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와 명견(名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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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와 명견(名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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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1.0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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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환 목사<천안대 교수>

우리 집에는 똥개는 아니면서도 명견도 아닌 발바리 종류의 기르는 개가 있다. 나는 요사이 자그마한 이 개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고 있다.

집사람이 당뇨가 심하여 늘 마음에 부담이 되는데 특히 위로가 되는 것은 뽀삐의 덕이 크다. 그러므로 밖에서 집에 전화를 걸때면 잊지 않고 뽀삐에게도 문안을 한다. 뽀삐의 특징 중 몇 가지가 더 있다.

집을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나 환영하지만 용건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에게는 전연 무관심하다. 눈도 맞추지 않는다. 이것이 손님에게만 그렇다면 이해가 되지만 자기 집 가족 식구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떤 때는 얄미울 정도다.

그래도 나는 뽀삐를 사랑한다. 항상 뽀삐가 좋아하는 2천원짜리 10개들이 빵 한주머니를 상시 간식으로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아침, 저녁 식사시간에는 정성으로 뽀삐 간식인 빵을 렌지에 정확히 15초를 데워 따끈따끈하면서 부드럽게 하여 제공한다.

내가 앉은 의자에 앞발을 올려놓고 ‘흠흠’하는 입안의 소리를 내면서 맛있게 받아먹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흐뭇하다. 그러므로 뽀삐의 간식을 채근하는 것은 자원하는 내 몫이다.

그런데 나는 이 간식을 주면서 똥개와 명견이 어떤 것인가를 확인하여 드디어 여기 방배골까지 쓰게 되었다. 애견 뽀삐에게 간식을 줄 때면 그렇게 맛있는 먹거리일지라도 자기 몫으로 빵을 뜯어서 던져 주던가 아니면 입에 대주지 않는 이상 자기 멋대로 덥석 입을 대지 않는다.

일단 주인이 ‘먹지마’라고 말하면 눈앞에 먹거리가 있어도 버릇없이 입을 대지 않는다. 그것뿐인가. 기상시간이 되면 깨워주기도 하고 전화 벨소리를 듣지 못할 때면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똥개와 명견(名犬)의 구분을 확인한 셈이다. 똥개는 주인의 통제를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며 명견(名犬)은 철저하게 주인의 통제를 받는다. 그러므로 똥개에게는 관심이 덜 가게 되고 명견에게는 관심이 더 가게 된다.

전화를 걸때마다 안부를 묻게 되고 밖에 나갔다 집에 들어올 때는 개 간식을 이것저것 찾아 사가지고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뽀삐의 족보 문제다.

분명히 뽀삐는 족보가 없다. 그의 조상도 혈통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뽀삐가 하는 행동은 아무리 봐도 명견(名犬)의 후손 같다. 여기서 얻어지는 교훈으로 수십만원 수백만원 주고 산 족보와 혈통이 있는 개는 아닐지라도 뽀삐의 삶은 혈통있는 명견임에 틀림없다.

성경에도 이런 교훈이 많이 있다. 표면적 유대인과 이면적 유대인, 참할례당과 거짓할례당, 똥개와 명견. 누가 뭐라해도 우리 뽀삐는 명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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