 일어난 김온유양

“하고 싶은 일요?? 너무 너무 많아요. 친구들과 극장에 가서 영화도 보고 싶고, 춤도 배우고 싶고 유럽배낭여행도 해보고 싶어요. 어린이 동화서점 차려서 방문하는 아이들에게 동화책 읽어주면서 하루를 보내는 그런 꿈도 꾸곤 해요. 근데, 여기서도 매일매일 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할 일이 많아요.”

또래 아이라면 벌써 병원 밖 생활을 그리워하고 친구들을 부러워해야 정상인데,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하고 싶은 일을 재잘거리는 온유(명성교회 고등2부, 김삼환목사)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꿈 많은 17살 소녀 온유는 벌써 3년째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비즈공예나 손수 꼬매고 모양낸 헝겊인형으로 핸드폰 줄 만들어주기, 책 읽기, 찬양 듣기, 극동방송에 사연 적어 보내기, 사진 찍기, 인터넷 쇼핑하기,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람들에게 장난 걸기 등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중학교 2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갑작스레 복부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병원측에서는 통원검사를 제의했다. 병원에 다니는 동안에서 평소처럼 가족들과 지리산으로 금산산으로 여행을 다니고, 엄마와 쇼핑을 하며 큰 문제없이 생활했다. 그렇게 9개월 반, 혹이 발견됐다는 의사의 진단결과가 나왔다.


“작은 혹을 떼어내는 가벼운 수술이라 2, 3일 후면 금방 퇴원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수술이 잘못됐는지 점점 더 상황이 악화되고 갈비뼈며 내부 장기들이 손상돼 제 힘으로는 숨조차 쉬기 힘들게 됐어요.”


지금도 집에 가면 마치 시간이 정지해버린 것처럼 온유의 책상에는 중학교 2학년 교과서가 꽂혀있고, 가방에는 수학책이 그대로 담겨있다며 눈시울을 붉히시는 온유 어머니는 내부 장기가 손상돼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온유의 통역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도 행복하고 감사해요. 수술 후 2년 동안 중환자실에 있었거든요.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고 의사들조차도 금방 죽게 될 거라고 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일반병동으로 옮겨온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치료과정에서 척추가 삐뚤어져 168cm의 큰 키는 오히려 3년이 지난 지금 8cm가 줄었다. 2년간의 중환자실 생활과 그간에 받았던 약물치료로 갈비뼈들이 서로 유착되고 내려앉아 겨우 갓난아기 주먹만한 폐로 숨을 쉰다. 때문에 병실 밖을 나설 때는 큰 산소통을 옆에 지녀야 한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아 입모양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성인조차도 견디기 힘든 어려움과 고통 가운데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오히려 ‘감사함’을 되뇌이는 온유는 언젠가 자신을 귀하게 들어 쓰실 하나님을 믿기 때문이라고 당차게 말한다.


“하나님이 제 자신은 물론 저희 가족들을 변화시켜 주셨어요. 사실 어릴 적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진짜 믿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2년 동안 중환자실의 천장만 바라보고 누워 있을 때 진정 하나님을 만난 것 같아요. 병이 생기고 나서 가족끼리 사랑도 더 깊어지고 더 기도하게 되고 무뚝뚝하시던 아빠도 많이 달라지셨으니 하나님께 감사해요.”


하루 두 번 30분씩 허락되는 중환자실의 면회시간. 아침에 부모님이 틀어주시고 가는 극동방송을 가족, 친구 삼아 그렇게 이겨냈다.


“요즘은 가족과 있을 때 가장 행복해요. 정말 우리 부모님 같으신 분 흔치 않거든요. 좋은 가족, 좋은 부모님 주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 드려요.”  


믿음의 가정에서 자란 덕분에 의미도 잘 모를 유치원때부터 “나는 꼬마 선교사, 커서 선교사가 될꺼야”라고 외치고 다녔던 온유는 중환자실에 누워 살려만 주신다면 선교사의 길을 가겠노라고 진심으로 서원했다.


때문에 얼마 전부터 어머니와 기도모임으로 친분이 있는 한 전도사님이 일주일에 한 번 병원으로 찾아와 1:1제자훈련을 받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선교를 해야할지는 기도중이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과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온유가 금세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건강한 모습으로 하나님 일을 하는 멋진 선교사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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