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38) 교회의 권징
상태바
사복음서(38) 교회의 권징
  • 운영자
  • 승인 2005.10.12 2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을 기반으로 한 질서
 

마태복음의 ‘여행 기사’ 가운데 타 복음서와 비교할 때 두드러지는 것은 교회 공동체 내부의 질서(권징)를 다루고 있어서, 흔히 ‘교회 장(章)’이라고 불리는 18장이다. 물론 이 장의 내용이 다른 복음서에는 없는 마태만의 독특한 자료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비록 다른 복음서에 있다 할지라도 저자 마태는 이것을 의도적으로 신앙 공동체 내부의 질서라는 주제에 알맞게 정리하였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잃어버린 양의 비유’이다(마 18:10-14). 이 비유는 누가복음 15장에서도 기록되어 있는데(눅 15:3-7), 그것이 배치되어 있는 문맥으로 인해 그 의미가 마태복음의 그것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즉, 누가복음에서는 이 비유에 앞서 그 배경으로 ‘세리와 죄인들’이 등장함으로써(눅 15:10, 비유의 잃어버린 양은 교회 공동체 밖의 사람들을 가리킨다) 누가복음에서 이들은 자주 등장하는 불우한 사람들, 즉 ‘가난한 자, 병신, 소경, 저는 자’(눅 14:13, 21)들과 함께 사회적 및 종교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가리킨다(눅 4:18).

따라서 누가복음에서 ‘잃어버린 양 비유’는 사회 복음적 성격이 강한 누가복음의 전체적 흐름에 알맞게, 교회 밖 세상에서 이처럼 배척당하는 이들을 오히려 교회는 포용(包容)하라는 주님의 교훈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흔히 ‘교회의 교과서’로 알려지고 있는 마태복음에서 이 비유는 전후 문맥을 고려할 때 교회 밖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 내부의 소자(작은 자), 즉 연약하여 상처받기 쉬운 까닭에 실족 당할 수 있는 이들을 가리키는 것이다(마 15:10).

그들은 방금 개종한 초신자들일 수도 있고, 혹은 사회·경제적 신분이 낮은 자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유사한 내용이 소개되고 있는 ‘양과 염소의 비유’에 의하면(마 25:31-46) 이들 소자는 옥에 갇히고 헐벗으며 병들고 목마른 사람들일 수 있다. 그러므로 마태복음에서 이 비유의 교훈은 교회 내부의 이런 사회적 약자들을 사랑으로 용납하여 함께 더불어 신앙생활을 잘 하도록 권면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마태는 타 복음서에 없는 권징에 대한 교훈(마 18:15-20)과 ‘무자비한 종의 비유’(마 18:23-35)를 추가하여 이러한 교훈을 좀 더 부연(敷衍)하고 있다.

첫째로, 권징 교훈은 범죄한 형제를 즉결 처분하지 말고, 세 번의 과정을 통하여 회개의 기회를 주되, 끝내 거절할 경우 출교하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하여 교회가 땅에서 내린 결정은 하늘에서도 유효함을 적시함으로써, 권징의 효력을 밝히 드러내고 있다.

이토록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교회가 혹시 실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주님의 이름으로 모인 그곳에 주님이 함께 하여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주님은 말씀하고 있다(마 18:20). 이것은 또 다른 종류의 ‘임마누엘’로서, 주님이 세상의 교회를 친히 인도하신다는 표징인 것이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