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모든 의식 때 ‘흰 장갑’을 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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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모든 의식 때 ‘흰 장갑’을 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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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0.1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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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용어 바로 쓰기168

김석한교수<천안대신대원 실천신학> 
 


교회에서 각종 예식(의식)을 거행할 때 집례자와 순서 담당자들이 ‘흰 장갑’을 끼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는데, 이것으로 그 의식이 성스럽고 정중하고 엄숙하며 위엄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해이다. 그것은 성경에 근거한 예전의 본질적인 요소가 아닐 뿐 아니라 의식의 주제 정신과 관련이 없는 일종의 사회문화적 관습으로 허식에 불과한 것이다.

‘흰 장갑’을 끼게 된 배경을 보면 첫째, 일본 문화와 관련이 있는데 일본인들이 신사참배를 할 때 흰 장갑을 끼고 배례하는 관행이 있고 우리보다 선진화된 사회를 이룬 까닭에 개화기에 일본 유학을 간 사람들과 목회자들이 현지문화에 젖고 일본 신학 교육을 받는 중에 그들의 신사 참배와 각종 의식과 성례에서 장갑 낀 모습을 본 것을 귀국 후 그대로 모방하여 목회 현장에 도입한 것에서 비롯되어 오늘날 모든 교회들이 검증 없이 이것이 기독교적 예전문화인양 버젓이 관용되고 있다.

둘째, 처음 기독교 복음이 들어온 선교 초기의 우리 사회는 농경사회로 원시적 영농법에 매여 손발로 일을 하던 때이고 불결한 생활환경에 적응하고 비위생적인 삶을 꾸리던 손발, 그 손이 심한 노작과 햇볕에 그을려 검게 타고 갈라져 흉하게 보이는 손으로 성례나 의식 참여에 불경스럽고 정결치 못하다고 여겨 이를 가리기 위해 흰 장갑을 끼게 된 동기가 있었던 것인데 분명 기독교 의식 문화의 배경이 아닌 것이다. 

이 ‘흰 장갑’을 끼지 말아야 할 이유는 첫째, 성찬 의식에서 흰 장갑을 껴야 청결하고 성결하다면 집례자나 배찬원들 만 끼고 성찬에 직접 참예한 회중이 장갑을 끼지 않는다면 사실상 별 의미는 없는 것이다. 둘째, 위생적인 면과 성결성을 위한 것이라면 성경을 표준으로 삼되 출 30:17-20에 제사장이 제의를 집행할 때 회막과 제단 사이에 놋쇠로 만든 ‘물두멍’(laver)에 물을 담아 수족을 씻은 후에 제의를 집행하였고, 레 8:11에도 모세가 관유(灌油)로 ‘물두멍’에 발라 거룩하게 한 근거를 종합하면 예전에 있어 정결함과 성결성을 위해서 오늘날도 손을 씻는 체제를 갖추면 두 가지 면을 충족할 수 있게 된다.

셋째, 흰 장갑 착용이 신학적 근거와 교회사적 관행이 없는 일본의 이교적 문화의 산물인 비기독교적인 요소를 취한다면 이는 혼합주의적 경향에 물들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넷째, 예식이나 예배 중에 장갑을 끼는 것은 인간의 내외적면을 고백적으로 하나님 앞에 드러내어야 할 인격적인 모습을 외식하는 격이 되고 윤리적 관점에서는 비례(非禮) 된다. 손윗사람을 대면할 때는 오히려 장갑을 벗는 것이 예의로 되어 있으니 하물며 하나님 앞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다섯째, 장갑을 끼면 정교한 손놀림이 둔탁하여 찬송과 성경의 장절을 찾기 힘들고 시세(施洗) 때 물에 적시니 비위생적이어서 실용적인 면에서도 부적절한 것이다.

따라서 교회 의식에서 ‘흰 장갑’ 끼는 것은 기독교의 예전문화가 아닌 이교적인 관습을 모방한 것이므로 이제는 성숙한 신앙으로 냉정히 시정하여 교회에 건전한 기독교 문화를 성경에 의해 창조해 가야하고 복음 정신에 맞게 격조 높은 의식문화를 가꾸어 가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에 교회가 해야 할 또 하나의 작은 의무일 것이다. 습관은 본질에 우선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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