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44)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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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44)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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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0.1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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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속하지 않는 새 인류
 

세 번째 수난 예언 이후 주님 자신의 삶을 모범으로 하여 섬김의 원리를 제시할 때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적 원리에 따라 살지 않아야 함을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였다.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아니하니”(마 20:26).

이러한 진리는 이미 그리스도인들의 천국 시민으로서의 윤리강령인 산상설교에서도 여실하게 선포되었다.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또 너를 송사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마 5:39-40),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네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 5:44).

이 말씀들은 오히려 세상의 계산적이고 이해타산적인 윤리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이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자식이 아니라, 바로 하늘 아버지의 자녀들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마 6:9, 32).

사도 바울 역시 로마서에서 같은 진리를 선언하였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

이러한 교훈은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치 말라는 사도 요한의 교훈과도 연결되면서(요일 2:15-17), 기독교적 삶의 올바른 방향을 분명하게 적시(摘示)하고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 머물러 살되 세상에 속해서는 안 된다는 진리이다(We are in the world, but not of the world).

이렇게 살아야 할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세상에 속하였던 우리의 신분이 천국 시민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바뀌어진 신분은 이전과는 다른 삶의 태도를 요구하는 것이며, 이로써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가치와 목적을 지향하는 새로운 인류가 된 것이다.

이러한 진리를 사도 바울은 또한 갈라디아서 3장 28절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주자나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이니라.”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인들은 더 이상 유대인도 헬라인도 아니며, 주인과 종의 차별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야말로 새로운 인류임을 선포한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새로운 모습을 사도 바울은 ‘새로운 피조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여기서 사용된 ‘피조물(ktisis)’이라는 단어는 또한 ‘창조(creation)’라는 뜻도 포함하는 까닭에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이 이 땅에서 행하신 새 창조의 대상이자 결과라는 의미도 아울러 지닌다고 하겠다.

이와 같은 표현들은 그리스도인들을 이 세상에 머물러 살되 이 세상에 속하지 아니 한 새로운 인류라고 부를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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