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42) 교회의 본질
상태바
사복음서(42) 교회의 본질
  • 운영자
  • 승인 2005.10.12 2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나됨을 위해 힘쓰는 것
 

부자 청년의 기사에 있어서(마 19:16-26), 마태복음을 다른 복음서와 비교할 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부자 청년에 대한 주님의 첫번째 명령으로 계명에 대한 언급이다. 마태복음의 경우 ‘도적질하지 말라’는 말씀과 중복되는 마가복음의 ‘속여 취하지 말라’를 생략하고, 십계명 중 마지막 계명과 유사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추가함으로써, 그 명령이 보다 더 십계명의 둘째 판(대인관계)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주님의 말씀을 십계명과 유사한 내용으로 소개하는 것은 마태복음의 주 독자층인 유대인들을 염두에 둔 포석(布石)으로써, 그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된다.

유대인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부자 청년 기사에 이어 등장하는 ‘포도원 품꾼 비유’(마 20:1-16)에 나타난 이방인에 대한 관심과 균형을 이룬다. 이 비유에서 포도원 주인은 아침에 고용한 품꾼이나 늦은 오후에 고용한 품꾼이나 차별하지 않고 동일한 품삯을 지불한다.

이런 주인의 처사에 아침에 고용된 일꾼들이 항의하지만, 주인에게는 잘못이 없는 것이 오전에 고용된 일꾼에게 한 데나리온을 약속하고 그것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후에 고용된 일꾼에게 동일한 한 데나리온을 지불하는 것은 사실 주인에게는 손해가 될 수 있지만, 그대로 지불한 것은 그들에 대한 주인의 배려인 것이다. 이러한 주인의 호의가 아침에 고용된 일꾼들의 항의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처음부터 약속된 임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비유는 역사적으로 일찍이 부름 받은 유대인들과 후대에 부름 받은 이방인들에게 동일한 구원의 은혜를 베푸는 것을 불공평하다는 이유로 하나님께 항의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이 작정하시고 시행하시는 일방적인 은혜이기 때문이다. 이 비유의 결론으로 제시된 구절,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마 20:16)는 말씀은 부자 청년 기사의 같은 결론(마 19:30)과 연결되면서 유대인의 민족적 우월감이 결코 자랑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못 박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신약 당시 바울 공동체에서도 발견된 바와 같이, 마태 공동체는 설립 멤버였던 유대인들과 후대에 유입된 이방인들 사이에 평화적 공존이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됐다. 먼저 들어온 유대인들과 후에 들어온 이방인 교인들 사이에 적지 않은 갈등과 알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이방인들이 율법을 따라 행치 아니하는 무법성을 비판했고, 이방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과 함께 시작된 하나님의 나라에서 여전히 구습과 구태를 반복하며 몽학선생과도 같은 율법에 얽매어 있는 유대인들에 대하여 그 편협함과 편견을 비난했다.

그리하여 이 두 그룹을 포용하기 위하여 저자 마태는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를 아우르는 말씀과 기사를 통하여 교회의 하나 됨을 선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어 나누는 곳이 아니라 그것을 감추어 하나 되도록 애쓰는 그곳에 하나님의 교회의 본질이 있는 것이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