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41) 제물로부터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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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41) 제물로부터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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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0.1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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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 맛보기의 한 증거
 

마태복음 19:16-30의 부자 청년과 주님과의 만남은 공관복음 모두에 기록된 사건이다. 이만큼 이 사건은 세 복음서 기자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동일한 사건을 묘사함에 있어서 역시 세 복음서 기자는 약간씩 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음을 본다.

세 복음서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부자 청년이 주님의 권면을 듣고 보인 반응이다. 마태·마가복음에서 그 청년은 소유를 팔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근심하면서 그 현장을 떠났다(마 19:21, 막 10:22). 반면에 누가복음에서 그 청년은 고민은 하되 현장을 떠나지 않았고(눅 18:23), 따라서 마태·마가복음과는 달리 주님은 누가복음에서 재물에 관한 교훈을 직접 그 청년을 대상으로 말씀하고 있다(마 19:23, 막 10:23).

이런 차이점에 대해서 학자들은 복음서의 배경이 되는 공동체의 사회적 상황과 연계하여 해석한다. 즉, 누가 공동체의 경우 이 부자 청년과 같이 재물 문제로 인해 고민하는 자들이 존재하였으므로 그들, 즉 부자 교인들에 대한 목회적 권면이 이 사건의 메시지 중 하나라는 것이다.

특별히 누가복음에서 이 사건 다음에 소경 치유 사건이 이어지고(눅 18:35-43), 그 다음에 누가복음만의 자료인 삭개오의 회심 사건이 연속적으로 소개됨으로 인하여(눅 19:1-10) 그 목회적 권면은 보다 구체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 즉, 부자 청년과는 달리 재물 포기에 대한 주님의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삭개오는 흔연히 자신의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겠으며, 혹시 남의 것을 강제로 강탈한 것이 있으면 네 배로 갚으리라고 서원함으로써 주님으로부터 구원, 즉 영생의 약속을 받게 된다. 요컨대 삭개오는 부자 청년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맞게 됨으로써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를 다시 설명하면, 누가는 주님을 만남으로 그 육적 어두움을 치유 받은 소경 치유 사건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대조가 되는 두 부자 이야기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런 구조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그 공동체 내의 부자 교인들에게 소유에 집착하여 영적으로 어두운 부자 청년처럼 되지 말고, 기꺼이 재물을 포기하여 영적으로 눈을 뜬 삭개오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주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의 바른 자세임을 일깨우는 것이다.

누가복음이 특별히 가난한 자를 위한 사회 복음적 성격이 강한 특징을 갖고 있음을 상기하면서, 누가복음 신학 전체 주제의 맥락에서 바라볼 때, 부자 교인들에 대한 이런 권면은 그리스도인의 바람직한 삶의 방향에 대한 매우 적절한 처방이라고 여겨진다. 아울러 이 교훈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재물에 관한 태도에 있어서 여전히 소중한 삶의 지침이 될 것이다.

즉, 재물에 집착할 때 우리의 영안(靈眼)이 어두워짐으로써 잘못된 길로 나아갈 수 있으니, 삭개오처럼 소유의 집착에서 벗어남으로써 주 안에서 참 자유를 누림으로 말미암아 이 땅에서도 영생(永生)을 맛보며 살아야 할 것이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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